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익 변호사의 '기업과 법' ⑱가상통화
최영익 변호사의 '기업과 법' ⑱가상통화
  • 기사출고 2018.07.1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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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규제 측면에서도 선도적인 조치 나왔으면"
◇최영익 변호사
◇최영익 변호사

2017년은 가상통화를 둘러싼 이슈들이 크게 사회화되었던 한 해이기도 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가상통화에 대한 투자와 거래, 이를 규제해 보겠다고 준비도 없이 어설프게 나섰다가 여론과 투자자들의 호된 질책을 받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만 정부, 유명 가상통화 거래소들에 대한 해킹 사건 등등 가상통화와 관련된 이슈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최근에도 하루 거래량 기준 전 세계 7위 규모의 거래소인 빗썸이 해킹당해서 350억원 어치의 가상통화를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개인들의 투자와 거래량도 활발한 것에 대해서는,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선물이나 옵션 등과 같은 파생상품거래를 많이 하는 것에 빗대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나아가서는 가상통화의 사회적 기능이나 앞으로의 운명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가상통화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 지 예측하는 것은 물론 가상통화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에 대해서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가상통화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무시 못 할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가상통화를 둘러싼 법률적 쟁점들을 몇 가지 소개해 보기로 한다.

1. 들어가며

가상통화는 지폐나 동전과 같은 실물 없이 전자적 형태를 취하는 디지털 통화로서, 통화의 발행 및 거래 승인 과정에서 암호화 기술을 사용한다. 가상통화는 탈중앙화, 적은 거래 비용, 익명성, 심한 가격변동성 등을 주된 특징으로 한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된 가상통화는 2018. 6. 18. 기준으로 무려 1,906개로 추정될 정도로 많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가상통화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있다.

6월 기준 1,906개 추정

가상통화의 여러 특징 중 법률적인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아마도 가상통화의 발행 및 거래를 통제하는 중앙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비트코인 이후로도 우후죽순처럼 가상통화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누구든지 오픈소스를 이용하여 가상통화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국의 정부가 발행을 통제하지 않는다는 가상통화의 탈중앙성은 가상통화에 대한 법률적 접근을 쉽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다.

2. 가상통화의 정의 및 경제적 기능

가상통화를 과연 현행 법률상 화폐, 선불전자지급수단, 전자화폐, 증권, 금융투자상품 등의 법적 정의로 포섭할 수 있는가 하는 논의가 있다. 거의 모든 견해는 가상통화는 기존의 특정 항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상통화 자체를 정의하고 규율할 수 있는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회에도 가상통화와 관련해서 3개의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가상통화의 경제적 기능으로는 지급수단, 투자수단, 자금조달수단 등이 있을 수 있다. 가상통화는 본래 지급수단으로 개발되었지만 현실은 투자수단으로서의 기능이 더 주된 기능이 되어 버린 양상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가상통화로 어떤 재화나 용역을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의 규제 방향도 이런 현실에 기반을 두어야 할 것이다.

3. 가상통화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최근 판례

#피고인은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구속기소되었고, 검찰은 피고인이 사이트 이용료 대가로 받은 비트코인에 대해서 전자지갑 형태로 216비트코인(2018. 6. 11. 기준 16억원 상당)을 압수해 보관하였다. 검찰은 피고인이 챙긴 범죄수익 중 현금에 대해서는 추징,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몰수를 요청하였다.

화폐성 · 상품성 인정은 아니야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객관적 가치를 계산할 수 없고,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가 없는 전자적 파일이라는 점을 이유로 비트코인이 형법상 몰수의 대상인 '물건'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심 법원은 비트코인은 거래소를 통해 돈으로 바꿀 수 있고, 가맹점을 통해 지급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어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적용하여 비트코인에 대한 몰수를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위 2심 법원의 판결을 확정하였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비트코인도 이제 몰수가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비트코인의 화폐성이나 상품성을 바로 인정한 것은 아니고 단순히 재산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가상통화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위 판결 이후에 가상통화에 대한 강제집행 방법 마련 등 후속 논의가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는 가상통화에 대한 마땅한 강제집행 방법이 없어서 채무자가 자기 재산을 가상통화에 투자해 놓으면 이를 집행할 수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일리 있는 지적으로 보인다.

4. 가상통화 거래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의 거래는 거래 당사자가 서로 거래를 하고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상호 감시 속에서 거래가 확인, 승인되는 구조이다. 하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참여자들이 마치 상장주식을 거래하듯이 가상통화 거래소를 통해서 거래를 한다. 이용자는 거래소가 관리하는 지갑에 보관된 가상통화에 대하여 그 교환청구권을 표시하는 가상통화포인트를 보유하고, 이를 거래소 내에서 경쟁매매방식으로 거래, 처분하는 것이다.

