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커버스토리] '분쟁 전문' 퀸 엠마뉴엘 존 리 홍콩사무소 대표
[리걸타임즈 커버스토리] '분쟁 전문' 퀸 엠마뉴엘 존 리 홍콩사무소 대표
  • 기사출고 2019.02.1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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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송은 이제 常數,
소송전략 세워 대응해야"

한국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늘어나면서 해외에서의 소송과 국제중재 등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갈수록 늘어 나고 있다. 이제 국제소송과 중재는 글로벌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기업들이 외면할 수 없는, 상시적으로 체크하고 대비해야 하는 해외사업의 상수(常數)가 되고 있다. 국내외 로펌들도 한국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국제분쟁의 예방과 해결을 위해 팀을 늘리고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리걸타임즈가 미국 소송과 국제중재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미국 로펌 퀸 엠마뉴엘(Quinn Emanuel)의 존 리(John Rhie) 홍콩사무소 대표를 인터뷰했다.

'삼성 vs 애플' 소송에서 삼성 대리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내 특허소송에서 삼성 측을 대리하기도 했던 퀸 엠마뉴엘은 소송과 국제중재 등 분쟁 관련 업무만 수행하는, 분쟁해결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미국 로펌 중 한 곳으로, 존 리가 이끄는 홍콩사무소가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국제중재 등 분쟁 관련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존 리 퀸 엠마뉴엘 홍콩사무소 대표변호사
◇존 리 퀸 엠마뉴엘 홍콩사무소 대표변호사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게 분쟁이 많다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만큼 비즈니스가 활발하다는 얘기도 된다고 봐요. 개개의 분쟁의 내용을 따져보아야겠지만, 비즈니스가 좋으니까 미국 등의 경쟁업체들이 견제 차원에서 소송도 걸고 분쟁을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 리 변호사는 한국기업의 분쟁 노출을 반드시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볼 것은 아니라는 다소 의외의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국기업에 무슨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미국회사 등 경쟁업체에서 일종의 비즈니스 전략의 일환으로 소송 등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미국 소송 등 해외분쟁에 있어서는 대응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미국시장이 워낙 넓고, 그래서 미국에 진출하면 매출이 크게 올라갈 수 있어요. 하지만 미국이라는 곳은 소송 마니아들이 있는 곳입니다. 미국에서 한 번 소송에 연루되면 얼마나 불편하고 회사가 힘든가요. 미국회사들이 비즈니스 전략으로 소송을 제기해 공격하고 괴롭히는 측면도 있다고 봐요. 한국기업들이 자신들의 홈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거죠."

그러면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은 이러한 소송 공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존 리 변호사는 새로운 시장에 들어갈 때 그 시장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예산을 편성해 시장개척에 나서듯이 비즈니스 소송전략(business litigation strategy)을 세워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쟁사들이 언제든지 소송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필요한 대비를 갖춰 미국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어 구체적인 대응방안에 대해 다년간에 걸쳐 확보한 노하우를 공개했다.

"예방이 가장 중요"

첫째는 예방이다. 그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는 분쟁을 너무 많이 보아 왔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는 방안에 대해 효과적으로 자문해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예방을 아무리 잘 해놓는다고 해도 소송을 100% 피할 수는 없다. 상대가 이유 없이 핑계나 또 다른 목적으로 소송을 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존 리 변호사는 그러나 "예방을 잘 해 놓으면 엉터리 소송을 당하더라도 방어를 신속하게 그것도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예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분쟁 해결 전문' 퀸 엠마뉴엘의 로고. 소송변호사를 의미하는 'trial lawyers'라는 문구가 로고에 들어가 있다.
◇'분쟁 해결 전문' 퀸 엠마뉴엘의 로고. 소송변호사를 의미하는 'trial lawyers'라는 문구가 로고에 들어가 있다.

"예방을 잘 해서 예상되는 10개의 소송 중 하나라도 피할 수 있으면, 그것은 사내법무팀이 엄청나게 일을 잘 한 거라고 해야 해요. 성공적인 결과죠. 큰 케이스의 경우 몇천억원을 세이브하는 것이까요."

소송이나 국제중재의 예방과 관련해, 존 리 변호사가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이른바 소송이나 중재가 제기되기 이전 단계에서의 편지 교환 등을 통한 분쟁해결로, 그는 이를 'pre litigation, pre arbitration stage에서의 대응'이란 말로 표현했다.

