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헤어진 여친 옷가지 태우려 불 붙여 장판까지 번졌어도 실화죄 무죄"
[형사] "헤어진 여친 옷가지 태우려 불 붙여 장판까지 번졌어도 실화죄 무죄"
  • 기사출고 2018.10.1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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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독립 연소 단계 이르지 않아"

헤어진 여자친구의 옷가지 등을 태우려다가 장판이 타고 말았다. 벽, 천장 등 주택까지 옮겨붙지는 않은 경우 형법상 실화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형법 170조는 과실로 인하여 건조물, 기차, 전차,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광갱을 소훼한 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실화죄를 규정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A씨 소유 4층 건물의 약 10평 규모의 201호에서 월세로 거주하던 박 모(40)씨는 여자친구와 이별하게 되자 자신의 집에 번개탄을 피워 여자친구의 옷가지 등을 태우기로 마음먹었다. 박씨는 2017년 4월 26일 오후 11시쯤 집 안방에서 일회용 라이터로 미리 준비한 번개탄 2개에 불을 붙여 욕실용 플라스틱 발판 위에 올려 두었으나 그 불이 안방 장판에까지 번져 A씨 소유의 주택을 소훼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실화죄 유죄가 인정되어 벌금 200만원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은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을 맡은 부산지법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70도330 등)을 인용, "형법상 방화죄의 객체인 건조물은 토지에 정착되고 벽 또는 기둥과 지붕 또는 천장으로 구성되어 사람이 내부에 기거하거나 출입할 수 있는 공작물을 의미하고, 방화죄는 화력이 매개물을 떠나 스스로 연소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 기수가 되고, 건조물 방화의 경우 목적물 자체에 불이 붙어 독립하여 연소 작용을 계속할 수 있는 상태에 있을 것을 요하므로, 건조물을 훼손하지 않고 분리할 수 있는 객체에 불이 붙은 정도에 그친 경우에는 아직 독립연소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이러한 법리는 실화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전제한 후, "번개탄에 붙은 불이 방바닥에 깔려있던 장판에 붙고 그 불로 인하여 천장, 벽면 등에 그을음이 생긴 사실은 인정되나, 이를 넘어서 문틀이나 벽, 기둥, 천정 등 주택을 훼손하지 않고 분리할 수 없는 객체, 즉 목적물 자체에 불이 붙어 독립 연소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실화죄는 미수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바, 결국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도 9월 13일 이 소송의 상고심(2018도7689)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