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명예퇴직 밀실합의' KT 노조, 노조원에 손해배상하라
[노동] '명예퇴직 밀실합의' KT 노조, 노조원에 손해배상하라
  • 기사출고 2018.08.0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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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조합원들 절차적 권리 침해"

노조가 회사와 명예퇴직 등에 대해 합의하면서 노조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면 노조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7월 26일 박 모씨 등 KT에서 명예퇴직하거나 업무지원 부서로 전보된 직원 226명이 "밀실합의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KT 노조와 노조위원장 정 모씨, 위원장 대신 노조 합의서에 서명한 노조 사업지원실장 한 모씨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다205908)에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 중 업무지원 부서로 전보된 157명에게 1인당 30만원, 명예퇴직한 69명에게 1인당 2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KT 노사는 2014년 4월 회사의 사업합리화 계획에 따라 Mass영업 · 개통과 AS · Plaza 분야 업무를 폐지하고, 해당 분야 잔류자에 대해서는 직무전환 교육 후 접점지역으로 재배치하며, 근속 15년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명예퇴직을 시행하고, 2015년 1월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또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 등도 폐지하는 등 복지제도도 변경하기로 했다. KT 노조는 그러나 이러한 노사합의와 관련하여 사전에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거나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

KT는 이 합의를 근거로 실근속기간 15년 이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 명예퇴직을 시행하고, 사업합리화 조치 등에 따라 전국에 소재한 지사의 통 · 폐합과 그에 따른 인력 재배치를 실시하였으며, 배치되지 못한 인원들에 대해서는 인사고과 등을 반영하여 지역본부에 재배치하거나 당시 신설된 업무지원 부서로 전보했다.

그러나 노사합의 과정에서 노조가 총회를 통해 노조원들의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 밝혀지자,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들과 업무지원 부서로 전보된 직원들이 노조와 위원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KT 노조는 소송계속 중인 2015년 2월 회사와 정년제와 임금피크제 등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관하여 노사합의를 진행하였으나, 이때에도 노사합의 사항과 관련하여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는 등 사전에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대표자의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 업무 수행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하여 규약 등에서 내부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의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그것이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 ·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닌 이상 허용된다"고 전제하고, "노조의 대표자가 이와 같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결집 · 반영하기 위하여 마련한 내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조합원의 중요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 등에 관하여 만연히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단체협약의 효력이 조합원들에게 미치게 되면, 이러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조합원의 단결권 또는 노동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KT 노조 규약이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사항을 조합원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고, 대표자로 하여금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피고 노조의 대표자인 정씨 등이 총회의 의결을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특별 명예퇴직과 임금피크제 시행, 복지제도 변경 등을 내용으로 하는 노사합의를 체결한 것은 규약을 위반하여 노조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조합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명예퇴직한 원고들의 경우 1차 노사합의 이후 명예퇴직을 함으로써 2차 노사합의와 관련된 추가적 권리침해를 당할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명예퇴직한 원고들은 20만원, 업무지원 부서로 전보된 원고들에겐 30만원의 위자료를 피고들이 지급할 손해배상액으로 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손해배상의 주체와 관련, "피고 노동조합의 대표자인 정씨의 경우 각 노사합의를 체결할 권한이 있는 사람으로서 원고들에 대하여 일차적으로 규약 위반 등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지적하고, "정씨가 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 각 노사합의의 체결과 관련하여 원고들을 의사결정의 참여 절차로부터 배제하는 불법행위를 함으로써 이들에게 직접적인 정신적 손해를 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법인인 피고 노동조합 역시 민법 35조 1항에 따라 정씨가 그 직무에 관하여 타인인 조합원들에게 가한 손해를 정씨 공동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노사합의가 체결될 당시 사업지원실장이었던 한씨에 대해서도, "규약 52조에 의하면 사업지원실장은 '노사교섭 및 대외협력'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고 정하고 있고, 한씨가 위원장인 정씨를 대리하여 각 노사합의서에 서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한씨는 노사합의의 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한씨 또한 피고 노동조합, 정씨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여는이 원고들을, KT 노조 등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