"소송이나 국제중재 제기에 앞서 분쟁 가능성이 높은 회사 사이에 또는 양쪽 회사를 대리하는 변호사들 사이에 편지를 교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단계에서 퀸 엠마뉴엘이 선임되는 경우가 많아요. 사건 내용을 분석하고, 실제로 소송이나 중재로 비화되는 경우 이러이러한 점 때문에 당신들이 불리하다, 이 정도까지 자세하게 논점을 분석해 의견을 제시하게 되는데, 퀸 엠마뉴엘의 편지를 받아본 상대방 입장에서는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죠. 실제로 퀸 엠마뉴엘이 보낸 한두 장의 편지를 통해 합의에 이를 때가 굉장히 많아요."

그는 이어 "퀸 엠마뉴엘은 세계 굴지의 소송 등 분쟁해결 전문 로펌인데, 클라이언트 회사가 퀸 엠마뉴엘을 선임해 퀸 엠마뉴엘의 이름이 앞부분에 명시된 편지를 보내게 했다는 것은 소송이나 국제중재를 수행하려고 퀸 엠마뉴엘을 고용했다는 의미"라며 "상대방에게 상당히 큰 메시지가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존 리와 함께 퀸 엠마뉴엘 홍콩사무소에서 활약하고 있는 노현식 변호사
◇존 리와 함께 퀸 엠마뉴엘 홍콩사무소에서 활약하고 있는 노현식 변호사

"퀸 엠마뉴엘을 고용하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어요. 세계 최고 수준의 송무능력을 갖춘 로펌을 선택해 소송이든 국제중재든 끝까지 가겠다는 거죠. 가서 이기겠다는 거예요. 상대방으로서는 얘네들이 각오하고 이걸 보냈구나, 끝까지 갈 준비가 되었구나, 어떻게 좀 합의를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합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승소율 88%' 홈피 공개

퀸 엠마뉴엘은 홈페이지에서 승소율을 공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홈페이지에 소송과 국제중재 승소율이 88%로 명시되어 있다. 특히 중간에 합의로 끝난 것은 제외하고 판결 및 중재 판정까지 간 사건만 대상으로 계산한 결과로, 인터뷰에 배석한 노현식 변호사는 "합의가 아무리 좋게 되어도 실질적으로 누가 이겼는가는 사람마다 다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합의로 종결된 것은 제외하고 승소율을 계산해 게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퀸 엠마뉴엘은 또 기업체 사내변호사들이 소송사건에서 상대방의 대리인으로 선임되는 것을 가장 바라지 않는, 미국의 유명 법률매체인 Law360이 선정한 'Fearsome Foursome(가장 두려운 네 개의 로펌)'의 단골 로펌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퀸 엠마뉴엘이 대리인으로 선정되면 상대방에게 공포를 느끼게 한다는 얘기로, 퀸 엠마뉴엘은 2018년에도 미국 내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에서 활동하는 법률고문 등 350명 이상에 대한 전화인터뷰 결과 또 한 번 'Fearsome Foursome' 로펌으로 선정됐다.

존 리 변호사가 소송 전 단계에서의 활약을 통해 퀸 엠마뉴엘이 해결한 사건이라며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계의 존 리, 노현식 변호사 등이 포진한 퀸 엠마뉴엘은 한국기업과 외국 회사와의 소송이나 국제중재에서 한국기업을 대리하는 경우가 훨씬 많으며, 맡는 쪽은 한국기업이 피고나 피신청인인 경우가 많은 편이나 반대로 공격자, 원고 입장에서 진행하는 사건도 적지 않다고 한다.

퀸 엠마뉴엘 편지 후 합의안 수용

한국의 대기업인 A사는 해외 글로벌기업인 B사와 합작투자 사업을 진행하던 중 분쟁이 일자 퀸 엠마뉴엘에 사건을 의뢰했다. B사가, 아무런 권원 없이 A사에게 일정한 액수의 돈이 지급되었다며 반환을 요청한 것. A사는 처음에 다른 글로벌 로펌에 해당 건을 문의했다. 그러나 이 로펌에서 A사가 B사에게 수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반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이 돈을 반환하거나 국제중재로 다투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최종 확인차 퀸 엠마뉴엘을 찾아온 것이다. 퀸 엠마뉴엘에선 A사가 다른 로펌에서 받았다는 기존의 자문의견과 상당히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또 다른 법률의견을 제시했다. 이를 기초로 B사와 수차례 협상을 위한 미팅을 진행하고, B사에게 법적인 논리를 설명한 결과는 A사에게 상당히 유리한 내용의 합의안 수용. 존 리 변호사는 "B사와 B사의 법률대리인이 퀸 엠마뉴엘의 논리가 합리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국제중재 등이 제기되더라도 퀸 엠마뉴엘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진행할 것이라는 추측에 기반하여 적극적으로 합의를 진행한 결과"라고 말했다.

