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OLED 기술 다루던 삼성디스플레이 전 직원 중국 경쟁업체 전직 불가"
[민사] "OLED 기술 다루던 삼성디스플레이 전 직원 중국 경쟁업체 전직 불가"
  • 기사출고 2018.07.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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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전직금지 2년 과도하지 않다"

수원지법 민사31부(재판장 김재영 부장판사)는 7월 3일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경쟁업체로 이직한 전 직원 허 모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가처분 신청(2018카합10106)을 받아들여, "허씨는 2019년 8월 15일까지, 2년간 경쟁업체와 그 영업소, 지점, 연구소, 사업장 또는 그 계열사에 고용되어 근무하거나, 자문제공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회사가 수행하는 유기발광 다이오드 방식 디스플레이(OLED)의 연구, 개발 업무에 종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결정했다. 또 허씨가 이 명령을 위반한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에게 위반행위 1일당 10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허씨는 2010년 5월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한 후 플렉서블(Flexible) OLED 양산을 위한 전제기술인 PI 기판 개발업무를 포함한 모바일향 OLED 개발업무 등에 종사하다가 2017년 8월 15일 삼성디스플레이를 퇴사하고, 한 달 뒤 LCD 유리기판을 생산하는 업체인 청두중광전과기유한회사(COE)에 입사했다. COE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사인 중국 최대 국영 디스플레이 생산업체인 BOE의 협력사로,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한 삼성디스플레이는 허씨가 COE 등에서 근무해선 안 된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허씨는 퇴사하면서 '퇴직일로부터 2년간, 재직기간 중 지득한 영업비밀 등이 누설되거나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창업하거나 국내외 경쟁업체(LGD, BOE, Apple 등)에 전직, 동업, 고문, 자문, 기타 협력의 지위를 가지지 않겠다'는 내용의 '영업비밀 등 보호서약서'를 회사 측에 제출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허씨에게 전직금지약정금 명목으로 7528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허씨는 COE 입사 한 달 뒤인 2017년 10월 중국 청두시 외국인전문가국에서 외국인근무허가증을 발급받아 그 무렵 청두시로 입국한 후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허씨는 "가처분 신청이 국제재판으로서 그에 대한 민사재판권이 국내법원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채권자(삼성디스플레이)는 국내법인이고 채무자(허씨)는 국내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내국인이므로 채권자와 채무자의 분쟁에 관한 이 사건 신청에 관하여 이 법원에 재판권이 있음은 명백하고, 채무자가 중국에 거소를 두고 근무를 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가처분 신청이 중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여야 하는 국제재판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채권자는 2017년 4분기 기준으로 모바일향 OLED 방식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점, 채권자가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향 OLED 방식 디스플레이 제작기술은 채권자가 상당 기간 노력을 들여 개발한 것들로서 외부에서 취득하기 어려운 정보인 반면, 이러한 정보가 경쟁업체에 유출되었을 경우 경쟁업체는 채권자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생략하고 기술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이익을 얻게 되어 채권자에게 상당한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점, 모바일향 OLED 방식 디스플레이 중 채권자가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플렉서블 OLED의 경우, 유기물 형광체의 산화를 막을 수 있을 정도의 높은 밀폐도 및 얇은 두께를 유지하는 무색 · 투명한 PI 기판을 낮은 불량률로 양산하는 기술이 핵심기술인 점 등을 종합하면, PI 기판 양산기술을 포함한 채권자의 모바일향 OLED 방식 디스플레이 제작기술은 채권자의 보호가치 있는 이익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채무자는 채권자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 대부분이 50세 이전에 해고되거나 희망퇴직을 받는 등으로 사실상 해고되고 있었으므로 퇴직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나, 채무자는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으로 퇴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바, 달리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부당하게 퇴직을 강요하는 등 채무자의 퇴직에 관하여 책임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고 지적하고, "채무자가 부담하는 전직금지의무는 손해배상이나 위반결과의 제거 등 사후적인 구제수단만으로는 채권자에게 충분한 손해의 전보가 불가능한 점, 채무자는 퇴직 전 약 5년 동안 PI 기판 양산기술의 개발업무를 직접 경험한 근로자로서 채권자의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인 PI 기판 양산기술에 관한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채무자의 1년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을 전직금지의무의 대가로 제공한 점, 이 사건 결정일 기준으로 채무자에게 남은 전직금지기간은 1년 1개월 정도에 불과한 점 등을 종합하면, (허씨가 삼성디스플레이에 제출한) 서약서에서 정한 2년의 전직금지기간이 채무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BOE는 중국 최대 국영 디스플레이 생산업체로 2016년경부터 채권자 회사에서 근무한 기술자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채용을 하려고 시도하여온 점, COE는 청두 BOE와 약 650m 거리에 위치한 회사로서 청두 BOE에 유리기판을 납품하는 협력회사인바 청두 BOE와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점, COE와 청두 BOE의 대주주인 투자자가 동일한 점, 채무자가 외국인 취업허가를 위하여 중국정부에 제출한 건강상태 증명서류에 기재된 전화번호는 BOE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전화번호인 점, 채무자가 중국에서 근무하며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자신의 계좌로 급여 명목으로 받은 금액은 한국 돈 1억원에 이르는바, 이는 채무자가 채권자 회사에서 받은 급여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 점, 채무자가 제출한 급여 입금내역에는 급여를 지급한 회사가 어디인지 명확히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채무자가 실제로는 BOE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PI 기판 양산기술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으면서 서약서에 따른 전직금지의무 위반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BOE와 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COE와의 사이에 고용계약을 체결한 듯한 외관을 형성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서약서에 의한 전직금지의무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거나 약정한 전직금지기간이 과도하게 장기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세종이 삼성디스플레이를, 허씨는 법무법인 동백이 대리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