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공정거래 형사사건 동향 및 대응전략
[리걸타임즈 칼럼] 공정거래 형사사건 동향 및 대응전략
  • 기사출고 2019.05.02 09: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완식 · 강동근 변호사]

이번호부터 기업법무의 주요 분야 중 하나인 공정거래 이슈에 대한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앤장 공정거래팀의 전문가들이 두 달에 한 번꼴로 정기적으로 기고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공정거래법 위반사건의 검찰 고발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최근 경제개혁연구소에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고발조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6월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2018년 말까지 고발 건수는 총 249건(사업자 및 사업자단체 208건, 개인 41건)으로 2011년에 비하여 4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여전히 카르텔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만 부당지원, 하도급위반, 공시위반 등으로 고발 대상도 다양화되었다.

◇강동근(왼쪽) · 이완식 변호사
◇강동근(왼쪽) · 이완식 변호사

고발 건수 4배 가까이 증가

한편 검찰은 2015년 2월 서울중앙지검에 공정거래 전담수사 부서를 신설한 후 새만금방수제 입찰담합 사건에서 최초로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 행사, 소형 베어링 판매가격 담합 사건에서 최초로 외국법인 기소, 공정위 고발이 없는 상황에서 피자가맹점 운영자의 갑질, 통행세 수취 행위에 대한 선제적 수사 등 공정거래법 분야에 대한 수사역량을 강화해 왔다.

특히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검찰의 독자적인 수사가 가능해지므로 '형사화'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하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는 구별되는 검찰 수사의 특징을 소개하고, 형사처벌 강화에 따라 실무상 예상되는 대응전략의 변화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공정위 조사와 검찰 수사의 차이

현행 전속고발제도 하에서 고발 조치는 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조치 중 하나이다. 실무상 공정위에서 회부된 사건을 심의한 결과, 위법성이 인정될 경우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제재가 우선 논의되고 법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거나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고발조치까지 추가하여 의결하는 것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정위 처분이 부당하여 불복을 하고자 하는 피심인은 그 동안은 처분통지를 받을 날로부터 30일 내에 제기하도록 되어 있는 행정소송 준비에 주력해 왔으나, 고발조치가 내려진 경우 행정소송과 함께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상황이 변화되었다. 공정위 조사와 구별되는 형사사건의 특성을 반영한 추가적인 대응전략의 수립이 요청되고 있다.

우선 공정위 조사는 법의 수명자인 '사업자'의 위반행위 여부가 대상이지만, 검찰 수사는 형사처벌의 기본적 대상인 자연인(개인)의 법 위반행위 여부에 주목한다. 특히 법 위반행위가 있었다는 사실 이외에 지시, 보고, 결재 등을 통한 위법행위의 최종적인 의사결정자를 밝히는 수사가 필연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즉, 공정위가 법인만 고발하였다고 하더라도 실무자들의 위법행위 여부를 일차적으로 규명한 후 양벌규정에 따른 법인의 관리감독상의 책임 유무를 추가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수사의 일반 원칙이기 때문이다.

자연인의 법 위반행위 여부에 주목

실무자들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중대한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어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은 공정거래법 제71조에 따른 고발 요청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일반 형사법 위반으로 검찰이 독자적으로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형사처벌 대상의 확대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다.

검찰은 그동안 여러 건의 건설사 입찰담합 고발사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된 법인 이외에 담합에 가담한 실무자를 형법상 입찰담합죄나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추가 인지하여 처벌을 해 왔다.

특히 가장 중한 위법행위로 실무상 인정되는 카르텔 사건의 경우에 법인에 대해 최대 벌금 2억원의 재산형 제재만으로는 사업자의 반복적 위법행위를 억지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위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행위에 관여된 임직원들의 책임 범위에 관한 이슈가 중요하게 부각되므로 관련자들의 역할 등에 관한 사실관계 정리와 소명에 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다음으로 공정위 심의와 의결을 통해 위법성에 대한 일차적인 판단이 내려져 형사고발이 이루어졌지만, 유죄의 최종적인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검찰 수사과정에서 형사증거법 원칙에 따른 엄격한 증거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고, '경쟁제한성', '부당성', '공정거래 저해성' 등 경쟁법적 요건도 형사처벌 조항의 구성요건이므로 증명의 대상이며, 입증의 정도도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 행정사건보다 높은 수준의 증명이 이루어져야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엄격한 증거 판단 필요

작년 대법원은 "불공정거래행위에서의 '공정거래 저해성' 역시 형벌의 객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므로 행위자가 인식해야 할 대상으로서 '고의'의 내용을 구성하고, 복잡한 규범적 · 경제적 분석과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행위자에게 범죄의 구성요건인 '공정거래 저해성'에 관한 '고의'를 인정하는 데 신중하고 명확하게 심사함으로써 형사절차에서 수범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처벌을 받을 우려를 제거할 수 있지만, 형사처벌과 달리 제재적 처분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행위자에게 그 임무 해태를 정당화할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처분이 가능하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두1365 판결)"고 판시함으로써 형사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정거래 저해성에 대한 고의의 내용과 입증의 정도가 행정처분과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검찰이 작년 말 공정위의 자동차 부품사의 밀어내기 고발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이유도 피해사실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점에 있었다.

'자동차 부품사의 밀어내기' 무혐의 처분

최근 고발이 늘어나고 있는 부당지원, 사익편취 등 거래의 동기와 공정성 여부, 정상가격의 입증 등이 쟁점이 되는 고발사건에서 공정위 처분보다는 더 엄격한 증거에 의해 높은 수준에서 증명이 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입증의 정도' 차이를 반영한 대응 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검찰 수사 환경도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2018. 8. 21. 공정거래위원장과 법무부장관은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소위 경성카르텔에 대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합의안에 서명을 하였다. 이러한 합의안은 이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구체화되었지만, 공정위와 검찰이 자진신고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검찰이 국민적 관심이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에 대해 우선 수사권을 가지며 자진신고에 따른 형벌감면의 근거 규정을 마련한다는 합의안의 내용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최근 검찰의 공정거래수사부서 책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카르텔이 점점 은밀해지고 지능화되고 있기 때문에 담합사실을 검찰에 자수할 경우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제한하고 형벌을 감면하는 형사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하여 검찰 수사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범죄가 점점 더 은밀해지고 지능화되기 때문에 정황증거를 갖고 강제수사를 진행하더라도 전모를 포착하기가 쉽지 않지만, 자수 감면제도를 통해 범죄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확보할 경우 강제수사를 통하지 않더라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고 형사처벌을 신속히 용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담합에 대한 억제력이 높아진다는 취지이다.

전속고발권 폐지 전에도 적극 활용

아울러 전속고발권 폐지 입법 전이라도 자수에 따른 형벌감면 가이드라인을 수사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검찰이 구상하고 있는 형사 리니언시 제도가 정착되고 활성화될 경우, 실무상 자진신고를 공정위에 할 것인지 검찰에 먼저 할 것인지, 언제 할 것인지, 어느 정도 범위까지 수사에 협조할 것인지 등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공정위 조사와 검찰 수사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전략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완식, 강동근 변호사는 두 사람 모두 변호사가 되기 전 검사로 활동한 검찰 출신으로, 이 변호사는 검찰에서 특수, 조세 · 공정거래, 건설사건 등을 주로 처리하였고, 금융정보분석원에서 자금세탁에 대한 기획 및 분석 업무를 담당한 경력도 있다. 강 변호사는 정부합동 의약품리베이트 전담검사로 활약했으며, 현재 한국식품산업협회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완식 · 강동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wansik.yi@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