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여성 종원에 소집통지 않은 종중 대표자 선임 무효"
[민사] "여성 종원에 소집통지 않은 종중 대표자 선임 무효"
  • 기사출고 2018.07.0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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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법] "소집절차에 중대한 하자 있어"

종중이 여성 종원을 종원의 범위에서 배제하고 여성 종원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않은 채 총회를 열어 대표자 선출 결의를 했다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법 민사3부(재판장 이흥구 부장판사)는 6월 27일 여성 종원인 김 모씨 등 4명이 "정기총회에서 A씨를 문중회장으로 선임한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하라"며 경주김씨 대안공파 **동 문중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나22811)에서 이같이 판시, 1심과 마찬가지로 "문중회장 선임 결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경주김씨 대안공파 **동 문중은 경주김씨 대안공파 26세손의 후손들로 구성된 단체이고, 김씨 등은 경주김씨 대안공파 26세손의 후손이자 경주김씨 대안공파 40세손인 성인 여성들이다.

피고 문중의 회장이었던 B씨는 2015년 3월 회칙에 따라 **동에 거주하는 사람과 족보에 기재된 사람 중 만 25세 이상의 남자들에게 '2015년 4월 5일 오전 10시 정기총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정기총회 개최 안내문을 보내어 소집통지를 하였으나, 김씨 등에게는 개별적인 소집통지를 하지 않았다. 피고 문중의 회칙은 **동에 거주하는 사람과 타 지역으로 이사한 사람 중 본가첩(족보)에 기재된 사람 중에서 만 25세 이상의 남자로 문중원의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2015년 4월 5일 개최된 정기총회에는 경주김씨 대안공파 26세손의 후손이 50명 참석하였고, 그중에는 성인 여성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 이 50명은 만장일치로 현 부회장인 A씨를 회장으로 선임하고, 묘지 이장 등의 일이 있을 때 문중에게 기부한 문중원 7명에게 기부 금액을 환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다. 이에 김씨 등이 문중회장 선임 결의는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피고는 "우리는 만 25세 이상의 남자로 조직된 '종중유사단체'이므로, 여성들로서 그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회원이라 할 수 없는 김씨 등이 정기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은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2다1178 등)을 인용, "고유한 의미의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 및 종중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자연발생적인 관습상의 종족집단체로서 특별한 조직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이상의 자는 당연히 그 종중원이 되는 것이며, 그중 일부 종중원을 임의로 그 종중원에서 배제할 수 없는 것이므로 종중 총회의 결의나 규약에서 일부 종중원의 자격을 임의로 제한하였다면 그 총회의 결의나 규약은 종중의 본질에 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는 회칙에 '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 및 종중원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인격을 존중하며 화합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하고 있고, 피고가 묘제, 벌초 등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한 규정들을 두고 있는바, 회칙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자신과 별개인 경주김씨 대안공파 26세손의 후손들로 구성된 고유한 의미의 종중이 따로 있음을 상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2015년 4월 5일 정기총회에서 A씨를 회장으로 선임하는 외에 묘지 이장 시 기부금을 납부한 회원들에게 기부금을 환급하기로 하는 결의를 하였는바, 이러한 결의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가 현재 경주김씨 대안공파 26세손과 그 후손들의 묘소를 관리하고 제사를 지내는 등 종중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종중유사단체가 아니라 경주김씨 대안공파 26세손의 후손들 중 성년 이상인 사람들로 이루어진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체인 고유한 의미의 종중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피고를 고유한 의미의 종중이라고 보는 이상, 피고 회칙 중 김씨 등을 비롯한 성인 여성을 회원자격에서 제외한 부분은 무효이고, 성인 여성으로서 경주김씨 대안공파 26세손의 후손인 원고들 역시 피고의 종중원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종중원인 김씨 등이 피고가 개최한 정기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소는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이어 대법원 판결(2007다34982 등)을 인용, "종중총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족보에 의하여 소집통지 대상이 되는 종중원의 범위를 확정한 후 국내에 거주하고 소재가 분명하여 통지가 가능한 모든 종중원에게 개별적으로 소집통지를 함으로써 각자가 회의와 토의 및 의결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고, 일부 종중원에게 소집통지를 결여한 채 개최된 종중총회의 결의는 효력이 없다"며 "피고는 경주김씨 대안공파 26세손의 후손들로 구성된 고유한 의미의 종중이라 할 것인데, 피고가 경주김씨 대안공파 26세손의 후손인 원고들에게 정기총회에 관하여 개별적인 소집통지를 하지 아니하였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정기총회의 소집을 위한 통지를 함에 있어 종중원의 확정과 소재 파악을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므로, 원고들에 대한 소집통지를 누락한 채 개최된 정기총회 결의는 소집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정기총회에서 A씨를 회장으로 선임한 결의는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피고는 또 "피고 회칙에 정기총회 날짜가 4월 첫째 주 일요일로 명시되어 있어 별도로 정기총회의 소집통지를 하지 아니하여도 정기총회 결의가 무효로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종중의 규약이나 관행에 의하여 매년 한식일과 같은 일정한 날에 일정한 장소에서 정기적으로 종중원들이 집합하여 종중의 대소사를 처리하기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종중회의의 소집절차가 필요하지 않으나, 위와 같은 경우가 아니라 별도로 총회를 소집함에 있어서는 특별한 규약이나 종중 관행이 없는 한 종중원 중 통지 가능한 모든 성년 이상의 종원에게 소집통지를 함으로써 각자가 회의의 토의와 의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고, 일부 종중원에게 이러한 소집통지를 결여한 채 개최된 종중회의의 결의는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그 결의가 통지 가능한 종중원의 과반수의 찬성을 얻은 것이라고 하여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라며 " 그런데 정기총회 일자가 피고 회칙에 규정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이 사건 정기총회가 개최된 2015. 4. 5.은 피고 회칙에서 정한 4월 첫째 주 일요일에 해당하는 사실은 역수상 명백하나 한편 피고 회칙 제14조 제3항에 '총회 시에는 총무가 최소 1주일 전까지 각 회원에게 장소와 일시를 통보한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위 회칙에 정기총회의 개최장소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피고 회칙에 정기총회를 일정한 날에 '일정한 장소'에서 개최하기로 규정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피고로서는 정기총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통지 가능한 모든 종중원에게 개별적으로 그 총회의 일시와 장소를 통지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가 그 종중원인 원고들에게 정기총회의 개최 일시 및 장소를 통지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