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금융기관이 회생절차 · 회생기업에 비협조적"
"공공 금융기관이 회생절차 · 회생기업에 비협조적"
  • 기사출고 2019.05.21 17: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창현 변호사, 채무자회생법학회 심포지엄에서 지적
"ARS, 인가 전 M&A 기회로 활용하자"

'회생신청 자체에 대하여, 회생법원에 기관 명의로 서면 또는 전화로 반대 의사표시를 적극 표명', '회생법원의 안내와 달리 자산매입, 자금지원 등은 우리 업무가 아니거나 취급하지 않음'.

법무법인 대율의 안창현 대표변호사에 따르면, 민간 금융기관보다 공공 금융기관이 회생절차나 회생기업에 대하여 비협조적이거나 이해가 부족하다고 한다. 앞에 소개한 예시도 회생 절차 진행 중 일부 공공 금융기관 담당자가 언급한 사항들로, 회생계획안 동의 여부에 대해서도, ①채권자에게 손해를 입힌 상황에서 어떻게 동의를 구하느냐, ②작은 기업이나 적은 금액은 검토를 하지 않는다, ③중소기업의 회생에 동의를 해 준 적이 없다, ④(지분 보유 조항과 관련하여) 경영권을 유지하거나 지분을 많이 가지려고 하면서 어떻게 회생계획안 동의를 구하느냐, ⑤우리가 받아야 할 돈을 다른 채권자에게 왜 주는 것이냐, ⑥(대표자의 일반회생에 대하여) 대표자의 회생은 부동의 원칙이고 법인의 변제금액만큼 변제해 주지 않으면 동의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공공 금융기관의 기업회생, 특히 중소기업 회생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고, 해당 기관과 회생법원 간의 협력 방안에 대해 보다 심층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안 변호사의 의견.

◇법무법인 대유의 안창현 변호사가
◇법무법인 대율의 안창현 변호사가 "기업구조조정제도의 최근 동향과 산은의 역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안 변호사는 5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회장 최우영) 주최 "기업회생제도의 최근 동향과 전망"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기업구조조정의 최근 동향 및 산은의 역할"이란 주제의 토론을 통해 이같은 의견을 제시하고, "특정 기관에서는 회생계획으로 출자전환된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표시하면서도, 지분보유조항에 대해서는 상세히 검토해 보지 않고 그 조항을 이유로 회생계획안에 부동의를 한 경우도 있는데, 지분보유조항 등은 중소기업과 대표자의 회생과 정상화에 유인을 제공한다는 점을 적극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회생계획안상 지분보유조항(ERP)은 출자전환 주식을 종류주식(상환전환우선주, 무의결권 주식 등)으로 발행함으로써 회생기업에 상환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대표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중소기업과 대표자가 회생절차를 꺼려하는 대표적인 이유가 기업 경영권 상실인데, 위와 같은 지분보유조항은 기업의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회생절차 수행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 변호사는 이날 법률사무소에서 회생절차의 신청 대리 업무를 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회생절차의 최근 동향, 회생절차에서 시도되고 있는 사적 구조조정과의 결합을 통한 하이브리드 구조조정의 유형과 운영 실태 및 그에 대한 개선방안에 대해 상세히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발표 내용 중 주요 대목을 요약해 소개한다.

◇신규 자금 지원(DIP financing 등)=신규 자금 지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과의 협약이 되어 있으나, 실무상 중소 회생기업에 신규 자금 지원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유관기관에 문의하여 보아도 긍정적인 회신을 주는 곳은 거의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운용사에게 문의를 하여도 광범위한 실사자료들의 선 제출을 요구하거나 회생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등의 회신을 통해 사실상 자금 지원 절차에의 접근조차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이와 같은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자금이 그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중소 회생기업에게까지 내려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을 실감하게 된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자금 운용사들의 선별적, 소극적 대응으로 인해, 펀드 자금 운용이 자금이 필요한 중소 회생기업을 외면하여 왔던 것이 종래의 현실이었던 것 같다.

