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교통사고로 면허취소되자 버스기사에 당연퇴직 통보, 면허정지로 바뀌었으면 당연퇴직 무효"
[노동] "교통사고로 면허취소되자 버스기사에 당연퇴직 통보, 면허정지로 바뀌었으면 당연퇴직 무효"
  • 기사출고 2019.07.0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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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취업규칙에 면허취소만 당연퇴직 사유"

교통사고로 인한 벌점 초과로 버스기사의 운전면허가 취소되자 고속버스회사가 취업규칙을 근거로 버스기사에게 당연퇴직을 통보했는데, 이후 버스기사의 이의가 받아들여져 운전면허 취소처분이 정지처분으로 변경되었다. 법원은 당연퇴직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광주고법 민사2부(재판장 유헌종 부장판사)는 7월 3일 당연퇴직을 통보받은 버스기사 장 모씨가 K고속버스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의 항소심(2019나20206)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판결을 취소하고, "당연퇴직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장씨는 법무법인 여는, 피고는 법무법인 소리가 대리했다. 

2004년 9월 K사에 입사하여 고속버스를 운전하는 승무사원으로 근무해 온 장씨는 2017년 8월 12일 오전 6시 40분 울산을 출발하여 광주로 가는 고속버스를 운전하다가 오전 8시 1분쯤 진영IC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일으켜, 회사로부터 2017년 9월 27일부터 2018년 2월 26일까지 승무정지(정직) 5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후 전남지방경찰청이 이 교통사고에 따라 장씨에게 벌점을 부과한 결과 장씨의 벌점이 140점이 되어 1년간의 벌점 점수가 121점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2017년 11월 26일 장씨의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하자, K사는 같은날 장씨에게 '장씨의 운전면허가 취소되었으므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승무사원은 당연 퇴직한다는 내용의 취업규칙 67조 2항 6호(당연퇴직조항)에 따라 장씨가 당연퇴직되었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장씨가 운전면허 취소처분에 대하여 이의를 신청, 전남경찰청이 2018년 2월 장씨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장씨에게 부과한 벌점을 110점으로,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운전면허 정지처분(110일)으로 각각 변경하자 장씨가 당연퇴직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K사 취업규칙의 당연퇴직조항은 '운전면허가 취소된 승무사원은 당연 퇴직한다'는 것으로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고, 따라서 원고가 당연퇴직조항에 규정된 퇴직사유에 해당함을 이유로 한 당연퇴직처분은 근로기준법 23조 1항에서 규정한 해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회사 취업규칙의 규정내용을 서로 비교 · 검토하여 보면 당연퇴직조항에서 '승무사원이 운전면허가 취소된 경우'를 당연퇴직사유로 정한 것의 의미도 '운전면허가 적법하게 취소되어 취소처분을 다툴 수 없게 됨에 따라 승무사원이 근로계약에 따른 승무사원의 기본적인 의무인 운전업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을 근거로 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를 당연퇴직시켜도 근로자 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른 경우를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피고는 (원고에 대한) 면허 취소처분의 취소일자인 2017. 11. 26.에 곧바로 당연퇴직조항에 따라 당연퇴직처분을 하였는 바, 2017. 11. 26.은 원고가 면허 취소처분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2주일도 경과하지 않은 날로, 이는 원고가 면허 취소처분에 대하여 집행정지신청을 하여 결정을 받기에도 빠듯한 날인 점, 당시 원고가 면허 취소처분을 다투고 있었고, 피고도 이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원고는 2018. 2. 26.까지 승무정지기간이었고, 승무정지기간에는 피고의 임금 지급의무도 면제되므로, 피고가 서둘러 당연퇴직처분을 하여야 할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실제 면허 취소처분이 취소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당연퇴직처분을 한 2017. 11. 26.에는 원고가 면허 취소처분을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어 피고가 원고를 당연퇴직시켜도 원고가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른 경우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당연퇴직처분 당시 원고에게 당연퇴직조항에서 정한 당연퇴직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피고가 원고에게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이유로 당연퇴직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K사 취업규칙에 따르면, 당연퇴직사유에 승무사원이 운전면허가 취소된 경우는 포함되나, 운전면허가 정지된 경우에 대하여는 별도의 처분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전남경찰청장이 면허 취소처분을 한 것은 원고에게 교통사고에 따른 벌점 부과를 잘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와 같이 벌점 부과가 잘못된 것 자체에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으므로, 벌점 부과 잘못으로 인한 불이익을 원고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에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당연퇴직처분은 정당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징계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장씨에 대한 당연퇴직처분은 장씨에게 당연퇴직사유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징계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여 무효이고, K사가 당연퇴직처분이 유효하다고 다투고 있는 이상 장씨에게 효력을 다툴 확인의 이익도 인정된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의 결론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