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채무승계 조항 있으면 이전 주택조합 용역비 떠안았어도 배임 아니야"
[형사] "채무승계 조항 있으면 이전 주택조합 용역비 떠안았어도 배임 아니야"
  • 기사출고 2018.05.2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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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지원] "지역주택 추진하다 임대주택으로 전환"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를 설립해 아파트 신축 · 분양을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자 임대주택을 지어 임대하기로 하고 조합 추진위원회를 해산한 후 임대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았다. 이후 임대주택조합 조합장이 이전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부담한 용역비 등 채무를 지급하겠다는 확약서 등을 써준 경우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까.

창원지법 통영지원 시진국 판사는 5월 10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거제시에 있는 임대주택조합 조합장 A(66)씨와 이 임대주택조합 추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B(5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8고단1). 

A씨 등은 2011년경 거제시 일운면에 688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신축 · 분양하기 위해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C개발에 토지매입과 조합원 모집 등을 맡기는 업무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A씨 등은 조합원 모집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자 같은 사업부지에 692세대 규모의 임대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계획을 바꿔 조합 추진위를 해산시킨 뒤  2013년 4월 임대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았다. 이 임대주택조합의 규약과 조합원가입계약서에는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의 채무도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 등은 2013년 10월경 지역주택조합 사업 시행과 관련하여 C개발이 선집행한 용역비용을 임대주택조합에서 부담해주기로 하고, A씨가 조합원 총회의 의결 없이 "임대주택조합이 C개발에게 조합원 모집 용역비와 광고비, 모델하우스 보증금 등 선집행 용역비용 4억 2600여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확약서에 조합장 명의로 서명, 날인했다. 이어 한 달 후인 11월 "이 금액을 사업계획승인 후 10일 이내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지급각서에 조합장 명의로 서명, 날인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 등은 이에 앞서 2013년 5월 한 이벤트업체가 2012년 8∼9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조합원 모집행사에 제공한 인력대행 업무 용역비용 4600만원을 2013년 6월까지 이 이벤트업체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조합장 명의로 서명, 날인한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다.

시 판사는 "피해자 조합은 지역주택조합(또는 그 추진위원회)과 비록 그 법인격과 구성원을 달리하는 별도의 법인격 주체이기는 하나, 아파트 신축사업을 위해 사업부지 매입, 조합원 모집 등 주요 사업을 그 목적 범위 내에서 지역주택조합으로부터 이어받아 추진하면서 주요 자산을 승계하였고, 아울러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그 사업 추진을 위해 C개발 등을 통해 지출한 업무용역비 등 지급 채무도 승계하여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보이므로, A가 피해자 조합의 대표자인 조합장의 지위에서 C개발이나 이벤트업체에 대하여 용역비 등 채무부담의 의사를 표시한 행위는 피해자 조합의 규약에서 조합원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주택조합 규약 등에서 이미 피해자 조합이 승계하여 부담하기로 한 기존의 채무를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아, 이를 두고 A가 조합장으로서의 업무상 임무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다거나 그로 인해 C개발 등에게 부당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면서 피해자 조합에게는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B의 경우는 공소사실 행위 무렵의 피해자 조합 내에서의 지위 등에 비추어 A의 이와 같은 조합 업무를 공모하여 함께 처리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피고인들은 무죄라는 것이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