안 변호사는 특히 "회생기업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 이후 회생절차가 기각, 폐지되면 해당 자금의 우선적인 환수가 보장되지 않는데, 이것이 회생기업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회생신청 이후의 차입금이 파산절차에서도 최우선 변제권을 가지는 재단채권으로 인정된다는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회생기업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산 매각 후 임대 프로그램(Sales & Leaseback Program)=서울회생법원은 캠코와 유암코에서 자산 매각 후 임대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유암코에서는 동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캠코는 동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회생계획안 인가 이후 시점에 예산이 남아 있는 범위 내에서 진행하되, 그마저도 실사를 거쳐서 상대적으로 우량한 기업만이 그 대상이 되는 것으로 종래 실무 운영을 하여 왔던 것 같다. 그리고 캠코의 매입 대상은 공장 기계를 제외한 부동산이고, 매입가격도 감정평가액이나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최근 캠코는 회생절차 진행 중에도 동 프로그램을 운용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 같은데, 동 프로그램의 대상회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고, 매입대상을 기계장치 등 담보물 전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매입가격도 시세에 준하는 수준으로 상향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대부분 회생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담보가치 상당액으로 매수하고 담보권을 취득하면 캠코에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보증 제공=회생법원에서는 소위 종결 파이낸싱(Exit Financing) 또는 원활한 시장 복귀를 위해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의 신용보증 제공을 통한 자금 대출을 소개하고 있으나, 실제로 보증기관에서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주기업의 경우 보증서 발급이 사업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회생기업에 대한 보증기관의 보증서 발급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현금 제공 조건으로 보증서를 발급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생계획안상 채무 변제 완료시에만 보증서를 발급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와 같은 수주기업의 보증서 발급 지원을 회생절차 지원 항목으로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생절차에서의 M&A의 최근 동향=종래 SM그룹 등 일부 플레이어들이 회생절차에서의 M&A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에는 유암코 등 NPL 채권자들과 기업구조혁신펀드 운용사들이 회생절차에서의 M&A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특히 유암코는 경남 지역의 조선, 자동차 관련 회생기업들을 대상으로 M&A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최근 수도권에 있는 회생기업들을 대상으로 M&A를 적극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최근 회생기업에 대한 M&A의 참여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한편 최근 회생절차에서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의 M&A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즉 회생절차에서의 M&A시 잠재적 인수예정자(Stalking Horse)를 두고 M&A 입찰 절차에서도 우선권을 부여한 후 잠재적 인수예정자와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의 절차 진행을 통해 회생절차에서의 M&A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사전 회생계획안 제출 제도(P-Plan)=채무자회생법 223조 1항은 "채무자의 부채의 2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 또는 이러한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채무자는 회생절차개시의 신청이 있은 때부터 회생절차개시 전까지 회생계획안을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의 P-Plan은 동 조항에 따라 사전 회생계획안 제출 제도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 즉 회생절차개시신청 이전에 회생법원 외에서 이해관계인들과의 사전 협상(자율협약, 워크아웃에서의 협상 포함)을 거친 후 회생절차개시 전까지 사전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회생절차가 진행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의 P-Plan 사례는 많지 않은데, 창원지방법원의 ㈜성우엔지니어링, 수원지방법원의 미주제강㈜, 서울회생법원의 ㈜레이크힐스순천, ㈜대지개발, ㈜버드우드 등 골프장 운영업체 3곳 등이 그 예시가 된다. 위 사례들을 살펴볼 때, P-Plan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신규 자금 지원이나 (스토킹호스 방식) M&A 투자 활성화가 전제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레이크힐스순천 사례는 ㈜골프존카운티가 스토킹호스 방식 M&A로 인수하는 것을 전제로 사전 회생계획안이 작성되었고, P-Plan과 스토킹호스 방식 M&A가 결합된 사례로, 개시결정일부터 47일만에 인가에 이르렀다.

◇5월 17일 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주최로 기업회생제도의 최근 동향과 전망을 알아보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안창현 변호사가 기업구조조정의 최근 동향에 대해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5월 17일 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주최로 기업회생제도의 최근 동향과 전망을 알아보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안창현 변호사가 기업구조조정의 최근 동향에 대해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은 회생절차에서 법원이 개시결정을 늦추고 그 사이 회생기업이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워크아웃절차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조정 환경을 조성하는 제도로, 회생법원이 적극 적용하는 추세다. 회생법원이 개시결정을 늦추는 사이 포괄적 금지명령과 보전처분 아래서 회생기업과 채권단이 협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는 특징이 있다. 회생법원은 회생기업과 채권단의 협의 과정에서 드러난 사항을 반영해 단기법정관리 제도인 사전 회생계획안(P-Plan) 제도를 이용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다이나맥, ㈜일송개발(레이크힐스용인CC 등), 의료법인 제일의료재단(제일병원), ㈜동인광학 등에 회생신청 이후 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적용하여 개시결정을 미룬 바 있지만, 채권단과의 협의가 완료된 형태의 자율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다이나맥 케이스를 예로 들면, 1977년 설립된 자동차 부품업체로서, 현대, 기아, BMW, 폭스바겐 등 국내외 완성차업체에 납품해온 이 회사는 자동차업계 불황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여 2018년 8월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했다. 서울회생법원은 곧 이어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리고 ARS 프로그램을 적용, 9월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개시를 10월 29일까지 보류하는 개시보류 결정을 하고 개시결정을 한 차례 연장했다. 이후 최대 채권자인 기업은행과 워크아웃 등 자율구조조정 협의에 들어갔으나 기업은행이 채권을 매각하면서 협의가 무산되었고, 이에 법원은 11월 28일 다이나맥에 개시결정을 내렸다. 이후 다수의 투자자들과 매각 협상을 벌여왔으나 신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에 봉착하여, 회사는 최근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개매각절차에 돌입하였다.

