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기업과 법] 투자자 소송
[리걸타임즈 기업과 법] 투자자 소송
  • 기사출고 2019.06.1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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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 확산과 함께 기업 · 경영진 상대 소송 증가

I. 들어가며

작년 분식회계 논란으로 소란스러운 한 해를 보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투자자 350여명이 최근 80억원 규모의 공동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허위로 사업보고서를 작성 · 공시하는 바람에 이를 믿고 주식을 거래한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다.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주들 또한 회사를 상대로 공동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의 성분변경을 은폐하고 사업보고서를 허위기재한 이들 회사로 인하여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최영익 변호사
◇최영익 변호사

진매트릭스 집단소송 화해로 종결

올 초에는 진매트릭스의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증권관련집단소송이 소 제기 5년 만에 화해로 마무리되기도 하였다. 진매트릭스의 소액주주들은 지난 2011년 회사의 대표 등의 주가 조작으로 피해를 봤다며 36억원 가량의 손해배상을 구하였고, 지난해 집단소송 허가결정을 얻은 바 있다.

이처럼 주주행동주의의 확산과 함께 주주 또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적 악화 등으로 인한 투자손실을 보전하기 위하여 기업과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양상이 증가하고 있다. 소송의 양태 또한 일반적인 공동소송에서부터 증권관련집단소송까지 다양하다. 이번호에서는 투자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는 다양한 손해배상 소송의 종류를 개괄한다.

Ⅱ. 통상공동소송

수인의 원고가 당사자로서 소송에 참여하는 민사소송법상의 통상공동소송은 다수당사자 소송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다. 판결의 효과는 원고로 참여한 피해자들에게만 미친다. 즉 원고가 승소하더라도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는 승소 판결의 효과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배상을 받기 위하여는 직접 소송에 참가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소송대리인이 피해자들로부터 일일이 수권을 받고 이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소송을 수행하는 데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선정당사자 제도로 보완

한편 민사소송법은 선정당사자 제도를 통하여 공동소송의 실무상 어려움을 일정 범위 내에서 보완하고 있다. 선정당사자 제도는 공동의 이해관계에 관하여 각각의 피해자인 선정자가 피해자들 중 선정당사자를 선출하여 수권(授權)을 함으로써 그 선정 당사자가 모두를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선정당사자 제도는 기본적으로 공동소송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선정당사자가 다수의 원고들을 대표하여 소송을 수행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피해의 범위가 광범위하여 개별 피해액의 특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활용이 어렵다. 또한 다수의 피해자들이 자신들을 대표할 선정당사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선정당사자가 소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많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선정당사자 제도 또한 크게 활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 결국 피해자의 구제와 권리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는 명시적인 수권을 받지 않아도 판결의 효과를 피해자 총원에게 미치게 하는 집단소송의 방식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Ⅲ. 주주대표소송

소수주주가 회사를 위하여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서 제기하는 소송인 주주대표소송이 있다. 상법상의 주주대표소송은 위의 공동손해배상소송이나 후술하는 증권관련집단소송과는 성격이 다소 상이하다.

원칙적으로 이사에 대한 책임의 추궁은 회사가 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임원들 간의 인적 관계, 지배주주의 영향력 등의 사정으로 회사가 소를 제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상법은 이렇게 회사가 이사에 대하여 책임을 추궁할 소를 제기하여야 하는데도 회사가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 비상장법인의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한 소수주주 또는 상장법인의 경우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발행주식 총수의 0.01% 이상을 보유한 소수주주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승소 이익 회사에 귀속

대표소송은 소수주주가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는 것이므로 원고인 소수주주가 승소하면 그 이익은 회사에 귀속된다. 그러한 점에서 승소한 원고에게 이익이 귀속되는 일반 공동소송이나, 피해자 전원에게 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증권관련집단소송과는 차이가 있다.

