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수습기간 지나서도 일했는데 수습평가 이유로 해고하면 부당해고"
[노동] "수습기간 지나서도 일했는데 수습평가 이유로 해고하면 부당해고"
  • 기사출고 2019.03.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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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통상의 근로관계로 전환…해약권 소멸"

시용계약기간(수습기간)이 지나서도 계속 업무지시를 받고 근무한 직원을 수습평가 결과를 이유로 해고했다면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왔다. 통상의 근로관계로 전환되어 시용계약으로 유보된 해약권이 소멸되었으므로, 시용기간 중의 사유로 해고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2월 21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제작업체인 M사에서 수습기간이 지나서도 일하다가 수습평가 결과를 이유로 해고된 고 모씨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87500)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M사가 피고보조참가했다.

2016년 11월 2일 M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하여 2017년 2월 1일까지 3개월의 수습기간을 정하고 근무한 고씨는 수습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업무지시를 받으며 근무했으나, 2월 10일 회사로부터 '수습기간 동안의 낮은 업무 평가로 인해 더 이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하여 2017년 2월 10일자로 해고통보를 한다'라고 기재된 해고예고통지서를 받았다. M사는 3일 후인 2월 13일 고씨의 요청에 따라 3월 9일까지 자택근무를 승인하는 자택근무확인서를 작성하여 고씨에게 주었고, 한 달 뒤인 3월 10일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 고씨가 M사와 맺은 근로계약서에는 '수습기간 만료 후 회사는 취업규칙에 정한 부적격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었으며, M사의 취업규칙은 '회사는 수습기간 중 또는 수습기간 만료 시 직원으로 근로시키는 것이 부적격하다고 인정될 때, 즉 ①필요한 사무 또는 기능을 습득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②근무태도가 불성실한 경우, ③회사에 제출한 서류의 기재사항 또는 진술한 사항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판명된 경우에는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씨는 근로관계 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고씨와 M사의 근로관계 종료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한 것이므로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이에 고씨가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다시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M사가 근로관계 종료를 원고에게 통보하면서 교부한 해고예고통지서와 재택근무확인서의 내용에는 근로관계 종료에 관하여 원고와 합의를 하였다는 취지가 없고, 기재 내용을 종합하여 보아도 수습기간 낮은 평가를 이유로 원고를 해고하되, 그 시기를 한 달 뒤로 하겠다는 취지일 뿐이므로, 원고가 M사 측의 요청에 따라 해고예고통지서에 서명하고, 재택근무확인서를 요청하거나 그 문서에 서명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근로관계 종료에 대해 합의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M사는 원고의 시용계약기간(수습기간)이 2017. 2. 1. 종료된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당시 원고가 진행하던 업무의 진행 상황 등 때문에 당일 원고와 사이에 근로관계를 종료하지 않았고, 2017. 2. 10.까지 업무지시를 하는 등 근로관계를 유지하여 2017. 2. 1. 이후 통상의 근로관계로 전환되었으므로, 원고가 2017. 2. 10 M사로부터 해고예고통지서를 수령하였을 때에는, 시용근로계약으로 유보된 해약권은 소멸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따라서 해고예고통지는 시용근로계약상 본채용 거부라고 볼 수 없고 해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M사는 근로관계를 종료하면서 해고사유(수습기간 동안의 낮은 업무 평가로 인해 더 이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가 기재된 해고예보통지서와 자택근무 승인시기(2017. 3. 9.까지)를 명시한 2017. 2. 13.자 자택근무확인서 등을 원고에게 교부하여 줌으로써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밝혔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절차적인 위법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시용근로계약의 취지를 고려하면 M사는 시용기간이 지남으로써 유보된 해약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시용기간 중의 사유만으로는 원고를 해고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해고사유는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와 M사의 근로관계 종료는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M사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해고에 해당하고 정당한 해고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