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 저자의 수사 다큐멘터리"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부도덕성을 비판하는 책이 많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실라 코하카의 《블랙 에지》는 어느 것보다 '에지'있는 책이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헤지펀드 중 하나인 SAC의 설립자인 스티븐 코언(Steven Cohen)에 대한 미국 FBI, SEC, DOJ의 7년간의 수사과정을 심도 있게 추적하여 사실 그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한 책이다.
픽션이 아니다. 심지어 헤지펀드의 명칭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실명도 그대로다. 당장이라도 Google에서 검색하면 대부분의 인물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고, 스토리를 이끄는 FBI 수사관 B. J. Kang이라는 인물이 한국계라는 것을 아는 순간 스토리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전체 스토리의 전개뿐 아니라 각 사건들도 모두 매우 사실적이다. 다른 투자자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에지(정보)를 얻고자 하고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에지(블랙 에지)마저 서슴지 않는 내부자거래의 실제 과정,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조직적인 내부정보의 거래는 교과서나 판례에서 지인들 사이에 주고받는 내부정보와는 차원과는 다르다. 또한 법망을 피하기 위해 정보를 수치화하거나 이메일 등 증거를 제거하는 등의 노력이나 대책, 그렇기에 치밀할 수밖에 없는 수사기관의 감청, 함정수사 등 수사기법도 매우 상세하다.
내부자거래를 공부하거나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규제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의도하지 않아도 회피의 방법까지도 자연스레 파악하게 된다. 심지어 변호사들의 구체적 대응 논리, 증거 탄핵의 방법, 그에 대한 수사기관의 공격 논리 등 각 당사자의 입장을 가감 없이 스토리에 녹여내고 있기에 더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내부자거래에 대한 법적 이해에 참고할 부분이 많다. 원문에는 없는 역자와 감수자의 법률용어 설명은 번역서만의 보너스이기도 하다.
등장인물 중 헤지펀드 업계를 조사하던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엄청난 돈이 걸려 있고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악행이 자행되기 마련이라고 우리 둘 다 알고 있죠"라고. 현재 SAC는 Point72로 사명을 바꾸었다고 한다. 코언에 대한 수사가 성공하여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닌지는 책을 읽고 평가해 볼 것을 권한다. (저자 : 실라 코하카, 옮김 : 윤태경, 감수 : 김정수)
전영준 변호사(법무법인 넥서스, yjjeon@nexusla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