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10세 아들이 어머니 신용카드로 게임 아이템 구매…구글도 50% 책임"
[손배] "10세 아들이 어머니 신용카드로 게임 아이템 구매…구글도 50% 책임"
  • 기사출고 2018.10.0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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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최초 입력된 신용카드 정보 그대로 저장"

10세 소년이 어머니의 신용카드로 몰래 모바일 게임 아이템을 구매했다면 모바일 결제사에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3부(재판장 양경승 부장판사)는 9월 20일 이 모군의 어머니가 "신용카드 정보 무단 사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제공한 구글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나69021)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그러나 구글의 변제공탁으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금 지급채무는 모두 소멸하였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군은 10살 때인 2015년 4월 2일 핸드폰으로 모바일 온라인 게임인 '클래시 오브 클랜(Clash of Clan, 핀란드 게임사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을 하던 중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모바일 인앱 결제 시스템'에 자신의 구글 아이디와 비밀번호 및 어머니의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미화 20.04달러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구매했다. 모바일 인앱 결제 시스템은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때 필요한 유료결제 서비스로, 구글이 제공하고 있다.

이후 이군은 게임을 하면서 모바일 인앱 결제 시스템을 통해 2015년 4월 5일부터 17일까지 25회에 걸쳐 181만여원의 게임 아이템을 추가로 구매했고, 그 과정에서 어머니의 허락 없이 어머니의 신용카드 정보가 계속 사용되었다. 모바일 인앱 결제 시스템은 최초 구매할 때 입력된 신용카드 정보를 그대로 저장하여 차회에 아이템을 구매할 때에는 신용카드 정보를 따로 입력할 필요 없이 아이템 구매자의 구글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을 입력하면 족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이군의 어머니는 결제 시스템에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가 이와 같이 저장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4월 2일 아들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당시 결제 시스템을 통해 신용카드 정보가 저장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고지받은 적도 없다.

아이템 구매대금 중 일부인 136만여원이 포함된 신용카드대금 청구서를 받아본 후에야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가 무단으로 사용된 사실을 알게 된 이군의 어머니가 구글에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결제된 금액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이군의 어머니는 나중에 아들이 게임 아이템을 구매한 것과 관련해 결제된 금액이 45만여원 더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 돈과 위자료 50만원을 더해 231만여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확장했다.

구글은 1심 소송 계속 중인 2016년 8월 초 직원을 통해 원고 소송대리인에게 '환불을 해줄 테니 소를 취하해달라'는 취지로 연락했으나 이군의 어머니는 응하지 않았다. 이에 구글이 2016년 9월 원고 앞으로 140만여원을 공탁하고, 2017년 4월 97만여원을 추가로 공탁했으나, 어머니는 구글이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공탁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나에 대한 변제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다투면서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는 유료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로서, 유료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신용카드 정보가 차후에 무단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고, 특히 구글 계정 이용자와 신용카드 명의인이 서로 다르고, 계정 이용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신용카드 정보가 신용카드 명의인의 의사에 따라 사용되는 것인지 여부를 신용카드 정보를 새로 입력하게 하는 방법 등으로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피고는, 미성년자인 이군이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때에 구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모바일 인앱 결제 시스템에 저장되어 있던 원고의 신용카드 정보를 그대로 이용하여 구매대금이 결제되도록 하였을 뿐, 원고의 신용카드 정보가 원고의 의사에 의해 사용되는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이로써 피고는 미성년자인 이군이 권한 없이 원고의 신용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과실에 의해 용이하게 하였으며, 이러한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은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피고는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신용카드 정보가 무단으로 이용당해 게임 아이템 구매대금 181만여원이 원고의 동의 없이 결제되었고, 이로써 원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181만여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나, 원고도 이군의 친권자이자 신용카드의 소유자로서, 미성년 자녀인 이군이 자신의 승낙 없이 임의로 신용카드를 이용해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도록 지도, 교육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는바, 그 과실은 50%로 정함이 상당하다"며 구글에 181만여원의 50%인 9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채권자가 미리 수령을 거절한 경우 변제자는 변제의 제공을 할 필요 없이 바로 변제공탁을 할 수 있는데, 원고가 2016년 8월경 수령거절의 의사를 표시한 이상 피고는 추가적인 변제제공 없이 바로 변제공탁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의) 변제공탁은 모두 유효하고, 변제공탁금의 합계액(237만여원)이 피고의 책임액을 초과함도 계산상 명백하므로 이로써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금 지급채무는 모두 소멸하였다"고 판시했다.

이군의 어머니는 이군의 게임 아이템 구매를 취소하기 위하여 환불을 요구했으나 구글이 게임 개발사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만 하여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면서 위자료 50만원의 지급도 요구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원고에게 신용카드대금을 배상받는 것만으로는 전보되지 않을 정도의 심대한 정신적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법인 이상이 원고를, 구글은 김앤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