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항공기 출발지연, 문자 · 이메일 통보로 충분하지 않아"
[손배] "항공기 출발지연, 문자 · 이메일 통보로 충분하지 않아"
  • 기사출고 2018.06.17 14: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법] "제시간에 공항 나왔다 5시간 넘게 기다린 승객에 배상하라"

이 모씨는 2017년 10월 13일 오후 11시 30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출발 시간에 맞춰 공항에 나갔다가 낭패를 당했다. 이씨가 항공표를 구입한 항공사인 말레이시아에어라인스버해드의 내부 사정으로 항공기 출발 시간이 5시간 30분 늦은 이튿날 오전 5시로 바뀌었으나, 이를 모르고 공항에 나갔던 것. 물론 말레이시아에어라인스버해드에선 13일 오전 11시 52분쯤 문자와 이메일로 지연되는 내용을 발송했고, 오후 3시 36분쯤 이씨에게 대체 항공기 제공 등을 위해 전화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꼼짝없이 공항에서 5시간 30분간 기다리면서 많은 고생을 한 이씨가 항공사를 상대로 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강영호 판사는 5월 16일 이씨가 말레이시아에어라인스버해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소7326836)에서 "피고 항공사는 이씨에게 3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강 판사는 "피고는 이씨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운송약관에 의한 조치와 노력을 다하였으므로 그 책임이 없다고 다투지만, 항공사 내부 사정에 의해 항공기가 지연되는 경우 문자나 이메일 및 전화한 것만으로 그 책임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승객이 외국에서 문자나 이메일, 전화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고(특히 영어를 모를 경우 영어로 문자나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하여도 그 내용을 알 수 없다), 문자나 이메일, 전화를 받아야 할 의무도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 판사는 이어 "피고 항공사 측에서는 비행기의 출발이 지연된 줄 모르고 오는 승객들을 위하여 원래의 탑승시간에 직원을 배치하여 그 내용을 안내하고 그들을 출발시간까지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며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밤을 꼬박 세우면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는 더욱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나, 피고 항공사는 원고에게 이러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판시했다.

강 판사는 "이러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음이 분명하므로, 피고 항공사는 원고에게 그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라며 제반 사정을 종합해 손해배상액을 30만원으로 정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