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해고무효소송 화해금에 과세 불가"
[조세] "해고무효소송 화해금에 과세 불가"
  • 기사출고 2018.06.0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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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사례금 아니라 분쟁해결금"

해고 처분에 반발해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소송을 낸 근로자가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회사로부터 받은 화해금에 대해선 세금을 물릴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인 '사례금'이 아니라 분쟁해결금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서울고법 민사29부(재판장 강민구 부장판사)는 5월 10일 한국퀄컴이 "해고 근로자 A씨에게 지급한 화해금 중 1억 1000만원은 소득세법에 따라 원천징수하여 공제한 것이고, 나머지 3억 9000만원은 A씨에게 지급했으므로 강제집행은 불허되어야 한다"며 A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소송의 항소심(2017나2073137)에서 이같이 판시, 1심과 마찬가지로 한국퀄컴의 청구를 기각했다. 국가가 원고보조참가했다.

한국컬컴은 2015년 12월 대관업무 담당 이사로 재직하던 A씨가 회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외부기관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에 전달했다는 등의 사유로 A씨를 해고하고, 법정 퇴직금 1억 9000여만원과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미지급급여, 해고예고수당 등 2억 2000여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는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냈다. 법원이 "퀄컴은 화해금으로 A씨에게 5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내려 2016년 10월 확정되었다.

그런데 퀄컴이 "화해금은 소득세법상 '필요경비 없는 기타소득'에 해당한다"며 5억원 중 소득세 1억원과 지방소득세 1000만원을 원천징수한 다음 3억 9000만원만 A씨에게 지급하자, A씨가 "화해금은 비과세소득이므로, 원천징수는 부당하다"며 법원에 화해권고결정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퀄컴의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대한 예금채권 중 1억 1100여만원에 대한 채권압류와 추심명령을 신청하였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퀄컴이 "A씨에게 지급한 화해금은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인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례금'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낸 것이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90다11813)을 인용, "해고무효확인소송의 계속 중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되 근로자는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하는 내용의 소송상 화해가 이루어졌다면 이러한 화해금의 성질은 근로자가 해고무효확인 청구를 포기하는 대신 받기로 한 분쟁해결금으로 보아야 하고 비록 그 화해금액을 산정함에 있어 근로자의 임금 등을 기초로 삼았다 하더라도 이를 임금 또는 퇴직금 등으로 볼 수는 없으며,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불허하는 조세법규의 엄격한 해석상 이를 소득세법 25조 1항 9호 소정의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받는 위약금과 배상금이라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이에 관한 소득세법 시행령 49조 3항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이 법조 소정의 계약은 재산권에 관한 계약을 의미하고 근로계약은 이를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므로 결국 이 화해금은 분쟁해결금으로서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이 되는 근로소득, 퇴직소득, 기타소득 중의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전제하고, "한편 소득세법 211조 1항 17호가 기타소득의 하나로 규정한 '사례금'은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하여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을 의미하고,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금품 수수의 동기 · 목적, 상대방과의 관계,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금품이 외견상 사무처리 등에 대한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중 실질적으로 사례금으로 볼 수 없는 성질을 갖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전부를 '사례금'으로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언행이나 선물 따위로 상대에게 고마운 뜻을 나타냄'이라는 '사례'의 통상적인 문언적 · 사전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화해권고결정에 이의하지 아니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럽고, 원고의 피고에 대한 화해금의 지급은 독립된 집행권원인 화해권고결정의 구속력에 따른 것일 뿐,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분쟁의 조기 해결에 대한 고마운 뜻'을 표시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화해금은 소득세법 21조 1항 17호에서 과세대상인 기타소득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사례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에게 원천징수와 특별징수의무가 있는 성격의 금원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오히려 해고무효확인 청구를 포기하는 대신 받기로 한 분쟁해결금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화해금은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인 기타소득 중 하나인 사례금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가 다른 원천징수 사유를 주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므로, 원고는 화해금으로부터 소득세를 원천징수할 수 없고, 원고가 화해금으로부터 소득세를 원천징수할 수 없는 이상, 지방소득세를 특별징수할 권한도 없다고 봄이 옳다"며 "원고는 1억 1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세종이 한국퀄컴을, A씨는 법무법인 공존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