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계 법령만큼 바라보는 사람 개개인의 정치 사회 철학에 따라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법령도 없다. 근로기준법이 기존 근로기준법을 대체하여 새로 제정된 지 어언 2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노동현실과 그를 규율하는 노동관계 법령에 대한 시각차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간극이 큰 것 같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것은 노동관계 법령의 개정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지난 1~2년 사이에 노동정책과 관련하여 굵직한 변화들이 많았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주 52시간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회사 문화와 풍토가 달라졌고, '저녁은 있지만 저녁밥은 없는 삶'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이 생기기도 했다. 한편 최저임금액의 급격한 인상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펼치는가 하면, 최저임금법의 두 차례 굵직한 개정과 관련하여 산업계와 노동계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이번 글에서는 노동관계 법령의 근간을 이루는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의 최근 개정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려 한다.
1. 근로시간 단축과 주 52시간제
(1) 개정 근로기준법의 내용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1주에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단, 노사가 합의한 경우 1주에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기존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근로자가 1주일 7일 동안 최대로 일할 수 있는 근로시간은 68시간이었다. 이는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 근로시간 12시간 및 휴일(토요일 및 일요일) 근로 최대 16시간을 합친 것이었다. 휴일은 위에서 말하는 '1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었기 때문에, 52시간(=40시간+12시간)에 더하여 휴일 이틀 간 각 8시간씩 추가로 일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주 52시간이 최대 근로시간
2018. 3. 20.자 개정 근로기준법은 일반 근로시간 40시간,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이라는 원칙을 유지하되,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는 정의 조항을 신설하였다. 과거 고용노동부가 내렸던 “1주에 휴일은 제외된다”는 행정해석을 무력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가 1주일 동안 최대로 일할 수 있는 근로시간은 휴일 근로를 포함하여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을 더한 52시간이 되었다. 즉, 산술적으로 기존 68시간에서 16시간이 줄어든 52시간이 최대 근로시간이 된 셈이다.
(2) 시행에 관한 특칙
주 52시간제가 곧바로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업종과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시행된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이 심해 근로시간을 일괄 단축하면 영세업체들이 고사한다는 중소기업 측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특례업종 5종으로 축소
주목할 만한 점은 그간 법정 근로시간의 적용을 받지 않았던 특례업종 26개가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수업,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보건업의 총 5종으로 대폭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적용 제외 특례는 근로시간을 제한할 경우 일반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업종에 대해 설정되었던 것으로, 금융업, 영화제작업, 방송업, 광고업, 접객업, 미용 · 욕탕 및 유사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 약 350만명이 이에 포함되어 왔다.
하지만 작년의 근로기준법 개정과 함께 이들 업종이 특례에서 배제되어 순차적으로 주 52시간제의 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많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교대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업종도 있지만, 예컨대 이미 정해져 있는 방송일정을 맞추느라 밤샘 근무가 일상화된 방송제작업은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관리 · 감독자는 주 52시간 비적용
한편 관리 · 감독 업무 또는 기밀을 취급하는 업무를 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관리 · 감독의 범위는 어디까지나 업무의 실질에 달려 있고, 직위나 직책의 명칭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해석이다. 이사, 상무 등 비등기임원(등기 임원의 경우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근로자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의 경우 관리 · 감독 업무를 하는 근로자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지만 팀장, 과장, 실장 등의 직책을 가진 근로자의 경우 구체적인 업무, 즉 노무관리상 지휘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노무관리 방침의 결정에 참여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필자의 큰 딸이 다니는 광고회사도 야근과 밤샘, 휴일근로가 일상화된 업종인데, 주 52시간제에 맞추어 '부장' 정도의 직급 이상만 야근하고 그 외의 직원들은 정시에 퇴근하게 된다고 한다.
(3) 단축근로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 근로시간제
모든 회사마다 일률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위 특례업종뿐만 아니라, 예컨대 특정 계절에 집중적으로 많은 근로시간이 요구되는 빙과류 제조업이나 레저스포츠 업종 등은 주 52시간제의 관철이 오히려 비효율을 낳게 된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은 탄력적 ·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통하여 법정된 근로시간의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사용자가 최대 3개월 이내의 총 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어떤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연장시키는 대신에 다른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서, 단위 기간의 길이에 따라 취업규칙 또는 서면합의로 그 내용을 미리 정할 것이 요구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가 1개월 내의 총 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업무의 시작과 종료시각, 1일의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서, 취업규칙 및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하여 제도의 시행과 시행방법을 정하여야 한다. 탄력적 · 선택적 근로시간제 하에서는 한 주에 40시간 이상을 근로하여도 미리 노사가 정한 주당 근로시간의 범위 내라면 사용자는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4)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퇴직금 감소 시 미리 근로자에게 알려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확정급여형퇴직연금제도 또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사용자는 주 52시간제의 시행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경우 근로자에게 퇴직급여가 감소할 수 있음을 미리 알리고 근로자 대표와 협의하여 근로자의 퇴직급여 감소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따라서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는 회사는 근로시간이 단축되는지, 이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퇴직금에 감소가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2. 최저임금법과 제문제
(1) 2019년 최저임금
2019년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으로 결정되었다. 최저임금은 매년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의결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한다. 최저임금액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최저임금 적용대상 임금의 산입 범위이다.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최저임금의 적용대상이 되는 근로자의 임금을 따로 산정하여야 한다. 사용자들은 직원에게 주는 임금의 시급이 최저임금을 넘지 않으면 된다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월급제로 임금을 주는 경우 시급으로 계산하여 보아야 하고, 그 중에서도 각종 비정기적인 수당은 제외한 금액을 최저임금과 비교하여야 한다.
