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2018 올해의 변호사] 국제통상 정영진 변호사
[리걸타임즈 2018 올해의 변호사] 국제통상 정영진 변호사
  • 기사출고 2019.01.1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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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상수로 보고
기업생존전략, 국가생존전략 짜야"

"무역전쟁이란 이름으로 표현되고 있는 작금의 미중간 대립은 단순한 통상마찰이 아니에요. 기술 패권을 둘러싼 신냉전, 국제경제질서의 재편 움직임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신냉전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도 technological war, 기술전쟁입니다."

◇정영진 변호사
◇정영진 변호사

통상전문가 정영진 변호사는 "미중 무역전쟁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을 상수(常數)로 보고 강화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업생존전략, 국가생존전략을 짜야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물론 한미간에도 이미 반덤핑, 상계관세 등 미국의 무역공세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며 김앤장의 국제통상팀을 이끌고 있는 정 변호사 사무실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안이 미 경쟁업체의 신청으로 미 상무부(DOC)와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덤핑 여부 조사에 나선 국내 자동차부품사의 덤핑 사건과 상무부의 한국산 철강후판에 대한 상계관세 연례재심 사건.

지난해 7월 국내 자동차부품사의 SOS 요청을 받은 정 변호사팀은 미국 로펌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상무부의 덤핑조사 절차에선 덤핑수출을 하지 않았다는 근거자료와 논리를 제공하고, ITC 조사에선 해당 회사의 자동차부품 수출이 미국내 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점을 다각적으로 제시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맞섰다. 미국의 덤핑제도는 상무부에서 먼저 덤핑률을 판정하고, 이어 ITC가 미국내 산업피해 여부를 따져 덤핑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산업피해 없다' 완벽한 승리 얻어내

결과는 덤핑조사 초기 40% 가까이 되는 고율의 덤핑 예비 판정을 내렸던 상무부로부터 마진율이 8%밖에 안 된다는 판정을 이끌어낸 데 이어 지난 9월 ITC로부터 산업피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최종 판정을 받은 '완벽한 승리'. 산업피해가 인정되었을 경우 8%의 관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고, 매년 보통 15~20년간 계속되는 상무부의 연례재심에 나가 미국내 산업에 대한 피해가 없다는 점을 소명, 입증해야 하며, 만약 피해가 인정될 경우 또다시 상계관세를 물어야 하는데, 당장의 반덤핑관세 제재는 물론 이러한 장기간의 부담에서도 말끔히 벗어나게 된 것이다. 정 변호사는 "ITC의 산업 무피해 판정은 정말 드문 결과로, 이번 결정과 캐나다 회사 케이스 등 단 2건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워싱턴에서도 이번 사건이 로펌의 통상변호사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9월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을 대리해 상계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최종 판정을 받아낸 철강후판에 대한 연례재심도 정 변호사가 김앤장 국제통상팀의 전문가들과 함께 방어에 성공한 케이스로, 제소자 측에서 보조금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의 각종 지원제도가 보조금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한 결과 미 상무부는 상계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0.11%의 미소마진 판정을 내렸다.

WTO 제소, 정부 측에 자문

이 외에도 정 변호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AFA(Adverse Facts Available, 불리한 가용사실)에 기초해 한국산 냉연, 열연강판, 후판, 변압기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우리 정부가 WTO에 제소한 사건에서 정부 측에 자문하는 등 통상분쟁의 최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무역을 단순히 관세라든가 제품을 생산해 외국에 내다 파는 것과 관련된 정도로 생각하면 국제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요한 트레이드 이슈를 놓칠 수 있어요. WTO 체제까지 위협을 받고 있는 최근의 국제경제질서에서, 트레이드란 국가간의 경제관계 전반을 아우르는 보다 광범위한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보호무역주의적 기조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정영진 변호사는 "내년에도 미 정부의 일방적인 통상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못지않게 바쁜 한해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영진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재학 때인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데 이어 1996년 행정고시 국제통상직과 외무고시에도 합격한 이른바 '고시 3관왕' 출신이다. 공직생활도 사법부나 검찰이 아닌 외교통상부 공무원으로 1997년 당시 처음 만들어진 통상교섭본부에서 시작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외교통상부 공무원이 된 첫 주인공으로, 정 변호사가 본격적으로 변호사 일을 시작한 것은 예일대 법대에서 법학박사 학위(JSD)를 받은 후인 2003년이다. 통상 분야가 유명한 Steptoe & Johnson 워싱턴 사무소에서도 근무했으며, 조지타운, 듀크대 로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력도 있다. ICSID 중재위원에 이어 한미 FTA 분쟁해결기구 패널리스트도 겸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