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자신 험담한다는 생각에 직장 동료 대화 몰래 녹음…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유죄"
[형사] "자신 험담한다는 생각에 직장 동료 대화 몰래 녹음…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19.06.0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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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녹음기능 켜둔 상태로 MP3 놔둔채 외출해 녹음"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4월 25일 직장 동료들이 자신을 험담한다는 생각에 물증을 잡기 위해 동료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2018노1647)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5월 23일 오전 10시쯤 안산시에 있는 지역자활센터 수공예 사업장에 있는 의류판매점에서 녹음기능을 켜둔 상태로 자신의 MP3를 파우치(작은 주머니)에 넣어 매장 내에 두고 외출하여 직장 동료 3명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동료들이 자신에 대해 험담하며 따돌린다고 생각하고 그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여 관리청에 문제를 제기하려는 생각으로 이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선 실제로 녹음이 있었는지에 대한 치열한 증거 다툼이 벌어졌다. A씨가 매장을 나간 후 동료들 중 1명이 A씨가 두고 간 파우치에서 MP3를 발견했으나, 이후 또 다른 동료가 이 MP3를 부수어버려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 녹음을 입증할 녹음파일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A씨는 재판에서 "동료들이 나를 괴롭히는 상황에 대한 자료 확보를 위해 2017년 4월 말과 5월 초경 매장에서 함께 있거나 회의를 하던 중 동료들이 나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욕설을 하는 것을 녹음한 사실은 있으나, 이 사건 당시에는 MP3와 이어폰이 들어있는 파우치를 깜빡 잊고 매장에 두고 나갔을 뿐 대화를 녹음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매장 CCTV에 찍힌 A씨의 모습과 파우치에서 MP3를 발견하고 놀란 동료들의 진술 등을 볼 때 A씨의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MP3에 불이 깜박거려서 녹음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일치된 진술을 하였는데, CCTV 저장 CD에 나타난 MP3 발견 당시 피해자들의 놀라는 표정과 행동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들의 이와 같은 진술이 허위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자 중 1명은 '눈이 안 좋아서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는데, 잘 보이지 않아 선글라스를 벗고 재차 빨간불이 깜박이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이 피해자가 불빛의 색을 명확히 기억하는 납득할만한 이유까지 구체적으로 들고 있는데, 이는 CCTV 저장 CD에 수록된 영상과도 일치하는 점, 또 다른 피해자는 깜박이던 불빛의 색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은바, 피해자들이 미리 진술 내용을 일치시킨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들의 진술은 허위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당시 MP3는 녹음기능이 작동 중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 MP3는 녹음기능이 작동될 경우 'REC'가 빨간색으로 켜진 후 깜박인다.

이어 "(매장 CCTV 영상에 찍힌) 피고인이 (5월 23일) 09:31경 피해자들이 보지 못하게 뒤돌아서서 몰래 파우치 앞주머니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무엇인가를 조작하는 듯한 모습, 17:11경 매장으로 돌아온 피고인이 17:13경 파우치 안에서 MP3를 찾지 못하자 당황하며 주변을 살피는 듯한 모습 등은 파우치를 깜빡 잊고 매장에 두고 나갔을 뿐이라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보다는 피고인이 MP3 녹음기능을 켜둔 채 매장을 떠났다는 공소사실에 더 어울린다"며 "피고인이 사건 당시 MP3의 녹음기능을 켜둔 상태로 파우치 앞주머니에 넣은 후 이를 매장 내에 두고 외출하여 피해자들의 대화를 녹음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대화 내용을 무단으로 녹음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보장이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상황 등에 비추어 그 죄책이 가볍지 아니하다"고 지적하고,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서 범행 경위나 범행 동기 등에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통신비밀보호법 3조 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법 16조 1항 1호는 "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