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일본 특허소송의 사증제도와 새로운 손해배상액 산정방법
[리걸타임즈 칼럼] 일본 특허소송의 사증제도와 새로운 손해배상액 산정방법
  • 기사출고 2019.07.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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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변호사 · 아오키 히사노리 일본변리사]

우리나라의 경우, 종전 특허침해소송 등에서, 침해자가 단순 부인으로 일관하는 경우 특허권자가 침해사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손해배상 원칙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고의적인 침해행위에 대한 제재수단으로서의 실효성이 낮고 침해행위를 예방하기에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2019. 1. 8. 공포되어 2019. 7. 9.부터 시행될 예정인 개정 특허법에는, 특허권자가 주장하는 침해행위의 구체적인 행위태양에 대해 침해를 부인하는 당사자가 자신의 구체적인 행위태양을 제시하도록 하거나, 고의의 침해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등이 도입되었다.

◇김원 변호사(왼쪽)와 아오키 히사노리 일본변리사
◇김원 변호사(왼쪽)와 아오키 히사노리 일본변리사

한편 일본의 경우, 실효성 있는 권리 보호를 위해 지식재산권 분쟁 시스템 개선에 대한 검토 결과, 특허침해소송에서 새로운 증거수집제도로서 기술전문가를 공장 등에 파견하여 조사하는 사증(査證)제도를 도입하고, 기존보다 실효적인 손해배상액이 명해지도록 하려는 취지의 개정 특허법이 2019. 5. 17. 공포되어 본고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침해자 공장 등에 출입해 증거 수집

일본의 새로운 증거수집 제도는 독일의 사증제도를 참고로 하면서 일본의 여건에 맞게 도입된 이른바 일본식 사증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증제도는 중립성을 갖는 기술전문가가 사증인으로서 침해자의 공장 · 사무소 등에 출입하여 침해 입증을 위해 필요한 조사를 실시하여 증거 수집을 하는 제도이다.

특히 침해 입증을 위한 증거를 특허권자가 입수하기 어려운 경우 사증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데, 제조방법 특허에 대하여 침해자가 실시하는 침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시장에서 입수하기 어려운 ‘B to B’ 제품을 입수하려고 할 경우,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침해행위를 현장 시스템 작동 하에서 판단하여야 할 경우 등이 예로 제시되고 있다.

사증을 받는 당사자(침해자)는 사증에 필요한 협력을 하여야 하며, 만약에 사증인에 의한 공장 출입 요구 등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경우, 법원은 사증 신청인(특허권자)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법원은 특허침해소송(전용실시권 침해의 경우 포함)에서 당사자(특허권자)의 신청에 따라 사증 명령을 낼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사증 명령의 요건은 아래와 같다.

1. 상대방이 서류/장치 등을 소지 또는 관리하는 것
2. 입증을 위해 증거수집이 필요한 것(필요성)
3. 침해하였다고 의심하기 충분한 상당 이유가 있는 것(개연성)
4. 신청인 스스로 또는 다른 수단을 통해서 증거수집을 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는 것(보충성)
5. 사정에 의해 상당하지 않다(증거수집 시간, 당사자 부담 등이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지 않는 것(상당성)

이와 같이 사증 명령이 내려지려면, 증거수집의 필요성, 침해행위의 개연성뿐만 아니라 보충성, 상당성 등의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사증제도는 상당 부분의 침해 입증이 이루어진 후에 결정적인 증거를 수집할 때 운용하는 것을 기대한 것이고, 사증제도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신청인에 의한 사증 신청 후 사증 절차는 아래와 같다. 즉, 당사자(특허권자)가 사증을 신청하면, 법원은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사증인에 대하여 사증 명령을 할 수 있다. 이때 법원은 기술전문가를 사증인으로 지정한다. 사증인은 사증을 실시할 경우, 사증 대상이 될 서류 등이 소재하는 당사자의 공장 등에 출입하거나, 당사자에 질문 또는 서류 등의 제시 요청을 할 수 있으며, 그 외에 장치 작동, 계측, 실험, 기타조치로서 법원 허가를 받은 조치를 할 수 있다. 사증의 결과는 사증 보고서에 기재되어 법원에 제출된다.

당사자는 기피신청 가능

일본 개정 특허법에는 사증인은 법원이 지정한다고만 규정되어 있으나, 사증제도의 도입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중립성있는 기술전문가가 지정되는 식으로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당사자는 사증인에 대하여 성실하게 사증을 하는 데에 방해가 될 사정이 있는 경우 그 사증인에 대해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한편 사증 명령의 대상이 된 당사자는, 사증 보고서에 자신의 영업비밀 등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사증 보고서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신청인에게 개시하지 않도록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당사자 이외의 자는 사증 보고서의 열람, 복사 등을 일체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사증인이 비밀을 누설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특허침해소송에서 손해액의 입증책임은 특허권자가 부담하는데, 그 입증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특허법은 우리나라 특허법과 마찬가지로 손해액의 산정방법에 관한 특별 규정을 두고 있다(특허법 제102조). 일본에서도 특허권 침해 시의 손해배상액이 낮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있어 왔는데, 이번에 손해배상액이 기존에 비해 증액되는 방향으로 특허법 관련 규정을 개정하였다(제102조 제1항과 제3항을 개정함).

먼저 일본 특허법 제102조 제1항에 대해 살펴보면, 현재의 규정은 특허침해가 없었다면 특허권자가 판매할 수 있었던 일실이익을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액으로 추정하면서도, 특허권자의 실시능력을 초과하거나 판매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부분은 (현실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해하에)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실시료 상당액 청구 가능

그런데 이번 개정을 통해, 종래 손해액으로부터 공제된 부분의 판매 수량에 대해서도 실시료 상당액만큼의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하도록 하였다.

다음으로, 일본 특허법 제102조 제3항에 대해 살펴보면, 이는 제1항 또는 제2항에 의한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라도 최소한 실시료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인정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현재의 규정은 "특허발명 실시에 대해 받아야 할 금액"을 실시료 상당액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이번 개정법에서는 실시료 상당액을 인정할 때에 특허권 침해가 있음을 전제로 해서 상대방과 합의하였을 때 특허권자가 얻게 될 대가를 증액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이 때의 구체적인 증액 고려 요소는 법문에 규정되지는 않아, 향후 법원 판결의 축적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나, 예를 들어 유효한 특허가 침해되었다는 것이 인정되었다는 사실, 특허권자의 실시 허락 판단 기회가 상실되었다는 사정, 침해자가 통상적인 특허실시 계약상 있을 만한 각종 제약 없이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 등이 실시료 상당액 증액에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김원 변호사 · 아오키 히사노리 일본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wkim@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