Ⅳ. 증권관련집단소송

1. 의의

증권 거래와 같은 사건은 개별 피해자 각자가 입은 손해는 비교적 소액인 반면 소송비용과 절차는 과다 · 복잡하여 피해자 각각의 구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 2005년 아시아 최초로 증권 관련 분야에 특수한 집단소송제를 도입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은 유가증권 거래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를 위한 집단소송의 요건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증권관련집단소송이란 상장법인 증권의 매매 또는 그 밖의 거래과정에서 다수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중의 1인 또는 수인(數人)이 대표당사자가 되어 수행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말한다.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은 법의 목적을 증권의 거래과정에서 발생한 집단적인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고 이를 통하여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선언하고 있다.

제외신고 안 한 총원에 효과 발생

본 제도는 자본시장에서의 일정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유사한 형태의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을 대표하여, 대표당사자가 불법행위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그 판결의 효과는 피해자 전원에게 적용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일반적인 공동소송절차에서는 소송에 참여한 원고들만이 판결의 효과를 적용 받는 반면, 집단소송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총원에 포함되기만 하면 적극적으로 소송 제외신고를 하지 않는 한 소송에 참여한 효과가 발생하여 판결의 효과를 받을 수 있다.

2. 증권관련집단소송의 요건

집단소송제도 도입의 목소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있어왔지만 남소(濫訴)에 대한 우려와 이로 인한 기업
경영활동의 위축, 기업의 대외신인도 저하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되면서 실제 도입은 미루어져왔다. 2005년 증권 분야에 한정하여 도입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은 위와 같은 기업의 부담을 고려하여 남소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증권관련집단소송은 법원으로부터 소송허가를 받아야 하며, 대표당사자와 소송대리인의 자격이 제한된다.

발행증권 총수 1/10,000 이상 필요

또한 증권관련집단소송은 피해자들의 총원, 즉 구성원이 50인 이상이고, 청구의 원인이 된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구성원들이 보유한 증권의 합계가 피고회사 발행증권 총수의 1만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 소송의 대상은 자본시장법 상의 불공정행위, 즉 분식회계, 부실감사, 허위공시,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로 한정되며, 증권관련집단소송이 피해자들의 권리 실현이나 이익 보호에 적합하고 효율적인 수단임이 인정되어야 한다. 문언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증권을 발행한 회사뿐만 아니라 위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상대방이 될 수 있는 다른 채무자들도 피고 적격이 있다고 본다.

대표당사자와 소송대리인의 자격과 관련하여, 최근 3년간 3건 이상의 증권관련집단소송의 대표당사자 또는 대표당사자의 소송대리인이었던 자는 대표당사자 또는 원고 측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 아직 위의 요건을 갖추어 소송대리인이 결격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단지 집단소송에 여러 번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송대리인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집단소송 전문가의 양성을 저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개별 소송대리인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3. 진행 절차

절차적으로, 증권관련집단소송을 제기하고자 하는 자는 법원에 소송허가를 신청하여야 한다. 신청을 받은 법원은 소 제기 사실을 공고하고 대표당사자를 선임한다. 대표당사자는 구성원 중 해당 증권관련집단소송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가장 큰 자 등 총원의 이익을 공정하고 적절하게 대표할 수 있는 구성원이어야 한다.

대표당사자는 소송허가 신청의 이유를 소명하여야 하며, 법원은 소를 제기하는 자와 피고를 심문하여 소송허가 결정을 내린다. 소송허가 결정이 내려진 경우 본안절차에 들어가게 되며, 확정판결은 제외신고(optout)를 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에게도 효력을 미친다. 원고 측이 승소하여 판결이 확정된 경우, 대표당사자는 취득한 집행권원을 바탕으로 권리를 실행하여 금전을 취득하고 이를 법원에 보관한다. 그 후 법원의 직권 또는 대표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선임된 분배관리인이 분배계획안을 작성하여 인가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구성원은 분배계획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분배관리인에게 권리를 신고하고 분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잔여금은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피고의 출급청구에 의하여 피고에게 지급한다.

