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근로자 동의 없는 퇴직금 중간정산 무효"
[노동] "근로자 동의 없는 퇴직금 중간정산 무효"
  • 기사출고 2019.02.14 1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법] "이의제기 안 한 것만으론 부족"

근로자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퇴직금 중간정산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으면서 이의제기를 안 한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지환 판사는 1월 3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정년퇴직한 박 모씨가 "퇴직금 중간정산은 나의 동의 없이 이루어져 무효이므로, 퇴직금을 다시 산정해 기지급액과의 차액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2016가단5314331)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국가는 원고에게 퇴직금 차액 등 8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여는이 박씨를 대리했다.

박씨는 1997년 11월 구 정통망법에 의해 설치된 윤리위원회에 계약직으로 채용되었다가 2007년 10월 정규직으로 전환되었고, 이듬해인 2008년 2월 윤리위원회와 당시 방송위원회가 합쳐지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출범, 방송통신심의위가 윤리위원회 소관 사무와 직원의 고용관계를 포괄승계했다. 방송통신심의위는 포괄승계 직후인 2008년 3월경 박씨에게 퇴직금을 중간정산해주어 3000여만원을 지급했다.

박씨는 이후 2013년 12월 계약직 취업규칙상 정년 적용을 받아 퇴직 처리되자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게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2014년 11월 복직해 근무하다가 2015년 12월 다시 정년퇴직하고 980여만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박씨는 2013년 12월 31일자 퇴직 직후에도 2008년 3월 퇴직금 중간 정산 이후를 기준으로 산정한 퇴직금 23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박씨는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의 2008년 퇴직금 중간정산은 자신의 동의가 없어 무효인 만큼 1997년 11월부터 2015년 12월 말 정년퇴직 때까지 근무한 것으로 보아 산정한 퇴직금과 기지급액과의 차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박씨는 또 일반직 경력년수에 해당하는 연봉을 기준으로 재산정한 2014년, 2015년 임금과 기지급액과의 차액 지급도 요구했다.

박씨는 이와 별도로 방송통신심의위로부터 계약직이 아닌 일반직 보수규정에 따른 임금을 지급받아야 하는데, 계약직 취업규칙에 따른 임금을 지급받았다고 주장하면서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임금 차액 상당액을 구하는 소송을 내 2016년 11월 국가는 박씨에게 33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재판에서 "윤리위원회 출신 근로자들의 고용관계를 포괄승계하는 과정에서 박씨와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 판사는 그러나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여 유효하게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어야 하고, 그 요구는 단순히 연봉계약서에 포함되어 있거나 근로자가 퇴직금 명목의 돈을 지급받고 이의제기를 하지 아니하는 등의 소극적 · 묵시적인 방법이 아닌 적극적 · 명시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2008. 3.경 퇴직금을 지급받으면서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되나, 더 나아가 원고가 적극적, 명시적으로 퇴직금 정산을 요구하거나 그에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조 판사는 이에 따라 박씨의 근무 기간을 1997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로 따져 산정한 퇴직금과 기지급된 퇴직금과의 차액인 4400여만원을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 판사는 이 퇴직금 차액에 일반직 경력년수에 해당하는 연봉을 기준으로 재산정한 박씨의 2014년, 2015년 임금과 기지급액과의 차액인 3600여만원을 더한 8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