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기업의 법률서비스 제공
일반 기업의 법률서비스 제공
  • 기사출고 2006.09.2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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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법률서비스 법안(Legal Services Bill)'이 얼마전 예비승인을 통과했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이에따라 영국의 로펌들은 더 이상 고객 법률 서비스 제공에 대한 독점권을 누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의 주요 골자는 법률서비스에 대한 독립적인 소비자 불만 처리 체계를 도입하고,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구조형태를 인정해 소비자 입장에서 법률서비스의 향상을 도모하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더욱 높이자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일반 회사도 일부 법률서비스를 담당할 수 있게 돼 법률서비스 시장의 자유화가 현실화된다는 게 주목할 대목이다.

이미 잘 알려진 몇몇 대기업이 법률 시장에 진출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유언장 작성이나 개인 상해 보상 또는 보험 관련 업무 등 일반 시민을 위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업무들은 물론 그동안 로펌들이 해 왔다. 로펌이 수행해 온 가장 기본적인 법률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대기업이 법률시장에 진출할 경우 영국 로펌들이 어느 정도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또 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전통적인 로펌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 시장에의 진출이 예상되는 기업들은 '부츠 제약회사 (Boots the Pharmacy)'나 '자동차 협회(Automobile Association)'처럼 저명한 회사 및 그룹들이다. 영국 소비자들에게 아주 충실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기업들이다. 영국 국민들은 대부분이 영국의 상위 로펌들 보다는 이들 기업의 이름에 더욱 친숙하다.

이런 높은 인지도로 보아 이들 일반 기업들은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해 별도의 대대적인 마케팅을 실행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제공하게 될 법률서비스가 회사의 현업과 관련된 것이라면,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회사의 당연한 조치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보험회사가 보험에 관한 법률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는 경우가 그렇다.

기업 관련 법률서비스의 수임료가 적절하고도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제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중에서도 로펌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 있는 점은 이들 기업들이 이미 우송자 명단과 멤버쉽 등을 통해 현재 확보하고 있는 고객의 데이터 베이스 활용이다. 기업들은 훨씬 편리하고 비용 효과적인 방법으로 법률서비스 제공에 나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저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는 전통적인 로펌들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이들 일반 기업들은 기존 로펌에 비해 IT, 인사 관리나 R&D 개발에도 보다 적극적이다. 장기적인 대규모의 투자 기반을 바탕으로 한층 전문적인 고객 관리로 법률서비스를 능률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객들은 기존 로펌의 변호사들에 대해 연락이 잘 안된다는 등 적지않은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기업들은 더욱 포괄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로펌이 안고 있는 고객과의 의사 소통 불편 등의 문제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반면에 이 법안이 일반 기업의 법률 자문을 승인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법안이 소비자의 이익과 보호에 기초한 것은 사실이나, 대중의 이익이나 공익 보호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또 일반 기업이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수임료를 비법률가 (non-lawyers)와 공유함으로써 법률가의 판단의 독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상호 충실의무로 맺어진 변호인과 고객간의 관계에 위험을 줄 수도 있으며, 이해 상충 등의 윤리문제에 직면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문제점이 보완된다면, 이 법안으로 인하여 로펌들이 법률서비스 제공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심각한 경쟁에 직면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로펌들이 이에 대응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법률서비스에 만족했던 과거의 고객들과 이들을 만족시킬 실력있고 능숙한 변호사들뿐이다. 나아가 고객 개개인의 필요에 맞는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잠재적인 모든 고객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고려해 봐야 할 때가 왔다고도 할 수 있다.

경쟁이란 요소가 반드시 나쁜 소식만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로펌들에게 관련 업무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펌의 독점적인 법률 자문 구조에서 기업에 의한 자문 구조로의 변경 가능성이 영국 법률서비스 시장의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법과대학원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법과대학원을 나왔습니다. 클리포드 챤스(Clifford Chance) 국제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에서 다년간 활동한데 이어 지금은 SL Partners (법무법인 한승)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slpart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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