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부하 여직원과 사내연애 · 혼전임신 이유 해고 무효"
[노동] "부하 여직원과 사내연애 · 혼전임신 이유 해고 무효"
  • 기사출고 2018.07.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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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내밀한 자유영역…품위유지의무 위반 아니야"

부하 여직원과 사내연애를 하고 이 여직원이 혼전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내밀한 자유영역에 속하는 것일 뿐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울산지법 민사11부(재판장 장래아 부장판사)는 6월 27일 사내연애를 해 혼전임신을 시켰다는 등의 이유로 해고된 A씨가 "해고는 무효"라며 Y축산업협동조합을 상대로 낸 소송(2015가합25167)에서 이같이 판시, "해고는 무효이고, 해고일부터 복직할 때까지 매월 67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995년에 Y축협에 입사한 A씨는 입사 23년째인 2017년 9월 해고됐다. 같은 사무소에 근무하던 부하직원인 예금계 직원 B(여)씨와 '부적절한 사생활'로 인해 B씨가 임신 9개월째에 이른 것이 문제가 됐다. 사실을 알게 된 Y축협은 대외 영업활동을 하는 회사의 명예와 위신 저하는 물론 직원으로서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라며 A씨를 징계해고했다. Y축협은 A씨가 입사 첫해인 1995년에 또 다른 부하직원인 C(여)씨와 사내연애를 하던 중 C씨가 혼전임신을 한 것도 징계사유에 포함시켰다.  

이에 A씨가 "1995년경 사내연애를 하던 중 상대방인 C씨가 혼전임신을 한 사실이 있으나, C씨와 혼인하여 10년 이상 혼인생활을 유지하였고, 2015년경 이혼 후 2017년경 같은 직장 내에서 B씨가 혼전임신을 한 사실은 있지만, 이는 모두 사내연애 중 일어난 일로, 사생활 문제일 뿐 사회적 비행이라거나 이와 같은 혼전임신으로 회사의 사회적 평판을 나쁘게 하거나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사정도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씨와 C씨가 혼전임신 당시 원고는 미혼 상태였던 점, 남녀간의 자유로운 교제가 허용되는 현실에서 원고가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와 동침을 하거나 성관계를 맺은 것은 그의 내밀한 자유 영역에 속하는 것일 뿐이고 그 결과로서 혼전임신을 하였다고 하여 이를 사생활이 문란한 것이라 치부할 수 없는 점, 원고는 C씨와 혼인하여 10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한 것으로 보이고, B씨 역시 2017년 10월 원고의 주거지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한 달 뒤인) 2017년 11월 자녀를 출산하여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와 B씨 및 C씨 사이의 관계, 임신사실 등이 피고나 소속직원과 가족 등에게 알려지는 과정에 다소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는 단순히 원고만의 문제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의 신변과도 문제되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원고에게 귀책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징계사유로 들고 있는 사유가 도덕적 한계를 넘어 피고의 명예와 신뢰도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원고의 행위가 피고의 복무규정에서 정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Y축협은 "금융기관의 역할을 하며 인근 상인과 농업인, 축산인 등의 금고 역할을 하고 있어 우리의 근로자는 청렴성과 도덕성, 신뢰성을 갖추어야 하고, 이러한 우리의 이용자들은 우리 내부에 사생활이 문란한 A씨의 행위에 대하여 지탄을 하고 있다"며 "A씨의 행위로 인하여 명예와 신뢰도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 피고의 대외적 신뢰도나 사회적 평가가 훼손되는 등으로 피고가 원고의 행위로 실제 어떠한 손해를 입었다거나 피고의 업무에 큰 장애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에 대한) 해고처분은 무효이고, 피고가 그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이상 원고가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고 밝히고, "해고처분이 무효인 이상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원고가 해고처분으로 인하여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사용자인 피고의 수령지체로 인한 것이므로, 원고는 해고처분이 없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