4. 증권관련집단소송의 실무상 어려움과 제언

매년 수 백 건의 불공정거래 사건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2005년 증권관련집단소송법 시행 이후로 현재까지 법원에 제기된 증권관련집단소송은 겨우 14건에 불과하다. 이중에서도 실제 소송허가를 받은 사건은 6건에 불과하다.

소송허가 6건 불과

소송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법원에서도 절차 진행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 이렇듯 도입 당시 제기되었던 남소의 우려가 무색하게 증권관련집단소송은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증권관련집단소송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요인으로는 대표적으로 지나치게 엄격한 허가 절차와 대표당사자에게 부과되는 과도한 부담이 지적된다.

특히 사전 허가 절차는 증권관련집단소송을 지연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전 허가 신청은 말 그대로 집단소송이 법에서 정한 허가 요건을 형식적으로 갖추었는지를 중심으로 심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해당 소송이 승소가능성이 있는지까지 심리하다보니 사실상 본안을 심리하는 수준으로 허가 신청을 심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소송 제기부터 소송허가를 받기까지 5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실상 6심제' 비판도

입법론적으로는 집단소송의 허가결정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문제적인 조항으로 지적된다. 즉, 1심에서 소송허가결정이 나더라도 피고 측이 즉시항고하면 결정의 집행이 정지되고, 이로 인하여 원고인 주주는 본안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다. 2심에서 다시 허가결정을 받아도 재항고를 하면 다시 집행이 정지되기 때문에, 결국 허가 단계에서부터 3심제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두고 증권관련집단소송은 사실상 6심제라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증권관련집단소송에 한하여 즉시항고의 집행정지효력을 제한하는 방안, 소송 불허가 결정에 대하여만 즉시항고가 가능하게 하는 방안, 소송허가결정 기한을 3개월 이내로 규정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다.

다음으로, 소 제기 시 대표당사자가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되어 집단소송의 제기를 꺼린다는 점이 지적된다. 현행 증권관련집단소송법 하에서는 원고가 패소할 경우 피고 측의 막대한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 이를 위해 현재 5000만원으로 되어 있는 인지대 상한을 낮추는 한편 대표당사자가 패소한 경우에도 선의로 소송을 제기하였다면 과실이 있더라도 상대방의 소송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민사소송법에 대한 특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서 집단소송제도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소송 관여 횟수에 따라 소송대리인의 자격이 제한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설령 원고가 패소를 하더라도 악의로 소송권을 남용한 경우(frivolous suit)가 아니라면 상대방의 소송비용을 물어주지 않고, 소송비용은 당사자들이 각자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일찍이 증권소송개혁법을 통하여 대표당사자의 선정방법 구체화, 소장의 기재요건 강화, 대표당사자의 보상범위 및 변호사 보수액 제한, 손해배상액의 구체적 산정기준 마련 등 집단소송의 요건을 엄격화한 바 있다. 집단소송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미국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증권관련집단소송의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다.

V. 결어

증권 사건은 사건의 복잡성과 전문성으로 인하여 투자자와 회사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두드러지는 분야이다. 이에 투자자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여 권리 구제를 받는데 실무상 어려움이 많다. 개별 투자자들이 소송을 통하여 보전할 수 있는 인당 손실이 소송을 수행하기 위하여 지출하는 비용보다 적다면 소송을 할 유인이 없어지고, 다수의 피해자가 침묵함으로써 회사의 불공정행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증권관련집단소송은 소송경제의 측면에서, 그리고 피해자의 권리 구제의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제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증권관련집단소송은 그 공익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전술한 규정의 정비 외에도 증거개시제도의 도입이나, 금융위원회 등 관계당국의 자료 제공 협조 등을 법문화하여 집단소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최영익 변호사(법무법인 넥서스, yichoi@nexusla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