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보이스피싱 조직에 계좌 넘긴 뒤 피해자 돈 1699만원 인출…횡령죄"
[형사] "보이스피싱 조직에 계좌 넘긴 뒤 피해자 돈 1699만원 인출…횡령죄"
  • 기사출고 2018.08.3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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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대법 전합 판결 취지 따라 유죄 선고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은행 계좌 등을 양도한 사람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인출한 경우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7월 나온 같은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것이다.

광주지법 형사3부(재판장 장용기 부장판사)는 8월 7일 횡령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0)씨에 대한 항소심(2018노550)에서 횡령 혐의는 무죄로 보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횡령 혐의도 유죄를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양형과정에서 A씨가 초범인데다, 횡령 피해금액을 피해자에게 반환하고 합의한 점 등이 참작되었다.

A씨는 2017년 3월 15일 오후 11시쯤 광주 북구의 한 길거리에서 '돈 관리하는데 사용할 은행 계좌를 주면 1개당 100만원을 주겠다'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자신 명의의 은행 계좌와 체크카드를 건네주고 200만원을 받은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기소됐다. A씨는 다음날인 3월 16일경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은 피해자가 A씨의 계좌로 송금한 2900만원 중 1700만원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 뒤 1699만원을 임의로 인출한 혐의(횡령)로도 기소됐다. A씨는 3월 17일 재발급 받은 체크카드를 사용하여 600만원을 인출하고, 같은 날 자신의 다른 은행 계좌로 1099만 원을 송금한 다음 이 은행 지점에서 1099만원을 인출했다.

1심이 "그 어떤 근거에 의하더라도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위탁신임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여지가 없으므로 피고인은 피해자의 1699만원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의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자, 검사가 "A씨와 보이스피싱 범행 피해자 사이에는 횡령죄의 위탁관계가 존재한다"며 항소했다.

재판부는 먼저 "송금의뢰인이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자금을 송금 · 이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그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계좌명의인(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그 자금에 대하여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계좌명의인은 수취은행에 대하여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며 "이때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 · 이체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송금 · 이체에 의하여 계좌명의인이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게 그 금액 상당의 돈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이 계좌명의인이 송금 · 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계좌이체에 의하여 취득한 예금채권 상당의 돈은 송금의뢰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성격의 것이므로, 계좌명의인은 그와 같이 송금 · 이체된 돈에 대하여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 · 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며 "이러한 법리는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 · 이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 · 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영득할 의사로 그 돈을 인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