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리걸타임즈 칼럼]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기사출고 2019.01.0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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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과 달리 정확한 매출이 공개되지 않는 법률회사의 매출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매년 말 인사혁신처가 관보에 고시하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명단이다. 올해도 12월 마지막 날 2017년 연매출을 기준으로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국내외 로펌 32곳이 발표되었다. 많게는 매출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대형 로펌들에겐 발표내용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으나, 연매출 100억원 안팎의 중소 로펌이나 외국법자문법률소 즉, 서울에 나와 있는 외국 로펌 사무소들에겐 취업제한 대상 명단이 일종의 매출 성적표가 될 수 있다.

◇김진원 기자
◇김진원 기자

개업변호사가 2만명이 넘는다고 하지만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한국 로펌은 30개를 겨우 넘는 정도다. 더구나 지난해에 비해 한국 로펌,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모두 1곳씩 줄어든 것을 보면 최근 한국 법률시장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도 새해에 한국 경제가 많이 어려울 것이라며 걱정하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기업들이 여전히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가운데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는 국내외의 여러 이슈가 법률시장에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위기가 와도 그것이 오히려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는 한 로펌 대표변호사의 취임사 표현처럼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면 상투어의 반복에 불과한 것일까. 또 다른 대형 로펌의 대표는 "2019년은 질적 성장의 해"라며 "화려한 변화보다 정도를 지키며 기본에 충실하자"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기자는 1월 21일 실시되는 제50대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이찬희 변호사의 도전에서 정도를 걸으며 위기를 기회로 살리려는 법조인의 진정한 모습을 보고 있다. 단독 출마의 경우 유효투표가 아닌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해 복수 후보가 출마한 경우보다 오히려 당선이 더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지만, 이 변호사는 허수아비 후보를 내세우는 편법이나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체의 타협 없이 전체 변호사 2만 1388명 중 7130명 이상의 찬성표를 얻기 위해 열심히 전국을 돌며 변호사들을 만나고 있다.

변호사들 사이에선 이 후보가 흑색선전과 편가르기가 없는 이번 선거에서 이미 이겼으며, 당선을 넘어 재야 법조계가 화합하는 축제로 승화될 수 있다는 고무적인 기대들이 힘을 얻고 있다. 위기는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발전의 계기로 삼느냐에 따라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황금돼지의 해' 기해년은 그런 새해가 되어야 한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