1983년 문을 연 일송개발은 레이크힐스용인CC(27홀 회원제)와 레이크힐스안성GC(9홀 퍼블릭)을 운영해 오다가 2014년부터 적자폭이 커지면서 지난해 11월 22일 회생법원에 문을 두드렸다. 일송개발은 회생을 신청하면서 DIP금융(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투자금)을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ARS을 신청하였다. 일송개발은 이 기간 안에 투자를 받아 회사가 보유한 용인CC와 안성GC의 재무구조를 개선, 채권단과 '사전협상' 회생계획안을 수립하는 P플랜으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전략을 세웠고, 법원은 11월 29일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회사의 출구전략과 달리, 용인CC는 우발채무로 인해 자율구조조정에 이르지 못하였다. 계열사인 제주CC가 회원들에게 용인CC를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부여했으나, 이같은 이용권이 향후 우발채무화 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우발채무의 규모는 약 1000억원이었는데, 법원은 채권시부인 절차 등 우발채무의 확정 절차를 위해 개시결정을 내렸다.

1963년 국내 첫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개원한 제일병원은 출산율 감소 등이 원인이 되어 경영난에 빠졌다. 병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외래진료를 중단하면서 폐원위기에 봉착하였다. 병원이 회생신청을 공언하면서 한 투자자가 구체적인 인수조건을 제시하였는데, 당시 제시된 인수조건은 무상출연금 50억원과 신규자금 250억원이었다. 이같은 투자조건이 알려지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세졌고, 낮은 인수금액과 차입금이 늘어나는 방식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병원측이 공개협상과 무상출연금 300억원을 제시하면서 협상을 위한 시간이 필요해졌다. 병원은 올 1월 28일 회생개시신청을 하고 서울회생법원은 2월 25일 개시결정 유보결정을 내렸다. 인수조건을 제시한 투자자와 충분한 협상시간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M&A 등 투자협상이 지지부진해지고 마땅한 인수인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법원은 2019년 4월 25일부로 개시결정을 내렸다. 제일병원은 최근 병원 부지 소유권을 부동산 사모펀드에 이전하고 매각대금으로 1300억원대 채무를 일시 변제하고 일부 잔금으로 병원을 이전할 계획을 밝혔다.

ARS 적용 대상인 사건에서 최대채권자의 의견을 확인해 보면, 회생신청을 하였으니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절차가 필요 없다는 답변을 듣게 되는데, 공적 구조조정과 사적 구조조정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경향이 강하고 양자의 구조조정 방법의 융합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안 변호사는 "자율구조조정은 개시결정 보류 기간 안에 채권자와 워크아웃 협의에 이를 수 있도록 충분한 협상 공간을 만들어 주는데 의의가 있고, 회생 초기에 신규자금 등을 유치해 기업가치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회생기업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에 대해 채권단의 권리보장이 미흡하다는 점과 신규자금에 대한 충당금 적립문제가 ARS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은 산은의 지적과 같다"며 "따라서 ARS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신규자금 투자에 대한 최우선권을 보장하는 입법과 충당금 적립문제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또 "일송개발과 제일병원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ARS가 인가 전 M&A의 공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즉 채권단과 워크아웃 등 신규자금을 투자받는 자율구조조정의 공간보다는, ARS가 인가 전 M&A를 신청 초기에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다"고 주목했다. ARS가 회생신청 초기 M&A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회생기업이 이 기간에 투자자를 유치해 M&A 형태로 회생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