◇존 리 퀸 엠마뉴엘 홍콩사무소 대표변호사
◇존 리 퀸 엠마뉴엘 홍콩사무소 대표변호사

한국의 제조업체가 유럽의 발주처와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했으나, 유럽의 발주처는 불명확한 이유로 장비의 수령을 거절했다. 이 유럽 회사는 또 파산 직전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의 제조업체는 해당 계약의 미이행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보전할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했었는데, 발주처의 계약 미이행과 파산 임박 등을 이유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퀸 엠마뉴엘의 존 리 변호사를 찾아왔다. 퀸 엠마뉴엘에선 보험금 지급요건이 모두 충족되었다는 점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국제중재를 제기할 것이라는 계획을 명시한 서신을 보험사에 발송하였고, 서신 발송 후 몇 차례의 협의 끝에 이 한국회사는 보험금을 모두 지급받았다.

"가성비 뛰어난 것"

존 리 변호사는 "소송이나 국제중재로 진행될 경우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데다 궁극적으로 이기더라도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분쟁 중에 회사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 등 손실이 이만저만한 게 아닌데 편지 한두 장으로 분쟁의 소지를 없앤다는 것은 value for money 즉 가성비가 굉장히 뛰어난 것"이라며 "소송 등으로 비화되어 끝까지 가는 경우보다 소송 등 전 단계에서 대응해 소송 등으로 안 가는 게 훨씬 유리하고, 퀸 엠마뉴엘이 자문 또는 대리하는 사건도 이러한 분쟁 전 단계에서의 대응이 소송 등을 수행하는 경우보다 더 많다"고 소개했다. 존 리는 또 "소송 등 전 단계에서의 대응을 통해 곧바로 해결이 안 되더라도 나중에 소송 등이 제기될 경우 미리 소송 등의 모양세를 우리한테 유리하게 잡아놓는 측면이 있다"며 "이 점에서도 소송 등이 시작되기 전 초기 단계에서의 대응이 매우 중요하고, 결과적으로 소송 등의 성공적인 결과까지 담보하는 윈-윈(win-win)이 된다"고 강조했다.

소송 등 시작되면 편지 등 다 공개

그에 따르면, 소송 등이 제기되더라도 끝까지 진행되어 판결이나 판정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는 10개 중 한두 개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중간에 합의 등으로 종결된다고 한다. 존 리 변호사는 "소송이나 중재 등이 시작되면 그 이전에 주고받았던 편지 등이 다 공개되는데 이 때에도 퀸 엠마뉴엘의 자문을 받아 소송 전 단계에서 상대방에게 보낸 편지가 증거로 제출되게 되고, 이후 합의나 소송 과정에서 유리한 증거로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깜깜한 방에 들어갔을 때 무서운 이유는 앞이 안 보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주변이 보인다면 걱정할 게 없죠. 마찬가지로 분쟁이 생기더라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제대로 대응해 해결할 수 있다면 겁낼 이유가 없어요."

분쟁해결 전문 퀸 엠마뉴엘의 홍콩사무소를 이끌고 있는 존 리 변호사는 "퀸 엠마뉴엘이 이러한 전략으로 한국의 수많은 기업을 대리해 해외분쟁이란 암초를 하나씩 제거해 왔다"며 "분쟁이 생기기 전 단계부터 클라이언트를 위해 이름을 걸고 분쟁의 소지를 없애고, 만에 하나 소송 등으로 비화되면 적극 대응해 합의나 최종 판결을 통해 클라이언트의 이익을 지켜내자는 것이 퀸 엠마뉴엘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유창한 영어로 한마디 더 했다. "Don't be afraid. It's fine." 겁 먹지 마세요! 잘 될 거라는 얘기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