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소송 내며 '이주 거부한' 재건축 조합원에 손배책임 첫 인정
[재건축] 소송 내며 '이주 거부한' 재건축 조합원에 손배책임 첫 인정
  • 기사출고 2018.08.0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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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늘어난 대출금 이자 등 지급하라"
"잘못된 판단으로 인도 거부"…책임 20% 인정

주택재건축사업에 반대해 각종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이주를 거부한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조희대 대법관)은 7월 12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A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아파트 인도 지연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주를 거부했던 조합원 오 모씨 등 5명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4다88093)에서 "피고 조합원들이 부동산의 인도일까지 정당한 사유없이 인도의무를 지체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20% 인정, "피고들은 연대하여 4억 3500여만∼4억 9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2006년 6월 용산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설립등기를 마치고 2009년 12월 정비사업구역을 서울 용산구 이촌동 2필지 31,042㎡, 시행기간을 사업시행인가일로부터 62개월, 사업비를 344,586,431,000원으로 하여 총 3개동 460세대를 신축하는 내용으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 이를 고시했다. 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여 2011년 2월 18일 용산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이를 고시했다. 

그러나 오씨 등 재건축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용산구청이 이 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대하여 한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내고, 철거와 이주를 거부했다. 이에 A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이들 일부 조합원들에 대한 부동산 인도소송을 내 승소하였으나 건물인도단행가처분은 법원에서 기각되는 등 절차지연이 계속되었다. 조합은 기본이주비와 사업비에 대한 대출금에 대하여 이주거부로 지체된 기간 동안의 이자 등을 1일 손해액으로 보고, 조합원별로 인도의무 지체일수를 곱한 액수로 손해액을 산정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원심은 원고가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에 대하여 용산구청장으로부터 인가 처분을 받았으므로, 조합원인 피고들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원고 정관 규정에 따라 주재건축정비사업의 시행자인 원고에게 각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데도 각 부동산을 인도하는 것을 지체하여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시행이 지연되었다는 이유로 원고가 구하는 2011년 5월 1일(피고들의 명도의무가 발생하는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일인 2011년 2월 18일 이후이다)부터 부동산의 피고별 인도 완료일(2011년 9월 20일∼10월 11일)까지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기본이주비와 사업비에 관한 대출금에 대하여 인도의무가 지체된 기간 동안의 이자와 이주비를 신청하지 않은 조합원에게 같은 기간 동안 원고가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이자를 합한 1일 1500여만원을 손해라고 보아 이 금액에 피고별 지체일수를 곱한 액수를 손해액으로 산정하고, 다만 피고들의 책임을 20%로 제한하였다"며 "원심이 설시한 책임제한 사유 중 일부에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원심이 피고들의 책임을 20%로 제한한 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채무자가 채무의 발생원인 내지 존재에 관한 법률적인 판단을 통하여 자신의 채무가 없다고 믿고 채무의 이행을 거부한 채 소송을 통하여 이를 다투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그러한 법률적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무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정비사업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인 피고들이 사업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의 효력을 다투면서 원고에게 각 부동산의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피고들의 잘못된 법률적 판단으로 부동산 인도의무가 없다고 믿고 인도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것이라고 볼 것이고, 이러한 경우 각 부동산의 인도의무 불이행에 관하여 피고들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어 피고들이 각 부동산의 인도의무를 지체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들이 낸 관리처분계획 취소소송의 항소심 법원이 관리처분계획의 분담금 조항이 절차상 내용상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으나, 이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기까지는 피고들로서는 각 부동산의 인도 여부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었던 점 등을 지적, 손해의 공평부담이나 형평의 원칙상 피고들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이번 판결은 반대파 조합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손해배상책임까지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의 하급심 판결에서는 각종 행정소송을 이유로 부동산의 인도를 거부하는 재건축 반대자들의 행위가 인도의무 불이행에 대한 고의나 과실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조합의 손해와 반대 조합원들의 인도거부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종국적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재개발 · 재건축 과정에서 반대세력의 소송 등을 이유로 발생한 사업지연에 따른 실제 손해를 전보토록 한 것이다.

원고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광장의 장찬익 변호사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이해관계의 조정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분쟁의 성공적인 해결이 사업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번 판결로 정비사업 추진조합원의 이주(인도)의무 불이행에 따른 조합의 손해를 보전하고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라고 이번 판결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