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팔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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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6.10.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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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변호사]
최근 들어 성폭행 관련 기사들이 연일 자식 키우는 부모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인천 연쇄 성폭행 용의자가 동종 전과로 출소한 지 16일 만에 재범한 사실이 드러났고, 경기에서는 강간치상죄로 복역한 자가 출소 직후부터 열 차례의 성폭행을 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속초에서, 청주에서, 대구에서 성폭행한 범인도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재범자다.

◇이춘희 변호사
이렇듯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들의 재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들에 대한 제도적인 관리 · 감시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에 의하면 성폭력범죄의 원인은 여러 가지라고 한다. 잘못된 가치관과 절제되지 못한 욕망이 주인이겠지만 사회적 환경, 범죄자의 정신적 상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성범죄를 유혹하는 요인들은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라고 다를까. 우후죽순처럼 늘어선 러브호텔이며, 여과 없이 방송되는 성적 프로그램, 넘쳐나는 상업화한 성적 유혹을 보면 우리 사회는 아무래도 '성을 권하는 사회'인 듯하다.

성범죄자들은 정신적으로도 왜곡된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어릴 때 이혼 등으로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이 여성에 대한 복수심으로 발전하고, 엄한 아버지에 눌려 자라면서 어린이 성폭행을 탈출구로 삼기도 하며, 어려서 성추행을 당한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이 고통 받는 것을 택한다고 한다. 어린이만 보면 성적 흥분을 느낀다는, 생리적인 문제를 가진 범죄자도 있단다. 이렇듯 인격장애나 성격장애로 인한 범죄는 치료와 교육이 필요하다. 처벌만이 능사일 수는 없다.

그러나 성범죄로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 고통은 치명적이다. 특히 어릴 때 성폭행당한 사람은 성장해서도 치유하기 힘들고,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이 피해를 당하면 대부분 영구적 정신장애를 입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병적으로 다중 인격자가 되기도 하고, 무단가출해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떤 정책도 중도를 벗어나면 문제가 생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권익을 어떻게 균형 있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 형사정책의 딜레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형사정책이 범죄자의 권익보호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성범죄에 있어서도 재범방지책이나 피해자보호대책은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성범죄재발 방지책의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은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성범죄 재발방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해 미국 플로리다주는 성범죄자에 대한 주거제한, 위성추적장치와 연결된 전자팔찌 착용을 의무화했고, 캘리포니아주도 성범죄자에게 평생 전자팔찌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상정해두고 있다. 캐나다, 영국 등도 전자감독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 일부 주는 화학적 거세나 외과수술을 통한 거세까지 합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있어 만기 출소자는 보호관찰 대상이 아니고, 사회보호법 폐지로 보호감호제도가 사라지면서 상습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성폭력범죄로 2회 이상 실형을 받은 재범자를 중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후적 처벌이 과연 재범 제어기능을 다할지는 의문이다.

작금에 시행되거나 논의되고 있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주거제한, 전자팔찌 제도 등은 여러 부작용을 불러 올 수 있다. 미국에서는 그러한 조치들이 성범죄 발생률을 낮추기는 했지만 과도한 조치로 또 다른 인권침해가 문제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최근 성범죄자의 공개된 신상이 인터넷을 떠돌면서 뜻하지 아니한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범죄의 반복성과 피해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잠재적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방안의 하나로 형의 보호관찰부 선고유예, 보호관찰부 집행유예, 보호관찰부 가석방 등에서 보호관찰의 한 조건으로 전자팔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어느 전문가의 견해에 공감한다. 더 나아가 일정횟수 이상의 성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형집행종료 후 일정 기간 전자팔찌를 의무적으로 착용토록 하는 제도적 방안도 마련했으면 한다. 우리의 자녀들은 너무도 고귀하기 때문이다.

◇대한변협신문에 실린 이춘희 변호사님의 글을 변협과 필자의 양해아래 전재합니다.

대구지방변호사회 이춘희 변호사(lch2013@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