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채용비리' 백태…40명 기소
'은행 채용비리' 백태…40명 기소
  • 기사출고 2018.06.2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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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조작에 임직원 자녀 청탁 만연

대검찰청 반부패부(김우현 검사장)가 6월 18일 우리, 하나, 국민, 부산, 대구, 광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등 12명을 구속기소하고, 함영주 하나은행장,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2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위반정도가 심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됐다. 이에 앞서 검찰은 2017년 10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금융감독원과의 긴밀한 공조 아래 올 6월까지 서울북부 · 서부 ·  남부지검과 부산  · 대구  · 광주지검 등 전국 6개 검찰청에서 8개월간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였다.

◇은행별 채용비리 입건자 현황
◇은행별 채용비리 입건자 현황

수사결과 은행 인사부서가 채용비리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외부인뿐 아니라 내부 임직원 등의 자녀 등에 대한 청탁도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여성 합격자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사전에 남녀 채용비율을 정해 놓고 여성지원자의 점수는 낮추고, 남성지원자의 점수를 올려 합격자를 조작하거나, 소위 상위권 대학 출신 선발을 위해 합격대상인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한 경우도 있었다. 채용을 로비의 도구로 활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지방 소재 은행의 경우에는 도금고 또는 시금고의 유치를 위하여 정 · 관계 인사의 자녀의 채용을 로비의 도구로 이용하였으며, 정 · 관계 인사들 또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빌미로 자신의 자녀의 불합격을 통보받고도 합격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철저한 공소유지를 통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한편 수사 중인 신한금융그룹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 5월 수사참고자료가 이첩된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에 대한 채용비리 사건은 현재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다음은 검찰이 발표한 은행들의 생생한 유형별 채용비리 사례다.

<청탁대상자 명부 작성을 통한 지속적 관리>

-금융기관의 인사 담당자들은, 추천이나 청탁이 있는 경우 별도로 청탁명부를 작성하여 채용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관리하면서, 서류전형 단계에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무조건 합격시키거나(하나은행), 필기전형, 면접전형에서 탈락 대상인 경우 점수를 수정하거나(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대구은행), 감점사유를 삭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합격자로 둔갑시켰다(하나은행).
-청탁자 중에서도 은행장이 청탁을 전달하거나 관심을 갖는 지원자들은 별도로 리스트를 작성하여 관리하면서 각 전형별로 합격자를 표시하여 은행장에게 보고하고, 이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가 불합격 대상에서 합격자로 변경되기도 하였다(하나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의 경우, 추천이 들어온 지원자를 별도로 정리한 문서가 발견되기는 하였으나, 이와 관련된 채점표 등이 모두 삭제되어 조작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청탁이 있는 경우 서류면접은 통과시켜주는 관행>

-지원자들에 대한 청탁이나 추천은 은행장이나 임직원을 통한 정관계 인사의 청탁이 다수였으나, 지점장이나 중간간부급 직원들에 의한 주요 거래처 자녀 등에 대한 청탁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졌는바, 채용 청탁이 있는 경우 서류면접은 통과시켜주는 관행 다수 확인(하나은행, 대구은행).
- 외부 청탁자가 자신의 딸에 대한 채용을 청탁하면서 자신의 딸임을 밝히지 아니한 채, 인사팀에는 '청와대 감사관 자녀'라고 허위로 청탁한 사례도 적발되었다(하나은행).

<오랜 관행을 통해 내부적 채용비리 문화 고착화>

-국민은행의 채용팀장은, 부행장 부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이름을 알고 있던 부행장의 자녀와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의 여성지원자를 부행장 자녀로 오인하여 논술점수를 조작하여 합격시켰다가, 부행장의 자녀가 남성으로 현재 군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면접단계에서 위 여성지원자를 탈락시키기도 하였음.

<특정 지원자를 위한 채용 조건 추가 사례>

-청탁대상자의 합격을 위해 필기전형이나 실무면접에서 애초에 계획에 없어 공고되지도 아니하였던 '해외대학 출신' 전형을 별도로 신설하여 각 경쟁그룹 중 하위권으로 불합격 대상이던 2명(480명 중 456위-합격권 256위, 344명 중 341위-합격권 254위)을 최종 합격시킴(하나은행). 이와 관련하여 담당자들은 인성등급과 출신학교를 고려한 조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들은 해외대학 출신으로 분류된 30명 중 23위, 25위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됨.

