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사 '불륜교수들의 덫'에서 방면
여강사 '불륜교수들의 덫'에서 방면
  • 기사출고 2006.10.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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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이유 있는 항변'에 무죄 판결
(서울=연합뉴스) 교수들에게 이혼녀와 '성관계'를 갖도록 한 뒤 이 사실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교수자리를 요구했다는 누명을 쓴 대학 여강사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지방의 한 사립대학 시간강사였던 A씨(여)는 같은 대학 교수인 김모씨 등 교수 2명으로부터 친구를 데려와 회식하자는 요구를 받고 2004년 6월 이혼녀인 친구 B씨를 불러 함께 술을 마신 게 화근이 됐다.

술자리가 끝난 뒤 김씨 등 2명의 교수는 B씨를 술집 부근 여관으로 데려가 서로 다른 방을 사용하면서 차례로 성관계를 가졌고 A씨가 다음날 B씨로부터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김씨 등은 성관계 사실을 비밀로 하면 교수를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A씨는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기재한 문건을 작성해 전달했으나 김씨 등은 성관계를 아예 없었던 걸로 해달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하자, 수치심을 느껴 강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또 A씨는 같은 해 11월 자신이 김씨 등을 계획적으로 함정에 빠뜨린 뒤 교수 자리를 요구했다는 소문을 다른 교수한테서 듣고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마음에서 사건의 전말을 적은 '총장님께 드리는 글'을 이메일에 담아 학과 다른 교수들에게 보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씨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해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대학에서 허위 소문이 유포돼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메일을 발송했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 결론을 뒤집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이강원 부장판사)는 23일 강요 미수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교수가 되려고 김씨 등을 협박하려 했다는 강요미수 혐의에 대해 "김씨 등이 성관계를 가진 데 대해 피고인의 남편과 모친으로부터 항의를 받아 심리적인 위축 상황에 놓여 있었으나 그런 상황이 비롯된 원인도 따지고 보면 스스로 제공한 것인 만큼 피고인이 성관계를 폭로하겠다며 암시적으로 협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성관계' 사실이 담긴 이메일을 다른 교수들에게 보낸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불특정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공연성)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의 '정당행위'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 등이 다른 교수들에게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성관계를 갖게 하고 이를 이용해 교수가 되려 한다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인정돼 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이메일을 보낸 것은 그 경위와 목적, 수단 등에 있어 위법성이 없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결론냈다.

명예훼손죄는 불특정 다수에게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성립하지만 사회 상규(常規 ㆍ 보통의 경우에 널리 적용되는 규칙이나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인정돼 처벌받지 않는다.



김태종 기자[taejong75@yna.co.kr] 2006/10/23 10: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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