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헌재 재판관은 무엇인가
국민에게 헌재 재판관은 무엇인가
  • 기사출고 2006.08.0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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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교수]
I. 시작하며

올해 8월과 9월은 헌법재판소 구성에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송기춘 교수
전체 9인의 재판관 가운데 5인이 정년 또는 임기만료로 퇴임하고 새로운 재판관이 임명되어, 현재 재임중인 재판관의 과반수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13일 권성 재판관이 정년으로 퇴직하고, 9월 14일에는 윤영철 재판소장과 김효종 ㆍ 김경일 ㆍ 송인준 재판관이 임기만료로 퇴임한다.

윤영철 재판소장과 송인준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했고, 권성 재판관과 김효종 재판관은 국회에서 선출됐으며 김경일 재판관은 대법원장 지명으로 임명되었다.

결국 이번 8~9월에는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소장과 재판관 1명을, 국회에서 선출한 2인 가운데 관례에 따라 한나라당이 1명, 열린우리당 ㆍ 한나라당 공동으로 1명을 선출하고, 대법원장이 1명을 지명하게 된다.

2007년 3월에는 주선회 재판관이 임기만료로 퇴임한다.

재판관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며, 헌법재판소 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소장과 재판관은 모두 국회의 인사청문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사청문절차를 거쳐 임기의 단절이 없이 재판관이 임명될 수 있으려면, 7월말이나 늦어도 8월초에는 재판관 후보자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헌법재판소와 재판관이 가지는 위상과 역할, 그리고 그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 생각된다.

1988년 9월 업무를 개시한 이후 지금까지 헌법재판소가 이룩한 성과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과거의 헌법재판에 비해서는 괄목할 만한 것이다.

2006년 6월 30일까지 위헌결정한 법률조항이 195개, 헌법불합치 결정한 법률조항이 55개, 한정위헌결정한 법률조항이 34개, 한정합헌결정한 법률조항이 29개로 모두 300개 이상의 법률조항을 위헌 취지로 결정하였으며, 공권력에 의한 국민이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도 243건의 인용결정을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사건누계표(2006. 6. 30. 현재) 참조.

이러한 통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을 헌법의 관점에서 무효화시킬 수 있으며,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침해도 구제할 권한이 있는 헌법재판소가 이 권한을 상당한 정도로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헌법재판소 구성 이전에 실질적인 헌법재판이 이뤄지지 않아 위헌법률이나 위헌적 공권력행사를 시정할 길이 없어서 재판소의 성과가 단기간에 크게 나타난 측면은 있겠지만, 아무리 낮게 평가해도 결코 적은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회가 폐지하기 힘들었던 동성동본금혼원칙이나 호주제에 대해 위헌취지의 결정을 한 것은 헌법재판소의 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국민들이 헌법재판소에 큰 기대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헌법재판은 매우 객관적인 엄밀한 규칙에 따라 조작되는 기계가 아니라, 자연인인 재판관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관에 의하여 이뤄지는 헌법적 가치판단이기 때문에, 재판관 개개인이 가지는 인권의식, 사법철학 또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헌법 '해석'이 달라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헌법규범이 추상적이어서 그 구체적 의미를 밝히는 작업은 필연적으로 재판관의 헌법적 가치관이나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정치적 경향이 헌법해석이라는 외피로 나타나게 된다는 점이다.

이 점은 누가 재판관으로 임명되느냐가 가지는 중요성을 잘 나타낸다.

이 글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명과 관련하여, 재판관이 가지는 헌법적 지위와 역할, 국민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과 그 한계 등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V. 마치며

헌법재판소는 양날의 검과 같다.

헌법해석을 통하여 헌법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으며, 국가기관에 의한 기본권침해를 구제할 수도 있어 국가가 지는 국민의 기본권보장의무를 실현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 특권집단이라 할 수 있는 법조인만이 재판관이 될 수 있고, 특정한 정치적 집단에 의하여 대부분이 임명될 수 있다는 점, 자칫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논리를 헌법해석이라 하여 주장할 수도 있다는 점, 재판관이 대체로 자신도 그에 속하는 지배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쉽고 실제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 그 결과 지배집단의 지배와 이익의 관철을 위한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해석일 수 있다는 점 등에서 헌법재판은 보편타당한 결론이라고 볼 수 없다는 한계 또한 엄존한다.

따라서 헌법에 규정되어 있고 현실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상 이 기관이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되, 모든 정치적 과정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해결되고 또한 궁극적으로 종결될 수 있으리라는 과도한 믿음을 가지는 것은 금물이라고 생각된다.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추천과 관련하여 헌법재판관이 가져야 하는 전문성, 독립성, 민주성이라는 요건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헌법의 특성과 헌법해석의 특수성을 인식하고, 개방적이고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헌법해석에 임하며, 인권의식과 감수성이 충실한 후보자가 선택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재판관이 대표성을 보다 강하게 가질 수 있도록 임명과정에서도 국민이 참여하여 적임자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여론의 수렴을 통하여 임명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송기춘 전북대 교수가 7월31일 '인권과 민주 실현을 위한 헌법재판관 임명 공동대책위'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송 교수의 양해아래 'I. 시작하며' 'V. 마치며' 부분을 전재합니다. 논문 전문은 리걸타임즈 자료실을 참조 바랍니다.

송기춘 전북대 교수(kcsong@chon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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