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계속 트레이너 할 생각 없다'고 말한다고 해고…부당해고
[노동] '계속 트레이너 할 생각 없다'고 말한다고 해고…부당해고
  • 기사출고 2019.01.04 08: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법] "사직 의사 표명 아니야"

피트니스센터 센터장의 질책을 받은 트레이너가 "계속 트레이너 할 생각이 없다"고 해 해고했더라도 이를 권고사직에 의한 고용관계 합의해지로 볼 수 없어 적법한 해고사유가 없거나 법이 정한 해고절차를 밟지 않았으면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왔다. 트레이너의 말이 사직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12월 13일 서울에 있는 한 피트니스센터의 센터장인 A씨가 "트레이너 B씨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라고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를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68209)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B씨는 A씨가 스포츠회사의 위임을 받아 약 10명의 근로자를 사용해 운영하는 피트니스센터에 2016년 9월 헬스트레이너로 입사해 근무했으나 1년 후인 2017년 7월 26일 직원회의에서 근무시간에 전기기능사 자격증 시험공부를 하는 문제로 A씨로부터 계속 트레이너를 할 생각이 있냐고 질책을 받았다. 이에 B씨가 "계속 트레이너를 할 생각이 없다"고 답하자, 며칠 후인 8월 1일 A씨는 B씨에게 '퇴직 권고 문안의 건'이라는 문서를 주어 '수일기간 근무시간 내 사적인 업무를 보았으나 이에 반성적인 마음을 갖지 않고 회의석상에서 퇴사 의사표현을 했다. 지속적인 업무관계가 어렵다고 사료되는바, 권고퇴직 처분을 하고자 한다. 이 문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퇴직 요청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2017년 8년 31일자로 해고 처분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B씨가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A씨와 B씨 사이의 근로관계가 A씨의 해고로 종료되었고, A씨가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여 B씨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A씨가 이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가 같은 이유로 기각하자 소송을 냈다. B씨는 2017년 8월 31일까지 근무했다.

재판부는 먼저 "B가 직원회의에서 원고의 질책을 받고 '앞으로 계속 트레이너를 할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사실에 대하여는 B도 이를 인정하고 있고, 다만 당시 원고가 B에게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면서 트레이너를 계속할 생각이 없냐고 질책했고, 이에 B가 답변을 하는 상황에서 이 발언을 했음을 고려하여 보면, B의 발언은 피트니스센터를 그만두겠다는 취지였다기보다는 향후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계속 유지할 생각은 없다는 취지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퇴직사유를 묻는 B의 질문에 원고가 '니가 그만둔다고 얘기한 게 퇴직사유지'라고 답하자, B가 '내가 언제 그만둔다고 그랬어요?', '앞으로 안하겠다는 거지, 뭐 지금 당장 안 하겠다고 했어요?'라며 항의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그와 같은 B의 반응에 비추어 보더라도 당시 B에게 사직의사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B와 원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합의해지가 아닌 원고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2017. 8. 31.자로 종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가 B를 해고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B에게 해고사유가 명시적으로 기재된 해고통지서를 교부한 사실은 없고, 원고가 B에게 교부한 통보서의 서두에 'B가 근무시간에 사적인 업무를 보고도 반성하지 않고 퇴직 의사표시를 하여 더 이상 지속적인 업무관계가 어렵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 통보서는 B에게 권고사직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문서이고, 원고 또한 통보서는 해고통지서가 아니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여 왔으므로, 통보서의 목적에 비추어 보면 서두에 기재된 내용은 원고가 B에게 사직을 권고하게 된 경위 내지 사유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원고가 통보서를 통하여 B에게 해고사유를 통지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의 B에 대한 해고는 절차적으로 위법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근로기준법 27조 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