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중 변호사의 'M&A 이야기'
이세중 변호사의 'M&A 이야기'
  • 기사출고 2018.08.0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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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적 M&A와 경영권 분쟁
◇이세중 변호사
◇이세중 변호사

회사의 경영권은 기업인에게 매우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이다. 경영권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주주총회에서의 과반수 의결권을 가진 최대주주 지분(주식)이 전제되지만, 보다 좁게는 과반수 이사 선임을 통한 이사회 지배와 대표이사 선임권을 들 수 있다.

공개적으로 언론에 드러나 일반인에게 알려지는 경영권 분쟁 사례는 매우 드물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이러한 회사 지배권 내지 경영권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상당히 자주 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이해관계자들은 일차적으로는 이사회, 주주총회 등 회사법상 절차를 통해 이해관계를 조절하려 하지만, 그렇게 분쟁이 해결되기 보다는 각종 회사법상 가처분을 포함한 다양한 민 · 형사적 절차를 거치면서 복잡다단한 공방을 주고받는 매우 험난한 분쟁해결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험난한 분쟁해결 과정 거쳐야

경영권 분쟁은 성격상 적대적일 수밖에 없어서 공격하는 측에서는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통하여 상대방 모르게 여러 가지 준비를 한 후 본격적인 소송 등 공방을 통해 가시화하는 것을 자주 본다. 그러면 우호적으로 진행되는 주식과 경영권 이전절차, 소위 M&A의 경우에는 이러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 것일까. 우호적인 M&A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상호 협의에 따라 '거래'하는 것이어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적대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제한적이고 드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호적인 M&A에 있어서도 거래 유형에 따라 다양한 분쟁 소지가 있고 드물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이러한 경우를 몇 가지 정도만 유형화하여 아래에서 살펴본다.

계약 이행 문제 먼저 제기

우선 대주주가 주식과 경영권을 함께 이전하는 소위 buyout deal의 경우, 약속에 따른 경영권 이전이므로 거래 성격상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 쉽지 않다. 이 경우 양수인은 주식과 경영권을 이전받지 않으면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므로 경영권 분쟁이라기 보다는 계약의 이행 문제가 먼저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서는 양도인인 최대주주가 이미 제3자와 (잠재적) 분쟁 상태에 있었거나, 회사를 완전히 지배하지 못하는 경우 양수인이 불가피하게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있다. 또 상장회사의 경우 대금 지급이 우선하고 경영권 이전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데, 그 과정에서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경영권을 두고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일차적으로 계약이행의 문제지만 양수인이 회사를 넘겨받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전형적인 경영권 분쟁 사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양수인이 회사에 대한 실사를 하게 되고 충분한 실사를 통해 거래와 대상회사에 관한 법적 · 재정적 문제를 파악함으로써 이런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상장회사 M&A나 소규모 회사 인수 거래에 있어서는 제대로 된 실사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이러한 '사고' 내지 '불상사가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실사 통한 위험 방지 가능

잠재적 분쟁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거래로 합작법인(joint venture company)을 설립하는 합작투자 거래를 들 수 있다. 이러한 거래는 양 당사자가 서로의 사업적 필요에 따라 새로 법인을 설립하여 협력 하에 신규사업을 영위하는 우호적인 관계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각 투자사의 합작법인에 대한 지분 출연 시기와 방법, 지분 비율 등을 정하게 되고, 이사회와 대표이사 구성 권한 등 지배관계를 정하는 이외, 주주들 사이의 동의나 협의, 보고 사항 및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의 내지 특별결의를 요하는 사항을 정하게 된다.

다만,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 내지 특별결의 사항으로 소수주주의 이해가 보호되지 못하는 사안의 경우, 동의권만으로는 회사법적 효력이 담보되지 않아 소수주주의 이익 보호가 충분히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소수주주의 권익 보호 내지 명확한 법률관계를 위해서는 계약상 동의 사항을 주주총회나 이사회 특별결의 사항 등으로 명시하고 되도록 정관 등 내규에 반영하여 회사법상 효력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는 다소 기술적인 방법으로 현실적인 제약이 있고 사업상 실무적인 어려움을 감안하여 적절한 균형을 찾아 규정될 필요가 있다.

한편 5 : 5 합작투자법인인 경우 또는 이사회 특별결의를 충족하지 못하여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 소위 dead lock 상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이 경우 뚜렷한 해법은 없다.

