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매달 고정 운송료 받는 '월대지입차주'는 근로자
[노동] 매달 고정 운송료 받는 '월대지입차주'는 근로자
  • 기사출고 2018.07.0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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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구체적 · 실질적 지휘 · 감독 받아"

매달 고정된 금액의 운송료를 지급받는 이른바 '월대지입차주'는 근로자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배기열 부장판사)는 4월 4일 화물을 운송하다가 사지마비 등의 상해를 입은 지입차주 서 모씨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누67843)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씨는 2012년 2월 CJ GLS(2013년 4월 CJ 대한통운으로 합병되었다)와 매월 450만원의 기본운송료와 유류비, 통행료를 실비로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운송위탁계약을 체결했다. 서씨는 2013년 3월 15일 세종시에 있는 공장에서 시흥시에 있는 화물하역장까지 화물트럭을 운전하여 화물을 운송한 후, 같은날 오후 5시쯤 화물적재함에 올라 화물덮개를 벗기는 작업을 하던 중 약 2.9m 아래 지면으로 추락하여 목뼈 골절과 사지마비 등의 상해를 입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CJ GLS는 다수의 지입차주들(고정지입차주)과 운송위탁계약을 체결했으나, 지입차량의 결행과 긴급 운송물량 주문에 원활하게 대응하기 위해 이 지입차주들에 비해 극히 적은 수의 지입차주들(월대지입차주)로 하여금 긴급 운송 등 별도의 운송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 CJ GLS는 고정지입차주와는 운송 건당 운송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송위탁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서씨와 같은 월대지입차주와는 매월 고정된 금액의 운송료와 유류대 등 실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송위탁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따라서 고정지입차주는 운송량의 변화에 따른 손익에 관하여 스스로 위험을 부담하는 반면, 월대지입차주는 운송량의 변화에 따른 손익에 관하여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 그 위험은 CJ GLS가 전적으로 부담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이 운송 관련 손익에 관하여 스스로 위험을 부담하는 고정지입차주는  CJ GLS의 간섭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던 반면, 매월 고정된 금액을 지급받는 월대지입차주인 원고는,  CJ GLS가 화물 운송 요청을 받을 경우 고정지입차량의 결행과 긴급 운송물량 주문에 원활하게 대응하기 위해  CJ GLS의 업무수행책임자인 조 모씨의 운송경로와 운송일정에 관한 구체적 지시에 따라서만 화물운송 업무를 수행하였고, 운송일정과 운송경로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운송 화물의 유무에 따라 업무수행시간이 유동적이어서 고정지입차주와 달리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에 대하여 CJ GLS로부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휘 · 감독을 받았다"고 지적하고, "결국 월대지입차주인 원고는 고정지입차주들에 비해 CJ GLS로부터 훨씬 강력한 통제를 받으면서 CJ GLS에 종속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월대지입차주인 원고는 실제 운송량에 관계없이  CJ GLS로부터 매월 15일에 고정급으로 450만원을 지급받았는바, 원고와  CJ GLS 사이의 지휘 · 감독관계와 원고의 업무 수행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금원의 명목은 기본운송료이지만 금원 중 차량사용료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원고가 CJ GLS에 제공하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원고가 CJ GLS의 산재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CJ GLS의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여 원고에게 통상의 근로계약에서 볼 수 있는 승진, 징계, 직급 등의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들은 실질적으로 노무제공 실태와 부합하지 않거나 사용자인 CJ GLS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근로자를 사용하기 위하여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들로서 CJ GLS가 최소한의 책임만을 부담하면서 근로자를 사용하기 위하여 위탁계약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의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원고가 CJ GLS와 맺은 운송위탁계약서에는 "원고는 독립된 사업자로서 고용관계에 있지 않음을 명시적으로 확인하나"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으나, 재판부는 "해당 문구는 실질적 근로관계의 유무에 불구하고 CJ GLS가 사업자로서 부담해야 할 위험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어 계약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고, 따라서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6조 1항, 2항 1호 또는 7조 1호, 2호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밝혔다, 해당 문구는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될 수 없고 따라서 이 문구가 존재한다고 하여 원고가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CJ GLS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요양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