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 기지국 수사 헌법불합치"
[헌법]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 기지국 수사 헌법불합치"
  • 기사출고 2018.06.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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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대상범죄 경중 가리지 않고 과도하게 제한"

수사기관이 수사상 필요를 위해 휴대전화 사용 위치를 추적하고, 기지국을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6월 28일 시인인 송경동씨 등이 낸 헌법소원 사건(2012헌마191 등)에서 재판관 6 : 3의 의견으로 통신비밀보호법 13조 1항과 13조의3 1항 중 해당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다만 2020. 3.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했다.

통신비밀보호법 13조 1항은 수사기관이 수사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위치추적자료 등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13조의3 1항은 공소의 제기 또는 입건을 하지 아니하는 처분(기소중지결정을 제외한다)을 한 때에는 그 처분을 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위치추적자료를 제공받은 사실과 제공요청기관 및 그 기간 등을 서면통지하게 하고 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통해 특정 시간대 정보주체의 위치와 이동상황에 대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으므로, 위치정보 추적자료는 충분한 보호가 필요한 민감한 정보에 해당되는 점, 그럼에도 통신비밀보호법 13조 1항 등은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을 허용하여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점, 위치정보 추적자료의 제공요청과 관련하여서는 실시간 위치추적 또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치추적의 경우 보충성 요건을 추가하거나, 대상범죄의 경중에 따라 보충성 요건을 차등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 존재하는 점, 수사기관의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수사의 필요성'만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어 절차적 통제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수사종료 후 30일 내에 서면통지하게 한 통지조항에 대해서도,  "수사의 밀행성 확보는 필요하지만,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을 통하여 수사기관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고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과 관련하여 정보주체에게 적절한 고지와 실질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 사건 통지조항은 수사가 장기간 진행되거나 기소중지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에게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을 통지할 의무를 규정하지 아니하고, 그 밖의 경우에 제공사실을 통지받더라도 그 제공사유가 통지되지 아니하며, 수사목적을 달성한 이후 해당 자료가 파기되었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정보주체로서는 위치정보 추적자료와 관련된 수사기관의 권한남용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가 장기간 계속되거나 기소중지된 경우라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에게 그 제공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되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중립적 기관의 허가를 얻어 통지를 유예하는 방법, 일정한 조건 하에서 정보주체가 그 제공요청 사유의 통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통지의무를 위반한 수사기관을 제재하는 방법 등의 수단이 있다"며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통지조항은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송씨 등은 한진중공업 파업문제 해결을 위해 기획한 '희망버스' 집회 직전에 경찰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2011년 8월부터 10월까지 자신들의 휴대전화 송수신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통신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또 이날 인터넷 언론 기자 김 모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2012헌마538)에서 통신비밀보호법 13조 1항 중 기지국 수사를 허용한 부분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하고, 다만 2020. 3.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했다.
 
통신비밀보호법 13조 1항은 수사기관이 수사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가입자의 전기통신일시와 전기통신개시 · 종료시간, 발 · 착신 통신번호 등 상대방의 가입자번호, 사용도수 등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재판부는 "요청조항은 수사의 필요성만을 요건으로 규정함으로써 수사기관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을 모든 범죄에 대하여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범죄의 의혹만으로도 특정 시간대 특정 기지국에서 발신된 불특정 다수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받는 수사방식을 허용하여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요청조항은 정보주체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아니한 채 수사기관의 수사편의와 효율성만을 도모하고 있다 할 것이므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이어 "요청조항이 기지국 수사를 허용함으로써 달성하려는 공익은 수사의 효율성과 신속성이라 할 것이나, 그것이 광범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가 정보주체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기관에 제공됨으로써 정보주체가 입게 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불이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요청조항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사이의 법익 균형성도 인정되지 아니한다"며 "요청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 당 대표 예비경선 과정을 취재한 김씨는 이후 검찰이 금품살포 의혹 수사를 위해 자신의 통신내역을 확인한 사실을 알고 헌법소원을 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