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폐암을 감기로 오진한 병원, 유족에게 위자료 주라"
[의료] "폐암을 감기로 오진한 병원, 유족에게 위자료 주라"
  • 기사출고 2018.11.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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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지원] "추가 검사 권고 안 해 치료 기회 잃어"

폐암 증상을 감기, 폐렴에 따른 것으로 오진,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잃게 한 병원이 유족에게 4100만원의 손해배상을 물게 됐다. 이 환자는 감기 진단을 받은 지 10여일 만에 다른 병원에서 폐암 4기 확진을 받고 7개월 뒤 사망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신동헌 판사는 10월 31일 폐암으로 숨진 신 모씨의 부인과 자녀 2명이 손해를 배상하라며 서울 강동구에 있는 A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2016가단114277)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자료 4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6년 3월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난 신씨는 A병원을 방문하여 두 차례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를 받은 결과 '육아종' 진단을 받은 후 A병원에서 3~6개월 주기로 호흡기내과 진료를 받고, 1년 주기로 흉부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를 받았다. 신씨는 2010년 2월 27일에도 A병원에서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를 받았다.  A병원은 검사 결과에 대한 판독을 다른 병원에 의뢰해 '폐 우상엽의 약 8㎜ 결절을 비롯한 양측 폐의 여러 결절이 과거 검사와 비교해 변화가 없고 양측 겨드랑이, 상복부 등에 림프샘이 커져 있으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는 없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았다. 이에 A병원 측은 신씨에게 만성폐쇄성 폐질환과 결절 진단을 내리고 이에 따른 처방을 했다. 신씨는 1년 후인 2011년 2월 28일에도 A병원에서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를 받았는데,  A병원은 검사 결과를 다른 병원에 의뢰해 '양측 폐의 결절과 상복부 등의 림프샘이 변화가 없고, 주치의가 환자의 임상적 소견을 고려하여 판단하고 추적 검사하라'는 취지의 회신을 받자, 이번에도 신씨에게 만성폐쇄성 폐질환과 결절 진단을 내리고 이에 따른 처방을 했다.

신씨는 약 1년 뒤인 2012년 1월 5일경부터 호흡곤란 증상이 지속되자 같은달 10일 A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A병원 의료진은 흉부 고해상도 전산화 단층 촬영검사(HRCT)를 시행한 후 폐렴으로 판단하여 폐렴 치료를 했으나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신씨는 한 달 후인 2월 13일 다시 응급실을 찾았고 A병원 의료진은 이번에는 단순 감기로 판단하여 별다른 검사 없이 그에 따른 치료만 하고 퇴원 조치했다.

신씨는 그러나 증상이 지속되자 열흘 뒤인 2월 23일 다른 병원을 찾아 림프샘 전이를 수반한 폐암을 의심할만한 소견이 보인다는 말을 듣고, 이틀 뒤인 25일 또 다른 병원을 찾아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 등을 받은 결과 폐 선암 4기 확진을 받았다. 신씨는 이후 항암 치료를 받았으나 폐암이 악화해 일곱 달 후 숨졌다. 이에 신씨의 부인과 두 자녀가 A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신 판사는 먼저 대법원 판결(2003다 13208, 13215 판결 등)을 인용, "의사가 진찰 ·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사람의 생명 · 신체 ·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특히 진단은 문진 · 시진 · 촉진 · 청진과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에 터 잡아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종류, 성질과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데에는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안에서 해당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터 잡아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고,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질환이 의심되는 증세가 있는지를 자세히 살피어 그러한 증세를 발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질환의 발생 여부 정도 등을 밝히기 위한 조치나 검사를 받도록 환자에게 설명, 권유할 주의의무를 진다"고 밝혔다.

사실조회 결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신씨의 2011년 2월 28일자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 영상에서 2010년 2월 27일과 비교했을 때 우하엽의 결절이 1년 사이에 1.2㎝ 커졌기 때문에 폐암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고, 2012년 1월 10일자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 영상에서는 이 결절이 2㎝로 커진 것이 확인되므로 폐암이 진행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고 판독했다. 또 한림대 성심병원 소속 전문의도 신씨의 2011년 2월 28일자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 영상에서 새로운 결절이 발견되어 악성 병변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폐암 의증 소견이고 추적관찰이 필요했으며, 2012년 1월 10일자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 영상에서는 폐와 림프샘에 결절들이 보이므로 폐암 3기 소견이라는 취지로 판독했다.

신 판사는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1년 2월 28일 신씨에 대한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 결과 악성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는 폐결절이 커진 것이 확인되고 당시의 임상의학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악성 병변을 배제할 성격으로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한 나머지 신씨에 대하여 추가 검사를 권고하지 아니하여 신씨가 조기에 폐결절이 악성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한 진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는 사용자로서 신씨에게 진행된 폐암으로 인하여 신씨와 상속인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신씨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이와 같은 진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조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였으므로 그로 인하여 신씨와 가족들인 원고들이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을 경험칙상 추인할 수 있고, 피고 병원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진단이 지연된 기간이 1년 이상인 것으로 보이며, 진단 지연 기간 폐암 병변의 크기가 증가하였고 2011년 2월경 폐암 진단을 받았다면 1기의 폐암으로 진단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바 진단이 지연되지 아니하였더라면 치료방법의 선택, 예후에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다만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신씨의 폐암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일정 기간 늦어진 것이 폐암의 진행이나 전이속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고, 의료기술의 한계로 인하여 의사가 질병을 진단함에 있어 진단의 정확도가 100%가 되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며 위자료 액수를 신씨 2800만원, 신씨의 부인 500만원, 두 자녀 각 400만원 등 모두 4100만원으로 정했다.

또 "피고 병원의 과실이 없었더라면 신씨의 폐암 상태가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발전하지 아니하였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폐결절이 폐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함으로써 폐암이 완치되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진단상 과실과 신씨가 폐암으로 사망함으로써 발생한 재산상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치료비 등 재산상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