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월 650만원을 받으며 한시적으로 용역에 투입된 프리랜서 프로그램 개발자가 근로자에 해당할까.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3월 28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C사와 구두계약을 맺고 일하다가 3개월 만에 계약 파기 통보를 받은 프리랜서 프로그램 개발자인 김 모씨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66746)에서 "김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씨는 2017년 7월 10일경 C사와 구두계약을 맺고, '서울상공회의소와 지역상공회의소 홈페이지 개편 사업'과 관련한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으나, 3개월 만인 10월 23일 C사로부터 '10월 23일부로 계약을 파기하기로 회사에서 결정하였다'는 내용의 문자 통보를 받았다. 이에 김씨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원고가 지급받은 월 650만원은 피고 소속 이사, 부장 등 상위 직급 근로자들을 포함한 다른 근로자들의 2~3배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고, 원고가 4대 사회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으며 사업소득세를 공제하는 것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원고는 용역계약을 체결한 자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된 데 이어 중노위 재심에서도 같은 이유로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C사는 이에 앞서 2017년 3월 서울상공회의소와 홈페이지 개편 사업과 관련하여 계약기간을 2017년 9월 30일까지(이후 2017년 10월 30일까지로 연장)로 정한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7월 5일경 기한을 맞추기 위해 개발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여야 한다고 판단, 내부적으로 '프리랜서(2개월 투입)' 채용을 결정하여 김씨와 계약을 체결했다. C사는 김씨에게 매월 650만원의 용역비를 지급하였고, 내부적으로 회계상 이 금액을 '개발비'로 정리했으며, C사 직원의 임금체계와도 달랐다. 김씨는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C사의 취업규칙은 채용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실제로 C사에 소속된 다른 직원들은 모두 근로계약서로써 '연봉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만약 원고와 C사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자 했다면, C사의 대표이사보다도 높은 월급을 받는 원고에 대하여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당시 C사가 용역계약의 기한 준수를 위해 긴급하게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여야 할 처지였던 점은 '긴급히 2개월만 투입할 프리랜서라고 생각하여 다소 높은 금액으로 용역비를 결정했고, 종전에 협업한 경험이 있어서 굳이 기술용역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C사의 주장과 부합하는 정황"이라며 "원고가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한 것은, 용역계약에서 C사가 개발하여야 하는 시스템 및 물품의 설치장소를 '상공회의소가 지정하는 장소'라고 규정하고 있었고, 함께 투입된 개발 인력과 협업할 상황이 발생하는 등 용역계약이 예정한 업무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C사의 개발부 팀장이 원고에게 업무수행 결과를 점검하고 작업을 지시한 사정이 있으나, 이는 용역계약상 상공회의소에 용역 제공의무를 부담하는 C사가 도급인의 요구와 일정에 맞추어 일을 완성하기 위하여 취한 조치로서, 도급이나 위임관계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는 업무처리 방식으로 봄이 상당하고, 당사자 사이에 질서유지를 비롯한 기타의 사유로 일방에게 다소간의 제약이 가해지는 관계가 있다고 하여 그 관계가 반드시 근로관계에서 예정하는 사용종속관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원고는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C사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