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세입자도 재개발 '이사비' 못받으면 집 안 넘겨도 돼"
[민사] "세입자도 재개발 '이사비' 못받으면 집 안 넘겨도 돼"
  • 기사출고 2018.09.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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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이사비 보상도 손실보상"

재개발 조합원이 아닌 세입자라고 하더라도 이사비를 받지 못하면 재개발 조합에 집을 넘기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오현석 판사는 9월 5일 인천 계양구의 H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세입자 A씨를 상대로 낸 건물명도소송(2018가단205062)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H조합이 A씨 앞으로 이사비 120여만원을 공탁하였으므로, A씨는 부동산을 인도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인천 계양구 일원 73,310㎡를 사업시행구역으로 하여 2009년 3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H조합은 2017년 7월 계양구청장에게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인가 내용을 고시했다. 이어 H조합은 분양을 신청한 찬성 조합원의 세입자였던 A씨에게 "관리처분계획 인가로 조합이 부동산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취득했다"며 "찬성 조합원인 임대인과 A씨와의 임대차 계약은 계약목적 달성 불능으로 당연히 종료됐으니 부동산을 넘겨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A씨는 "다른 곳에 주거지를 마련할 돈이 없고 이사하는 비용을 감당할 돈이 없어서 그 돈을 받아야 이사를 할 수 있다"고 버텼다. 주거이전비, 이사비를 지급받을 때까지 집을 떠나지 않겠다는 주장이었다.

오 판사는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사업시행자가 조합원의 임차인으로부터 정비구역 내 토지 또는 건축물을 인도받기 위하여는, 관리처분계획이 인가 · 고시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협의 또는 재결절차에 의하여 결정되는 손실보상금을 지급함으로써 손실보상을 완료할 것이 요구된다"고 전제하고, "주거용 건물의 거주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주거 이전에 필요한 비용, 즉 '주거이전비'와 가재도구 등 동산의 운반에 필요한 비용, 즉 이사비(동산이전비)의 보상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손실의 보상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주거이전비와 이사비의 성격을 살펴보면, 생활보호를 위한 사회보장적 차원이라는 성격과 사업추진 원활이라는 정책적 목적에서 지급되는 금원이라는 성격 그리고 경제적 손실을 변상하는 금원이라는 성격 등을 겸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여러 성격들의 겸유는 그것이 손실보상이 아니라 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도시정비법 81조 1항 단서 2호가 말하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에는 영업손실보상뿐만 아니라 주거이전비, 이사비 보상금이 포함되고, 찬성 조합원의 세입자가 주거이전비, 이사비 보상금의 지급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종전대로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있으므로, 이사하고 나가라는 명도 요구에 대해서 정당하게 거절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 판사는 그러나 "원고는 최근에 2018년 8월 8일 피고 앞으로 이사비 1,243,834원을 공탁하였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토지보상법이 규정한 산정방식대로 계산한 이사비 보상금을 이미 완제하여 이사비 손실보상을 완료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결론적으로 이사비 보상금에 관한 피고의 선이행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조합에게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주거이전비에 관하여는, "도시정비법상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의 보상은 정비계획이 외부에 공표됨으로써 주민 등이 정비사업이 시행될 예정임을 알 수 있게 된 때인 정비계획에 관한 공람공고일 당시 해당 정비구역 안에서 거주한 자 중에서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인천 계양구청장이 2008년 10월 17일 'H1 구역 주택재개발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공람공고'를 한 사실, 피고가 그 후 2013년 9월 조합원(소유자)으로부터 부동산을 임차하여 거주하기 시작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렇다면 피고가 주거이전비를 원고에게 청구할 권리는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2018년 1월 29일 소 제기를 해놓고도 최근 변론종결하기 직전인 2018년 8월 8일에야 뒤늦게 피고 앞으로 이사비를 공탁하였는데, 원고의 소송비용 중에는, 피고의 항변권을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로 말미암은 부분, 공탁이 불필요하게 때늦었던 것으로 말미암은 부분이 있고, 적당한 시기에 하지 아니하여 소송이 지연됨으로 말미암은 부분도 있다"며 법원이 여러 차례 지적하자 비로소 이사비를 공탁한 점 등을 감안해 소송비용을 패소자인 A씨에게 부담시키지 아니하고 승소자인 원고에게도 일부 부담시키는 차원에서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하도록 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