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학습지 교사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노동] "학습지 교사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 기사출고 2018.06.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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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노동3권 보장해야"

학습지 교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학습지 교사들에게도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6월 15일 전국학습지산업노조와 이 노조 노조원인 유 모씨 등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9명이 "노조 활동을 이유로 위탁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해고이자 부당노동행위"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4두12598, 12604)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위탁계약 해지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재능교육이 피고보조참가했다.

유씨 등은 1997년∼2002년 재능교육과 위탁사업계약을 체결하고 학습지교육 상담교사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1년 단위로 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했으나, 2010년 8 ∼12월 노조원 자격을 계속 유지하면서 노조에 운영비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 등으로 계약이 해지되었다. 이에 유씨 등이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는 부당해고이자 부당노동행위"라며 구제를 신청했으나, 학습지 교사들은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에서 모두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학습지 교사를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상으로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단결권과 단체교섭 · 행동권 등 노동 3권을 인정받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도 인정받으면 부당해고와 임금 미지급의 부당성 등을 주장할 수 있다.

1심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은 부정했으나, 단체행동권 등이 보장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한다고 판단, "재능교육의 계약해지는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은 "학습지 교사들이 재능교육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노무제공 자체에 대한 대가라기보다는 위탁업무의 이행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것으로, 임금, 급료가 아닐뿐더러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도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 교사들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임금 ·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라고 보기 어렵다"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도 인정하지 않아 부당노동행위 관련 청구도 기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학습지 교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기타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 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 ⋅ 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 · 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 ⋅ 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노동조합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 ⋅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 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고,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업무 내용, 업무 준비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 학습지 교사들이 겸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여, 재능교육으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원고 학습지교사들의 주된 소득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재능교육은 불특정다수의 학습지 교사들을 상대로 미리 마련한 정형화된 형식으로 위탁사업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보수를 비롯하여 위탁사업계약의 주요 내용이 재능교육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재능교육은 신규 학습지교사들을 상대로 입사실무교육을 실시하고, 사무국장 및 단위조직장을 통하여 신규 학습지교사들을 특정 단위조직에 배정한 후 관리회원을 배정하였으며, 일반 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과는 구별되지만 원고 학습지 교사들에게 적용되는 업무처리지침 등이 존재하였고, 재능교육은 원고 학습지 교사들에게 학습지도서를 제작, 배부하고 표준필수업무를 시달하였다"며 "원고 학습지교사들은 비록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참가인(재능교육)의 지휘 ⋅ 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학습지 교사들은 매월 말일 지국장에게 회원 리스트와 회비 납부 여부 등을 확인한 자료를 제출하고 정기적으로 재능교육의 홈페이지에 로그인하여 회원들의 진도상황과 진단평가결과와 회비수납 상황 등을 입력하며, 2~3달에 1회 정도 집필시험을 치렀다. 또한 재능교육은 회원관리카드와 관리현황을 보유하면서 때때로 학습지 교사들에게 일정한 지시를 하고, 주 3회 오전에 학습지 교사들을 참여시켜 지국장 주재 조회와 능력향상과정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고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재능교육이 노조원 자격을 계속 유지하면서 원고 조합에 운영비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로 원고들에 대한 위탁사업계약을 해지한 것은 노동조합법 81조 1호 또는 4호가 정하는 행위 즉, 원고 조합에 대한 가입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 또는 원고 조합에 대한 지배 ⋅ 개입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윈고들에 대한 계약해지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만 원심과 마찬가지로 학습지 교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취업 중인 노무제공자에 대해서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인정범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범위보다 넓음을 분명히 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과 다른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판시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향후 종래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았던 노무종사자들도 일정한 경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 헌법상 노동3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여는이 원고들을, 재능교육은 법무법인 씨에스가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