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세무사 자격 지닌 변호사 세무조정반 신청 거부 위법"
[행정] "세무사 자격 지닌 변호사 세무조정반 신청 거부 위법"
  • 기사출고 2018.08.2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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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무효인 시행령 · 시행규칙 조항에 근거"

서울지방국세청이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의 세무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4월 26일 헌법재판소가 세무사 자격을 자동부여받은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지 않았다고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없게 한 세무사법 6조 1항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2015헌가19, 2016헌마116)을 내린 이후 나온 판결이다. 세무사법 6조 1항은 기획재정부에 비치하는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할 수 있는 자를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로 한정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이성용 부장판사)는 8월 3일 정 모 변호사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4구합20735)에서 "조정반지정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2007년 대한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마친 정씨는 2008년 10월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신규등록을 하고 세무조정계산서와 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조정반으로 지정되어 세무조정업무 등 세무대리업무를 해 왔다. 당시만 해도 변호사 자격이 있으면 세무사 자격이 자동부여됐다. 정씨는 그러나 2013년 8월경 세무대리업무 등록갱신을 신청했으나, 서울지방국세청이 이듬해 5월 세무사법 6조 1항 등에 따라 세무대리업무등록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정씨의 세무대리업무등록을 직권 취소하고 갱신신청 역시 반려하자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정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4월 26일 세무사법 6조 1항과 20조 1항 본문 중 '변호사'에 관한 부분이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에 서울고법이 헌재 결정에 따라 두 달 후인 6월 피고의 반려처분을 취소했다. 정씨는 이와 별도로 피고가 2014년 5월 세무대리업무등록을 직권 취소한 후 6개월이 지난 그해 11월 세무사 2명과 함께 조정반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을 했으나 거부되자 심판청구를 거쳐 소송을 냈고, 법원이 이번에도 정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2두23808)을 인용,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외부세무조정제도는 납세의무자에게 스스로의 책임으로 할 수 있는 납세신고에 앞서 외부세무조정을 거치도록 하는 추가적인 의무를 지우는 것이므로 그에 관한 기본적 내용은 법률로 규정하여야 하는데, 모법조항이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고, 나아가 모법조항의 수권을 받은 시행령에 정해질 내용은 세무조정계산서 등의 형식과 실질적 내용 등에 관한 것이라고 예상될 뿐 세무조정계산서 등의 작성 주체를 제한하는 내용까지 규정될 것으로 예상되지 아니하고, 외부세무조정제도가 형식적인 법률로 규정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모법조항이 규정하는 위임의 범위에 외부세무조정제도가 포함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한)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시행령 조항은 그에 관한 모법조항의 위임 없이 규정된 것이거나 모법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고, 시행령 조항의 위임에 따른 시행규칙 조항 역시 무효이므로, 원고의 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한 피고의 처분은 무효인 시행령 조항과 시행규칙 조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세무사법이 개정되어2018년 1월부터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세무사 자격이 자동으로 부여되지 않는다. 그러나 개정법 시행 이전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은 변호사의 조정반 신청은 받아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취지다. 지난 4월 26일 선고된 헌재 불합치결정도 같은 내용이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