[손배] '8시간 지연' 필리핀에어아시아, "1인당 위자료 30만원씩 주라"
[손배] '8시간 지연' 필리핀에어아시아, "1인당 위자료 30만원씩 주라"
  • 기사출고 2019.07.05 18: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부지법] "출발예정시각 1시간 30분 전에 이메일 발송"

2018년 1월 인천공항을 8시간 넘게 지연 출발해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친 필리핀에어아시아가 승객 1인당 30만원의 위자료를 물어주게 됐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부(재판장 양철한 부장판사)는 7월 3일 문 모씨 등 승객 50명이 필리핀에어아시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18나29933)에서 필리핀에어아시아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승객 1인당 위자료 3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예율이 원고들을, 필리핀에어아시아는 김앤장이 대리했다.

문씨 등은 필리핀에어아시아 Z2 037편을 이용하여 2018년 1월 29일 오전 6시 55분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여 같은날 오전 10시 15분쯤 필리핀 칼리보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이 항공기는 당초 예정된 출발시각보다 약 8시간 18분이 경과한 같은날 오후 3시 13분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했고, 당초 예정된 도착시각보다 약 8시간 30분 늦은 오후 6시 45분쯤 칼리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문씨 등은 항공기의 출발이 지연되는 것을 모르고 예정된 출발시각에 맞추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출발 지연으로 인하여 공항에서 8시간 이상 대기해야 했다. 또 오랜 시간을 들여 계획하고 예매해두었던 필리핀 칼리보에서의 8시간 30분 상당의 낮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 이에 문씨 등이 1인당 위자료 50만원씩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문씨 등은 이에 앞서 필리핀에어아시아와,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칼리보국제공항을 중간 착륙지로 해 다시 인천에 도착하는 왕복 일정으로 운송계약을 체결했고, 원고들 중 2명만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칼리보국제공항에 도착하는 편도 일정으로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원고들이 피고와 체결한 국제항공운송계약은 출발지가 한국, 도착지가 필리핀이거나,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한국이고 중간 착륙지가 필리핀으로,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몬트리올 협약)의 당사국이므로 몬트리올 협약이 준거법인 상법이나 민법보다 우선 적용된다"고 전제하고, "(피고의) 항공기는 당초 예정된 출발시각보다 8시간 이상 지연출발하였으므로, 몬트리올 협약 19조에 따라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항공기의 승객인 원고들에게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몬트리올 협약 19조는 "운송인은 승객 · 수하물 또는 화물의 항공 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송인은 본인 · 그의 고용인 또는 대리인이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하였거나 또는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 측은 "항공기는 앞선 공항에서의 누적된 지연으로 인하여 칼리보국제공항에서 당초 예정된 출발 시각인 2018년 1월 29일 오전 0시 20분이 지난 같은날 오전 2시 41분쯤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할 준비를 완료했는데, 칼리보국제공항은 현지시각 오전 3시부터 오전 9시까지 활주로 아스팔트 작업으로 인하여 활주로를 사용할 수 없어 항공기가 같은날 오전 9시 19분쯤에야 출발할 수 있었기에 인천국제공항에 지연 도착했고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지연 출발하게 된 것"이라며 "이와 같이 항공기는 항공교통관제의 허가 지연과 칼리보국제공항의 사정으로 출발이 지연된 것이므로 지연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원고들에게 즉시 이메일로 항공기의 지연 출발을 안내하면서 지연에 대한 보상으로 ①30일 이내로 항공일정 변경, ②90일 이내에 사용할 수 있는 피고 항공사의 크레딧으로 변경, ③전액 환불 조치 중 하나의 조치를 선택할 수 있음을 안내하고 원고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등 원고들의 손해를 피하기 위한 조치를 다하였으므로 몬트리올 협약 19조 후문에 따라 면책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정한 항공기의 일정은 항공기가 도착한 후 정비와 승객 탑승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시간이 경과한 후 곧바로 출발하도록 계획되어 있어 이전 항공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 순차적으로 지연될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던 점, 항공기는 필리핀 현지시각 2018. 1. 28. 14시경부터 일정이 순차적으로 지연되기 시작하여 같은날 21시경에는 일정이 2시간 지연되기에 이르렀는바 피고는 그 무렵 원고들의 인천국제공항에서의 출발시각이 2시간 이상 지연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원고들에게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았던 점, 칼리보국제공항의 활주로가 필리핀 현지 시각 오전 3시쯤부터 사용이 통제되므로 2018. 1. 29. 오전 0시 20분 칼리보국제공항에서 출발예정인 항공일정이 2시간 40분가량(항공기는 오전 2시 41분쯤 정비를 마쳤음에도 활주로 통제로 이륙하지 못한 점에 비추어 보면 실제 항공기 이륙이 가능한 마지막 시간은 오전 3시보다 이전일 것으로 보여 실제로 항공일정의 활주로 통제시점까지의 여유시간은 2시간 40분보다 짧을 것으로 보인다) 지체되는 경우에는 활주로 통제로 원고들의 항공기 일정이 6시간 이상 추가로 지체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 피고는 2018. 1. 28. 오후 11시 53분쯤 항공기가 칼리보국제공항에 2시간 43분 지연 도착하여 이와 같은 사정을 명백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원고들에게 지연 출발에 대한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아니하였던 점, 피고는 항공기의 당초 예정된 출발시각인 오전 6시 55분쯤으로부터 불과 1시간 30분 이전인 오전 5시 14분쯤에야 원고들에게 항공기의 지연을 통지하는 이메일을 발송하였을 뿐이고 원고들이 신속히 확인할 수 있도록 유선전화나 SMS 등을 보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들의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하였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피고의 면책 주장은 이유 없다는 것이다. 

필리핀에어아시아는 또 "몬트리올 협약 19조는 경제적인 손해의 배상만을 인정하고 정신적 손해의 배상까지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 원고들은 경제적인 손해에 대해 아무런 입증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결국 어떠한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항공기 상에서 발생한 승객의 사망 또는 신체적 부상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관해 규정한 몬트리올 협약 17조와 달리 몬트리올 협약 19조는 항공운송 지연에 따른 승객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면서도 그 손해의 구체적인 유형, 즉 신체적 손상에 대한 배상 여부나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여부 등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몬트리올 협약 19조가 다루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서는 준거법인 한국 민법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항공기의 지연으로 인하여 승객인 원고들이 8시간 이상 공항에서 대기하게 되고 여행일정의 변경이 불가피하여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정신적 고통은 단순히 항공일정의 변경이나 항공비용의 환불 등으로 회복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민법 751조에 따라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위자료 액수를 1인당 30만원씩으로 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