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에 '관선변호' 실제로 존재
법조에 '관선변호' 실제로 존재
  • 기사출고 2006.08.2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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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김홍수 법조비리 사건' 수사결과 발표서 밝혀17명 적발해 5명 구속기소…'솜방망이 처벌' 비판도
판, 검사, 경찰관 등이 특정 사건을 맡고 있는 동료 판, 검사, 경찰관에게 선처를 부탁하는 속칭 '관선변호'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법조브로커나 사건관계자들은 평소 친분관계를 맺어온 판, 검사, 경찰관들에게 관선변호를 해 달라며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와 기소, 재판업무를 담당하는 판, 검사와 경찰관 등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법조브로커 김홍수씨 법조비리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김현웅 부장검사)는 23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법조브로커나 사건관계자들은 친분관계가 있는 판, 검사, 경찰관을 통해 관선변호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번 사건의 경우 관선변호를 해 달라며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가 수사사례의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법조 주변에 친인척이 아닌 사람들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회식비 등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을 받는 이른바 '스폰서 문화'가 잔존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법조브로커는 스폰서 문화에 편승해 법조인이나 경찰관 등과 친밀한 관계를 맺은 후 이를 사건 청탁의 기회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또 법조브로커가 동향 출신, 동기 또는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법조인이나 경찰관 모임 등에 스폰서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인적관계를 확장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김홍수씨의 경우 고급 수입 카페트 판매점을 운영하였기 때문에 경계심을 허물고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조브로커의 사건 청탁 범위도 일부 지역이 아니라 전국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사, 형사, 행정사건 등 사건의 종류도 가리지 않는다.

검찰은 의뢰인으로부터 사건 해결 청탁을 받은 법조브로커가 본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 법조인 등과의 유대관계가 보다 넓은 다른 법조브로커에게 사건을 다시 청탁하는 사례도 있다고 확인했다.

검찰은 이에따라 법조비리사범에 관한한 일시적이고 대증요법적인 단속 체제를 지양하고,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해 적발되는 사범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정대처하기로 했다.

또 법조브로커 상시 감시체제를 구축해 고질적인 법조브로커 명단을 작성해 관리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자체 감찰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이번 수사를 통해 밝혀진 문제점에 대한 대책과 법조비리 근절방안을 대검 차원에서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02년 3월부터 2005년 4월까지 담당재판부에 대한 민, 형사, 행정사건의 청탁 등 명목으로 김홍수씨로부터 500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이태리제 수입가구, 3000만원 상당의 이란산 카펫 2장 등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23일 구속기소했다.

또 2003년 6월~7월 김홍수씨로부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사건 담당재판부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김모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이날 불구속기소하고, 2002년 3월부터 2004년 8월 사이에 김홍수씨로부터 휴가비 등 명목의 금품을 수수한 현직 부장판사 4명에 대해선 대법원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검찰은 비위사실을 통보하는 데 그친 부장판사 4명의 처리와 관련, "수수한 금품이 비교적 소액이고, 대가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앞서 2005년 1월~3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내사중인 김홍수씨로부터 두차례에 걸쳐 1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김모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지난 17일 구속기소한 데 이어 김씨로부터 3건의 형사사건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8회에 걸쳐 1400만원을 받은 부장검사 출신 박모 변호사와 김씨로부터 고모씨의 배임 사건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2회에 걸쳐 800만원을 받은 부장검사 출신 송 모 변호사를 22일 불구속기소했다.

2005년 6월~7월 김씨로부터 회식비 등 명목의 금품을 수수한 현직 검사 1명은 23일 대검에 비위사실 통보됐다.

경찰에선 2005년 1월 하이닉스 주식 불법매매 사건의 수사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민모 전 서대문경찰서장이 지난 17일 구속기소된 데 이어 2004년 10월 김홍수씨에게 박모씨에 대한 지명수배 조회결과 등을 알려주고, 12월 김씨로부터 박씨의 사기사건을 잘 해결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은 이모 전 관악경찰서 수사과장이 23일 불구속기소됐다.

또다른 총경 1명이 참고인 소재불명으로 22일 내사중지됐으며, 경정 1명과 경위 1명이 2005년 1월부터 7월 사이에 김씨로부터 용돈 등 명목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비위사실 통보됐다.

송모 서울세관 6급 공무원은 중국산 의류 수입업자인 양모씨에 대한 관세법 위반 사건의 청탁 명목으로 김홍수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5월18일 구속기소됐다.

하이닉스 출자전환 주식 출고와 관련, 금융기관 청탁 명목으로 7억원을 받은 김모 전 국회의원 보좌관은 지난 5월30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홍수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적발된 사람은 모두 17명으로, 전 · 현직 판사가 6명, 전 · 현직 검사 4명, 경찰관 5명, 국회의원 보좌관 1명, 세관 공무원 1명 등이다.

이중 구속기소된 사람이 조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5명으로 검찰 주변에선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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