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등 경제정책 헌법 이념과 조화돼야"
"재벌개혁 등 경제정책 헌법 이념과 조화돼야"
  • 기사출고 2004.06.1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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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변호사 주장, "일상화된 시장 개입 헌법 원리에 반해"
헌법체계상 예외적이고 보충적으로 기능해야 할 정부의 시장개입이 공익상 필요, 평등과 분배 정의라는 이름하에 일상화되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월15일 한국법학원 주최로 열린 "헌법과 경제정책'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경실련 사무총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동국대 겸임교수)는 "헌법합치적 경제, 사회정책의 방향"이란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그것도 많은 경우 뒤에 숨어서 주로 규제와 간섭이라는 반(反)시장적 수단에 의해 종종 세몰이식으로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6월1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


이 변호사는 "우리가 IMF사태를 맞은 것도 정부가 시장개입을 적게 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은데 그 원인이 있지 않았는가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시장경제의 핵심인 공정한 경쟁의 틀을 조성하는 등 구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개별사안을 직접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정부 실패를 자초할 뿐만 아니라 헌법상 경제질서의 기본원리에 반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예로 정부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자 그 순간부터 리스크 부담을 본질로 하는 벤처정신은 사라지고, 기업들은 기술개발보다는 특혜를 따내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로비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은 정부가 민간기업의 경영에 간섭하려면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서만 가능하도록 못박고 있다"며 "적법절차가 무시되는 조치라면 추구하는 목적과 관계없이 공권력의 남용이요 자의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거나 추진중인 재벌개혁을 포함한 경제정책 예컨대 출자총액제한제도, 대기업집단지정제, 대기업의 금융기관소유 봉쇄, 증권집단소송제, 상속 및 집행에 있어서도 자유시장경제질서에 관한 이와같은 헌법의 기본이념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가 경제 위기 극복책으로 추진했던 빅딜 등의 경제구조정책이 시장경제적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위헌적으로 진행된 결과 결국 특정기업과의 새로운 정경유착의혹과 부패만연이라는 사회경제적 병리현상으로 이어졌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사회복지와 분배정책에 대해서도 "국민생활이 철저히 국가기관에 의해서 타율적으로 조정되는 스칸디나비아 모델의 복지국가를 비롯한 유럽식 복지주의가 현대인의 생활감각에 맞지 않는 제도임이 이미 입증되고 있다"며 "경제적 영역에서 평등주의를 강조하게 되면 시장경제는 성장동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국민의 생활 수준을 '평준화'하고 생활관계의 변화에 따른 위험부담을 '일원화'시키려는 잘못된 평등권과 분배의 개념은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포기된 지 오래"라며 "그럼에도 우리사회에서 평준화 · 일원화 과열현상이 일고 있음은 시대역행적인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등은 언제나 자유를 전제로 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 '자유 속의 평등'이어야지 '자유 대신에 평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는 또 "고소득층 내지 재력이 있는 계층을 저소득층 내지 영세민과 구별함이 없이 일률적인 국민 보험의 규제대상으로 함으로써 획일적 평등주의로 나가고 있는 사회보장제도는 헌법이 강조하고 있는 사회국가 실현의 이념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현재 시행중인 모든 국민을 하나의 '연대집단'으로 묶는 의료보험, 연금보험, 고용보험 등의 사회보험은 오히려 생활수준의 하향식 조정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생활수준의 상향식 조정을 지표로 하는 현행 헌법의 정신 내지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라 하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성장에 의해 생산된 것 만이 분배(복지비용)될 수 있다"며 "성장과 분배는 선택개념이 아니라 선후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이용훈 전 대법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에선 또 김형성 성균관대 법대 교수가 "경제헌법과 경제정책의 헌법적 한계"라는 주제로 발표했으며, 강경선 교수(한국방송대), 김승대 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 황도수 변호사 등이 토론을 벌였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