<특정 지원자를 위한 자격 조건 조작>

-은행장으로부터 주요 거래처 자녀에 대한 채용 지시가 있자, 해당 지원자가 보훈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짜 보훈번호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영업지원직(보훈특채) 채용절차를 통해 합격시킴(대구은행). 보훈특채 전형의 경우에는 보훈자격을 갖춘 사람만 지원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고, 2년 근무 이후에는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여 불법채용의 통로로 활용.

<특정 지원자를 위한 반복적 점수 조작>

-채용청탁이 있었던 특정 지원자를 위하여,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전형(실무자면접, 임원면접) 과정에서 수회에 걸쳐 중복적으로 점수를 조작하여 합격시킨 경우가 대부분 은행에서 확인.
-도금고 유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계인사로부터 딸에 대한 채용청탁이 있자, 서류전형, 필기시험점수, 실무자면접, 최종면접 점수 등 모든 단계에서의 점수조작이 이루어졌음(부산은행).
-2015년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전 국정원 간부 직원으로부터 동인의 딸에 대한 채용을 부탁받자 서류전형 및 1차 면접 점수를 조작하여 합격시켰으나, 위 지원자가 대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하지 못하여 2016. 3. 사직한 다음, 2016. 9. 재응시하였으나 서류전형 불합격권으로 분류되자 재차 서류전형 점수를 조작한 다음 최종합격시킴(우리은행).

<사전 채용비율 설정 후 별도의 커트라인을 적용한 사례>

-2013~2016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남녀 채용비율을 4 : 1로 사전에 설정한 다음, 성별에 따라 별도의 커트라인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남녀를 차별하여 채용(하나은행).

<여성합격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점수를 조작한 사례> 

-2015년 신입행원 채용 관련, 서류전형 결과 여성합격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남성지원자 113명의 등급점수를 상향하여 합격시키고, 여성지원자 112명의 등급점수를 하향하여 불합격시킴(국민은행).

<특정대학 출신 선발을 위한 점수 조작>

-2013년 신입행원 채용 관련, 실무면접에서 합격권 점수를 받은 특정대 출신 지원자 6명을 탈락시키고, 불합격권에 있던 특정대 출신 지원자 6명을 합격시키고, 2016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출신대에 따라 11명의 합격자를 뒤바꿈(하나은행).
-2016년 신입행원 채용 관련, 거래처 유지를 위해 면접에서 탈락한 특정대학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여 합격시킴(광주은행).

<市금고, 道금고 유치를 위한 청탁대상자 점수 조작 사례>

-2015년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1조 4000억원 상당의 경상남도 도금고 유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남발전연구원장으로부터 딸에 대한 채용청탁이 있자 단계별로 점수를 조작하거나 부당하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그것만으로 부족하자 합격 인원을 증원하고, 임원 면접과정에서 계획에 없던 영어면접까지 진행하여 합격시킴(부산은행).
-2013년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부산시 세정담당관으로부터 동인의 아들 채용청탁을 받고, 시금고 재유치에 대한 청탁 대가로 점수 조작 통해 합격시킴. 부산은행은 2001년 시금고로 지정되어 3회 연속 재지정되었고, 2012년 재지정에 실패할 경우 거액의 예금을 잃게 되어 대외신인도 하락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바, 위 자녀는 2012. 9.경 지원하여 2011. 2.경 임원면접까지 마치고 2011. 8. 최종합격자로 발표되었고, 시금고는 10. 31. 심의위원회를 거쳐, 11. 9. 공고되었음.

<인사 및 채용부문 총괄 임원이 딸 면접에 참여하여 최고점을 부여한 사례>

-2015년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 및 채용 부문 총괄 임원의 딸이 지원하자 자기소개서에 부친이 현재 해당 은행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기재하고, 인사담당자는 자기소개서 점수에 30점 만점을 부여하는 등 서류전형 점수에 고득점을 부여하고, 위 임원은 딸에 대한 2차 면접에 직접 참여하여 최고 점수를 부여하여 합격시킴(광주은행).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