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임박한 기업지배구조 공시
[리걸타임즈 칼럼] 임박한 기업지배구조 공시
  • 기사출고 2019.04.0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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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규 변호사]

주총 시즌이 끝나가고 있다. 올해 주총은 그 어느 해보다 주주권 행사와 관련된 이슈들이 많았다. KCGI 강성부 펀드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하며 한진칼에 대한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를 구현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엘리엇은 현대 · 기아차에 대한 고배당 요구 등을 통해 여전히 한국 자본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에 기반해 회사에서 제안한 주총의안에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상장회사들에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및 경영구조와 관련하여 많은 숙제를 던졌다.

◇이행규 변호사
◇이행규 변호사

자산 2조원 이상이 대상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올 5월 이내에(정확하게는 사업보고서 법정제출기한으로부터 2개월 이내)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 유가증권시장(KOSPI 시장) 상장회사들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기업지배구조 공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2017년 3월에 도입되어 기업에 자율적으로 맡겨져 왔던 기업지배구조 공시를 올 5월부터 대형 코스피 상장회사들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하여 2021년까지 전 코스피 상장회사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한국 자본시장이 2018년 아시아권에서조차 신흥시장에 밀려 지배구조 평가가 하위권(12개국 중 9위)에 머무르고 있고(ACGA, Asian Corporate Governance Association), 이러한 낮은 지배구조 경쟁력으로 인해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 하락(소위 Korea Discount)과 글로벌 마켓 내 한국 시장에 대한 비중이 더욱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금융위원회는 우수한 기업지배구조를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요소로 평가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은 중장기 투자문화 조성의 선결조건이 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계 당국의 방향 설정은 대단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형 상장회사들의 현재 기업지배구조는 점증하는 사모펀드 주주행동주의와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반대행사의 주된 타깃(target)이 될 것이고, 이러한 주주권 행사 과정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회사의 주요 리소스가 그 본연의 임무(영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 기업지배구조 공시는 이러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좋은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무공시의 주체가 되는 대형 코스피 상장회사들이 기업지배구조 공시를 준비하면서 선제적으로 이슈가 될 항목들을 점검하고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원칙준수 예외설명

감독당국이 제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담겨야 할 10개 핵심 원칙은 크게 (i)주주의 권리와 주주의 공평한 대우, (ii)이사회의 기능, 구성과 사외이사의 책임과 활동 및 이사회 운영 (iii)내부감사기구와 외부감사인의 독립성과 공정성의 분야로 나눠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원칙준수 예외설명(Comply or Explain)'의 방식이다.

주주권과 관련해서는, 주주총회 분산노력,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 등이 공시내용에 담겨야 하는데, 주주행동주의 관점에서는 상법상 인정되는 다양한 소수주주권 행사(회계장부 열람등사, 주주제안 및 비정형적 정보요구나 제안 등)를 통해 이 분야에 대한 회사의 제도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상장회사가 정관의 개정을 통해 채택하지 않고 있는 집중투표제에 대한 회사의 입장 표명을 요청할 수 있다.

이사회와 관련해서는, 경영권 승계에 관한 정책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통한 이사회 전문성 제고가 주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사외이사의 실질적 활동 부재와 독립성 이슈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므로 사외이사의 적극적인 이사회 참여와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하고, 사외이사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공시의무에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신 외감법 발효

감사기구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1월에 개정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 외감법)이 발효되어 외부감사인의 선임 절차가 엄격해졌고, 대우조선해양 등의 분식회계 및 그에 따른 회계법인에 대한 책임 증가로 전반적으로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은 어느 정도 구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회사 내부 감사위원회의 실질적인 활동과 독립성 이슈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 감사위원회의 실질적인 역할을 담보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가급적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로만 구성하고, 지원실무부서(사무국)를 설치하여 주기적으로 회사의 영업과 재무회계에 대한 감사가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신 외감법에 따르면, 외부감사인이 이사의 부정행위나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되는 중대한 사실, 회사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실을 발견하면 감사위원회에 통보하고 주주총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조사결과와 회사의 조치는 증권선물위원회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신 외감법에 따른 부정행위 등에 대한 조사나 보고의무를 고려하면 주기적이고 예방적인 자체 감사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하겠다.

한편 의무공시 대상 기업이 ①기한내 미공시하거나 ②허위공시를 하거나 ③오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시 불성실 공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불성실 공시 제재 받을 수 있어

대형 코스피 상장회사들은 올해 주주총회 준비와 결과를 토대로 임박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당해 기업에 대해 다수 주주들과 시장, 감독당국이 주목하고 있는 중요한 지배구조 이슈에 대해 회사 오너와 경영진이 심도 있게 검토하고,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공시해야 할 것이다. 지난 자율공시 기간에 공시된 다른 회사들의 판에 박힌 듯한 기업지배구조 공시문구들을 영혼 없이 차용하게 된다면 내년 주주총회 시즌에 보다 공격적인 주주행동주의로 무장한 사모펀드들의 주주제안과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더 큰 회사 비용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될 것이다. 올해 기업지배구조 공시의무 대상이 되는 대형 코스피 상장회사들의 법무실에서 주총 이후 가장 시급하게 준비해서 경영진에 보고해야 할 항목 중 하나가 바로 임박한 기업지배구조 공시이다.

이행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hglee@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