Dead lock 발생 시 회사를 정리(해산 및 청산)하거나 어느 주주에게 자기 주식을 상대방이 매수하도록 요구하거나(소위 풋옵션) 다른 주주의 주식을 매수할 권리(소위 콜옵션)를 부여하는 등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도 하지만, 그 경우에도 여전히 계약 위반이나 주식 가격 등을 두고 분쟁 상태가 계속될 수 있고, 이사회 장악, 주식의 향방과 관련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양측의 사업상 협력이 합작투자의 핵심적인 전제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막상 사업시작 후 사업의 전망이나 양측의 이해관계가 바뀌면서 분쟁이 가시화되는 경우가 있고, 이 경우에는 경영권 분쟁에 다름 아닌 상황도 연출된다.

2, 3세 승계 후 경영권 분쟁도

특히 요즘은 경영권이 2세, 3세로 승계되면서 상속인이 선대에서 체결된 신사협정의 효력, 즉 주주간계약상 경영 관련 합의의 효력을 문제 삼으면서 경영권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자주 본다.

다른 유형으로 최대주주의 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취약한 상태에서 회사가 추가적으로 FI의 투자를 받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심지어는 FI가 기존 최대주주의 지분보다는 많고, 우호주주를 합한 지분보다는 조금 적게 보유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FI가 최대주주를 배제하고 회사 경영진을 변경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FI는 기존 경영진이 계속하여 회사를 잘 경영하여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지만, 기본적으로 회사 실적과 영업 상황에 민감하기 때문에 기존 경영진이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사업적 판단에 잦은 충돌이 생기는 경우에는 일부 지분을 추가 매수하여 최대주주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

주주간계약상 주식의 임의 양도 · 양수 금지 규정이나 이사 선임 규정 내지 위약벌을 둘러싼 계약 위반 문제가 대두되겠지만, 누가 먼저 계약을 위반하였는지,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된 것인지 등 선결적인 문제와 함께 회사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 놓인다. 일반적인 주주간계약 위반 문제일 수 있는 사안에 있어서도 대주주가 지분율이 취약한 상황이라면 잠재적인 경영권 분쟁 소지가 있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유형으로 구주 매매 거래를 하지 않고, 회사가 CB나 BW를 발행하는 메자닌 투자가 먼저 이뤄지는 경우를 들 수 있다. CB 투자는 회사의 재정적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 활용되기도 하지만 회사의 객관적인 가치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경우에 대안으로 쓰이기도 한다. 예컨대 대주주가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하고자 하지만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지분가치에 대한 차이가 있는 경우, 드물지만 이런 사례가 있다.

CB 발행과 경영권 분쟁

대주주가 기업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다고 확신할 경우 일정한 지표와 산식을 두고 수년 뒤 양수도 거래를 완료하기로 하고, 이러한 내용을 반영하여 먼저 일정한 금액만큼 회사가 CB 발행을 하면서 동시에 최대주주가 그 보유 지분에 대해 양수인(CB 인수인)의 콜옵션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 경우 계약서상 가치평가 방법을 아무리 정교하게 규정하고 합리적인 가격 산정 절차를 두더라도, 당사자의 변심이나 상황 변화 등에 따라 일방이 거래를 유지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예측하지 못한 경영권 분쟁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투자자가 CB를 조건대로 전환하고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였지만 회사와 기존 최대주주가 이를 부인하는 경우, CB 전환권을 행사한 투자자는 언제 회사의 주주가 되는지, 주주라고 하면 몇 주의 주주인지, 콜옵션 행사는 적법한지 등 복잡한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러한 문제가 법원에 계류된 상태에서 회사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물론 현실에서 CB 등 투자가 이런 식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분쟁 소지를 감안하면 일반적인 buyout deal과 같이 합의된 가치를 전제로 한 번에 매각 거래를 종결시키는 것이 당사자 간에 분쟁 소지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된다.

최악 염두에 두고 대비책 마련해야

M&A 업무를 주로 다루는 변호사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유형의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이는 우호적으로 진행되는 M&A 거래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변호사의 직업적인 특성상 계약서에 최악의 분쟁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고객이 우호적인 거래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표현이나 규정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고객의 요구나 특정한 거래의 성격을 반영하다 보면 일정한 계약 조항들은 수정 과정에서 빠지거나 표현이 완화되는 경우도 왕왕 있고, 보다 근본적으로 계약서를 거론할 필요도 없는 완벽한 메커니즘을 사전적으로 구현해 놓기는 더욱 어렵다.

경영권 분쟁은 그 자체로 적대적인 상황을 전제하지만, 처음부터 적대적인 관계로 시작되는 것인지는 따져 볼 일이다. 의외로 어느 정도의 계약관계나 기초관계를 토대로 우호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점차적으로 분쟁 상황으로 진화하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른다. 우호적인 M&A 거래를 하는 여느 거래의 당사자들도 잠재적인 상황 변화를 염두에 두고 보다 신중한 접근을 할 필요는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세중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sejoong.lee@lee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