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아이돌봄 지원법에 따른 아이돌보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아니야"
[노동] "아이돌봄 지원법에 따른 아이돌보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아니야"
  • 기사출고 2019.06.2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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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1심 판결 뒤집어…상고심 판단 주목

아이돌봄 지원법에 따른 아이돌보미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어 상고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광주고법 민사2부(재판장 유헌종 고법판사)는 6월 19일 김 모씨 등 아이돌보미 163명이 "연장 · 야간 · 휴일근로수당과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라"며 광주대 산학협력단과 초당대 산학협력단 등 아이돌봄서비스 위탁사업자 4곳을 상대로 낸 소송(2018나23307)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광주광역시의 각 구청장이 지정한 아이돌봄서비스기관인 광주 동구 · 서구 · 남구 ·  광산구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에 소속되어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했던 김씨 등은 "우리들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데도, 연장 · 야간 · 휴일근로수당과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을 전혀 지급받지 못했다"며 각 구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운영을 위탁받아 운영한 피고들을 상대로 2013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미지급 수당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고들과 서비스기관 사이에 2014년 4월경부터 2015년까지 '아이돌봄 지원사업 아이돌보미 근로계약서'라는 명칭의 표준계약서가 작성되었고, 이 표준계약서에는 원고들의 기본적인 업무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또 여성가족부가 발행한 '아이돌봄 지원사업 안내'라는 형식으로 서비스기관의 아이돌보미 관리에 관한 지침이 존재하였고, 이에 따라 서비스기관은 아이돌보미를 상대로 보수교육을 실시하고 간담회, 월례회를 개최했으며, 아이돌봄서비스 광역거점기관은 아이돌보미의 활동에 대하여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아이돌보미는 서비스기관을 통해 연계된 아이돌봄서비스 업무를 외부의 제3자에게 재위탁할 수 없었고, 서비스기관은 2013년 9월경부터 월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아이돌보미를 4대 보험에 가입시키고, 1년 이상 근무한 아이돌보미에 대해서는 퇴직 시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아이돌보미에게 지급하는 수당에 대하여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므로, 근로계약의 본질은 종속노동관계의 설정이고 이는 곧 근로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원고들을 비롯한 아이돌보미와 서비스기관 사이에 작성된 표준계약서에서, 근로자가 사용자와 종속관계에서 사전에 근로하기로 정한 시간을 의미하는 소정근로시간을 포함하여, 아이돌보미가 자신의 노동력을 서비스기관의 처분에 맡긴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근로계약의 본질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표준계약서를 작성함에 따라 아이돌보미와 서비스기관 사이에 성립한 계약이 종속노동관계의 설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이 계약이 체결됨으로써 아이돌보미에게는 서비스기관에 근로를 제공할 의무, 즉 서비스기관의 지시에 따라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의무와 그 대가로 임금을 받을 권리가 발생하여야 하는데,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만으로는 아이돌보미에게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히려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아이돌보미는 서비스 신청 가정과 연계된 경우에 한하여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인데, 서비스 신청 가정과의 연계 여부에 대한 선택권은 서비스기관에 있지 아니하고 아이돌보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속노동의 핵심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 것인데, 아이돌보미는 서비스기관에 출 · 퇴근할 의무가 없고,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를 제공할 의무도 없으므로(서비스기관은 아이돌보미가 돌봄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더라도 제재를 가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서비스기관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 것도 아니다"며 "아이돌보미는 아이돌보미 활동기간 동안에도 서비스기관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노동력에 대한 처분권을 온전히 보유하고 행사하는바, 아이돌보미가 서비스기관에 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여기에 아이돌보미가 서비스기관으로부터 받은 수당이 그들의 유일한 수입원이라고 볼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는 점까지 아울러 고려하면, 아이돌보미가 서비스기관에 전속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서비스기관과 아이돌보미 사이에 소정근로일수와 소정근로시간을 정한바 없고, 달리 아이돌보미들의 소정근로일수와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방법도 없다. 또 아이돌보미가 서비스 신청 가정과 연계되어 해당 가정에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다가도, 자신의 의사와 사정에 따라 서비스기관과의 관계 단절 없이 해당 가정에 대하여 돌봄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고, 표준계약서에 정해진 활동기간 동안 돌봄서비스를 전혀 제공하지 않아도 무방하며, 활동기간 동안 얼마든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서비스기관이 소속 아이돌보미를 상대로 간담회, 월례회를 개최하고 소속 아이돌보미에게 간담회, 월례회와 교육 참석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으나, 아이돌보미가 간담회, 월례회에 불참하였다는 이유로 제재 또는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서비스기관이 소속 아이돌보미에게 간담회, 월례회와 교육 참석을 요구한 것은 권고적인 것이라고 보일 뿐이고, 달리 그것이 강제성이 있는 것이라고 볼만한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2013. 9. 1.부터 아이돌보미에 대하여 4대 보험 가입이 이루어지고 퇴직금 제도가 시행되었으나, 이는 서비스기관과 소속 아이돌보미 사이의 약정 또는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성가족부의 지침에 따라 시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이와 같이 공적 사회서비스를 수행하는 아이돌보미의 처우 개선을 위해 시혜적으로 이루어진 조치가 거꾸로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 판단을 강화하는 징표로 작용하는 것에는 신중함을 기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들을 비롯한 아이돌보미가 서비스기관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을 비롯한 아이돌보미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설령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과 사이의 근로계약상 권리 · 의무는 원고들이 소속된 서비스기관인 광주 동구 · 서구 · 남구 ·  광산구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에 귀속된다고 보아야지, 서비스기관의 운영권한만을 위탁받은 것에 불과한 피고들에게 원고들과 사이의 근로계약상 권리 · 의무가 귀속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