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소변 급하다는 만취 승객 고속도로에 하차시킨 후 방치해 사망…택시기사, 유기치사 유죄
[형사] 소변 급하다는 만취 승객 고속도로에 하차시킨 후 방치해 사망…택시기사, 유기치사 유죄
  • 기사출고 2018.06.1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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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징역 1년 6월 실형 선고

소변이 급하다는 만취 승객을 고속도로 비상주차대에 내려준 뒤 방치해 교통사고로 사망에 이르게 한 택시기사에게 유기치사 유죄가 인정됐다.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손현찬 부장판사)는 6월 15일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56)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2018고합118).

A씨는 2017년 6월 10일 오후 11시 30분쯤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있는 LPG충전소에서 술에 취한 B(21)씨를 태운 뒤 울산역으로 향했다. A씨는 20분이 지난 오후 11시 50분쯤 B씨가 소변이 급하다는 이유로 경상북도 영천시 북안면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부산기점 88.3km 지점 비상주차대에 택시를 정차하여 B씨를 하차시켰으나, B씨를 따라 내리지는 않았다. 하차한 후 2∼3분이 지났는데도 B씨가 돌아오지 않아 후사경(룸미러)을 본 A씨는 B씨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택시에서 내려 B씨를 불렀으나, B씨는 계속하여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A씨는 오후 11시 58분쯤 한국도로공사에 이 사실을 신고하였다.

그런데 B씨는 택시에서 하차한 이후 약 400미터 정도를 차량 진행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다가 오후 11시 55분쯤 경부고속도로 부산기점 88.6km 하행선 지점에서 편도 2차로 중 1차로에서 이 모씨가 운전하던 그랜저 승용차와 충돌하고,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편 1차로 상에 쓰러진 후 또 다른 차량에 치여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했다. B씨의 사망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는 0.192%로 측정되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택시에서 하차할 당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행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만취하여 부조를 요하는 상태에 이르렀고, 피고인도 이러한 상황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고인이 위험한 장소인 고속도로에 피해자를 하차시키고도 이를 지켜보는 등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할 만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가 고속도로 상을 헤매도록 방치한 것은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 없는 상태에 둠으로써 그 사람의 생명 · 신체에 대한 위험을 야기한 유기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급하게 소변을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차량을 세워 줄 것을 거듭 요구하여 부득이하게 하차시켰다고 주장하고, 사실 피해자가 택시에서 하차하게 된 진정한 경위는, 피고인의 진술 외에는 이를 밝힐 방법이 없으나, 피고인의 주장대로라도 비상주차대란 고장차량 및 긴급차량이 신속히 고속도로 등의 본선을 벗어나 대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이와 같은 사유는 비상주차대에 차량을 정차시킬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술에 취한 사실을 몰랐다거나 택시비를 주지 않기 위하여 도망가는 것으로 알았다는 취지의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변명만을 하면서 범행을 다투었고, 사고발생 후 1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단 한번도 피해자의 유족들을 찾아가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한 적이 없으며,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재판부의 엄중한 경고에 따라 변론종결일인 2018. 5. 23.에서야 뒤늦게 택시공제조합에 사고접수를 하고 소속회사가 공제금 지급청구를 하였을 뿐이나, 택시공제조합에서 유족들에게 자진하여 공제금을 지급할지는 매우 불분명하고, 설령 자의든 재판에 의해서든 공제금을 일부 지급하더라도 피해자와 유족들이 입었을 손해를 모두 전보하고 고통을 위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며 피해자의 유족들은 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 함께 피고인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거듭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