이처럼 거래소 내에서의 거래는 블록체인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가상통화 거래는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달리 거래소를 통한 가상통화 거래는 블록체인 기술을 직접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심심찮게 해커의 공격 대상이 된다. 또한 거래소가 이용자들이 맡긴 가상통화를 실제 보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거의 없기 때문에 거래소가 얼마든지 유동성을 창조할 수도 있다.

통신판매업으로 신고, 영업 중

이런 거래 현실에서는 거래소와 이용자 간의 권리의무 관계가 법률적으로 명확히 정립될 필요가 있고, 거래소의 신용위험 및 운영위험을 어떻게 해소 또는 완화할 것인지도 논의되어야 한다. 가상통화 거래소는 현재 대부분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으로 신고하고 영업 중이다.

필자도 2017년도에 외국인들로부터 한국에서 가상통화 거래소를 설립하겠다는 연락을 여러 차례 받았다. 아주 극히 적은 액수의 자본금으로 거래소를 설립하겠다는 거였다. 이미 외국에서도 한국에서의 가상통화 열풍이 널리 알려져서 생긴 현상이었던 것 같다.

5. 가상통화에 대한 세무상 취급

현재까지 우리나라 과세당국은 가상통화의 거래에 관한 과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가상통화에 대한 법적 성격이 아직 정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가상통화에 대한 정의가 없어도 각 세법에서 과세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세법상 고유한 개념으로 가상통화를 정의하고 이를 근거로 과세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이는 우리나라 과세당국의 과세지침과 태도에 달려있는 문제일 것이다. 가상화폐의 과세방법으로는 부가가치세, 사업소득세, 양도소득세, 법인세, 상속 · 증여세 등이 거론된다.

"부가세 과세대상 해당"

일찍이 국세청은 2014. 2. 17. "비트코인을 계속적, 반복적으로 매도 및 매수하여 이익을 남기는 경우 부가가치세 부과대상인지"라는 질의에 대하여 "부가가치세법 상 부가가치세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물건 및 권리인 재화를 계약상 · 법률상 원인에 따라 양도하거나 인도하는 경우 과세되는 것으로써, 비트코인은 단순히 결제수단에 해당하는 '화폐성 재화'로 보여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나 확답은 어렵다"고 대답하면서도, 이후 "비트코인이 화폐로서가 아닌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재화로서 거래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2018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상통화에 대한 실질적인 과세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가상통화에 관한 과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을까 한다.

6. 기타 규제 동향

가상통화 거래에 대한 엄한 규제 발표와 번복이라는 한바탕 소동을 거치고 난 후 아직까지도 규제를 위한 정부 당국의 논의나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2017. 9. 4.에는 금융위원회가 증권발행 형식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별도의 법률 개정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어서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스타트업 회사들이 싱가포르나 스위스 등에서 ICO를 진행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ICO는 Initial Coin Offering의 약자로 새로운 가상통화를 개발하면 이를 분배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자금을 모으는 펀딩 방식이다. 투자자들은 주로 새로 개발될 가상통화를 받는 대가로 비트코인 등과 같은 가상통화를 보낸다. 현금이 아닌 가상통화를 보내기 때문에 현행 규제 체제 내에서는 규율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으나, 금융위원회는 일단 전면 금지라는 방침을 발표하여 업계에 혼란만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비밀법상 규제 · 감시 대상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가상통화를 규제하기 위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 산하의 금융범죄단속국은 별도의 지침서를 발행하여 가상통화를 정의하고 거래 주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였다. 이에 따르면 가상화폐의 교환자나 관리자는 자금서비스업상 자금송금인으로서 은행비밀법에 의한 규제와 감시의 대상이 된다.

일본은 가상통화 규제에 대한 입법 노력으로는 가장 앞서 있다. 관련 법률들을 개정해서 가상통화 및 가상통화교환업자 등에 대한 정의를 마련했다. 가상통화교환업자에게는 거래소 등록, 이용자에 대한 정보 제공, 이용자 재산과 업체 자산의 분별 관리, 거래 시의 인증요구 의무 등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가상통화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다른 나라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일 정도로 유례가 없는 현상이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존재할 것이다. 현상이 이러면 법률이나 감독, 규제 측면에서도 선도적인 조치를 취해서 다른 많은 나라들에서 우리나라의 규제 체제를 참고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필자의 소망이다.

최영익 변호사(법무법인 넥서스, yichoi@nexusla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