지난해 6월과 12월에 각 개정되어 2019. 1. 1.부터 시행되는 개정 최저임금법의 주요 내용은 최저임금의 적용 대상이 되는 근로자의 임금의 산정과 관련된 것으로, 노동계와 산업계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려 갈등이 빚어졌고 그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 최저임금법 적용 임금에 상여금 등 포함
2018. 6. 12.에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법 적용대상 임금의 산입 범위에 월급의 25%를 초과하는 상여금 기타 이에 준하는 성질의 임금, 월급의 7%를 초과하는 식비, 숙박비, 교통비 등 근로자의 생활보조 또는 복리후생을 위한 성질의 임금을 포함시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동법은 부칙에서 위 25%, 7%의 비율이 매년 점차 낮아져 2024년에는 상여금 전액과 생활보조 · 복리후생비 전액이 비교대상 임금에 산입되도록 정하고 있다. 근로자의 비교대상 임금 값이 커지게 되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사용자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여지는 적어지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위 개정이 고임금 노동자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는 불합리성이 해소되어 소득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임을 설명하였으나, 노동계는 사실상 최저임금액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3) 시급 환산 시 주휴시간 포함
근로자의 임금을 주급이나 월급으로 주는 경우에는 최저임금법 준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근로자의 임금을 시급으로 환산하여야 한다. 이는 근로자의 임금을 근로시간 수로 나눔으로써 계산할 수 있는데, 위 근로시간 수에 주휴시간을 포함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고용노동부와 대법원이 상반된 해석을 내려 논란이 있어 왔다(대법원은 2018. 6.까지도 근로 제공 없이 유급으로 인정되는 주휴시간은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2018. 12. 31. 개정된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근로시간 수에 주휴시간을 포함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여 입법적으로 이를 해결하였다.
작년 말 입법적으로 해결
주휴시간이란 무엇일까? 근로기준법은 1주 동안 소정의 근로일을 개근한 근로자에게 유급휴일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5일을 일하면 6일치의 임금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통상 주휴시간이라고 한다. 시급을 계산함에 있어 분모값인 근로시간 수가 커지면 동일한 임금을 주더라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여지가 높아진다. 예컨대 연장이나 휴일 근로 없이 주당 40시간을 일하게 하고 월급 150만원을 주는 회사가 있다고 하자. 한 달은 약 4.35주이기 때문에, 기존 법에 따르면 이 회사의 근로자는 매월 174시간(4.35×40)을 일하는 것이다. 시급으로 환산한 이 근로자의 임금은 시간당 8,620원(1,500,000/174)으로 2019년 최저임금인 시간당 8,350원을 상회한다.
그러나 주휴시간을 포함하면 월 209시간(4.35×48)이 시급 환산의 기준이 되어 문제가 달라진다. 이 기준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은 시간당 7,177원(1,500,000/209)이 되어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위 최저임금법 개정에 대하여 사용자 측의 반발이 큰 이유이다. 이로 인해 최근 상인들은 아르바이트생을 2일 단위로 채용하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1주 동안의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단기근로자에 대하여는 주휴수당 지급의무가 면제되므로, 시급 계산 시 주휴시간을 포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생 2일 단위로 채용
고용정책은 고차방정식이라고 말하신 교수님도 계시다. 그만큼 변수와 이해 당사자가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개별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전체 고용을 늘리기 위하여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제도가 기존 근로자의 월급을 줄이기도 하고, 소상공인을 폐업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여러 이해를 반영하기 위하여 법을 개정하면서도 특례에 특례를 거듭하다 보니 시장의 혼란도 적지 않다. 2018년만 하더라도 주 52시간제 도입과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인하여 많은 회사들이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백년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노동정책 역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정책 수립이 필요한 듯싶다.
다시 개인적인 이야기. 필자의 큰 딸은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일찍 퇴근해서 좋긴 한데, 같은 팀의 부장님이나 CD(Creative Director)님은 남아서 일하고, 그래서 자기는 프로젝트의 진행에서 자꾸 뒤쳐지는 것 아닌가, 업무를 더 배울 기회는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는 것 같다. 정말 고차방정식이 맞는 것 같다.
최영익 변호사(법무법인 넥서스, yichoi@nexusla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