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노사합의로 두 달 일찍 임금피크제 적용…정부 지원금 주라"
[노동] "노사합의로 두 달 일찍 임금피크제 적용…정부 지원금 주라"
  • 기사출고 2018.06.08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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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이중 불이익 안 돼"

노사합의로 임금피크제 적용 기준 연령인 만 55세보다 두 달 일찍 '임금피크제'가 적용된 근로자들에게도 정부 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5월 18일 하 모씨 등 A은행 직원 2명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69090)에서 이같이 판시, "지원금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씨 등은 모두 1959년 5월생으로 '만 55세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구조'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시행 중인 A은행의 규정에 따라 만 55세가 되는 해인 2014년 3월 1일부터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고 있다. 두 달 먼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은 셈이다. 이에 하씨 등이 서울고용노동청 동부지청에 임금피크제 지원금의 지급을 신청하였으나, A은행이 임금피크제 적용시기를 '만 55세가 도래하는 연도의 3월 1일'로 정하고 있어 고용보험법 시행령 28조의2가 정한 '만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A은행은 2005년경 노사합의를 통해 만 55세가 도래한 연도의 3월 1일부터 임금이 감액되는 구조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고, 이후 2006년경부터는 상반기 출생자는 만 55세가 도래한 연도의 3월 1일부터, 하반기 출생자는 만 55세가 도래한 연도의 9월 1일부터 각각 임금이 감액되는 것으로 임금피크제를 변경하여 운영해오고 있다.

고용보험법 시행령 28조의2는 "고용노동부장관은 법 제23조에 따라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임금이 감소한 해당 근로자에게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가 적용되는 날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는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장 소속 근로자에게 감소된 임금의 일부를 지원함으로써, 장년 근로자를 고용함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으로 하여금 장년 근로자의 고용을 연장하게 하는데 그 주된 취지가 있는바, 위 제도는 고용 연장을 통한 근로자 보호에 그 주된 목적이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임금피크제 지원금 관련 규정의 해석 또한 위와 같은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의 입법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도록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제하고, "고용보험법 시행령 28조의2 1항의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를 문언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임금피크제가 개별 근로자 중 만 55세가 되기 이전에 임금이 감액되는 사람을 포함하는 경우 이를 일률적으로 지원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궁극적으로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의 입법 취지 및 목적, 관련 규정의 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원고들과 같이 만 55세가 되기 이전에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은 근로자들에게는 임금이 조기에 감액되는 불이익과 함께 임금피크제 지원금 혜택까지 받지 못하게 되는 이중의 불이익이 발생하게 되고, 당해 임금피크제가 고용보험법 시행령 28조의2 1항이 정하는 임금피크제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만 55세가 된 이후부터 임금이 감액되는 근로자들에 대하여도 결과적으로 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될 여지를 남기는 것이며, 한편 기업의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 운영을 위해 개별 근로자별로 임금 감액 날짜를 각각 달리하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므로 제도의 운용을 위한 과도한 행정적 비용의 지출을 피할 수 없게 되고, 또한 그 비용은 근로자의 수가 많은 기업일수록 커질 수밖에 없어 상당한 비효율성이 초래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A은행은 노사합의를 통해 상반기 출생자는 만 55세가 도래한 연도의 3월 1일부터, 하반기 출생자는 만 55세가 도래한 연도의 9월 1일부터 각각 임금이 감액되도록 임금피크제를 운용하고 있는바, 만 55세가 되기 이전에 임금이 감액되는 근로자는 3월 2일부터 6월 30일까지 사이의 출생자와 9월 2일부터 12월 31일까지 사이의 출생자로서 그 범위가 명확하고 대상이 한정적일 뿐 아니라, 임금이 조기 감액되는 기간이 최장 약 4개월에 불과하고, 이와 같은 임금감액제도에 관한 노사합의 당시 실제 고용주와 근로자의 의사는 만 55세 이후부터 임금감액이 적용되는 임금피크제의 시행을 의도하면서 다만 고용주의 제도 운용의 편의를 위해 일률적으로 임금감액 기준일을 정하되, 이로 인하여 개별 근로자들에 있어 만 55세 이전의 기간이 일부 포함됨으로써 임금감액 기간이 다소 연장되는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근로자측이 양해하는 것이었음을 넉넉히 추인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와 같은 A은행이 시행하는 임금피크제가 실질적으로는 만 55세 이후부터 임금이 감액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를 적용하더라도 임금피크제의 입법 목적이나,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자 한 개정취지에는 반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한편 이러한 해석이 고용보험법 28조의2 1항의 규정을 가능한 문언적 의미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해석한 것으로서 법적 안정성을 손상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A은행이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고용노동법 시행령 28조의2 1항이 규정하는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렇다면 피고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들에 대하여 임금피크제 지원금의 지급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지원금 부지급 처분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