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성전환자 성별 정정 허가
인천지법, 성전환자 성별 정정 허가
  • 기사출고 2006.05.2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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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수술 받고 결혼식까지 올린 45세 승소 "헌법정신 합치"…대법 전원합의체 판단 주목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 정정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인천지법이 최근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의 성별 정정을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지법 가사2부(재판장 최완주 부장판사)는 지난 4월26일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A(45)씨가 호적상 성별을 여성으로 고쳐달라고 낸 호적정정신청을 받아들여 A씨의 호적상 성별란 기재를 '남'에서 '여'로 정정하는 것을 허가했다.(2006브11)

재판부는 "성전환수술로 인한 성별정정은 호적법 제정 당시 예상하지 못한 특수한 경우로서 입법의 미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법의 흠결을 이유로 성별정정을 거부하는 것보다는 호적법 120조의 확대해석에 의한 성별정정을 허용하는 것이 모든 국민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이 있음을 천명하고 국가에게 모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부여한 헌법정신에 합치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의학적 진단하에 성전환수술을 받은 성전환증 환자중 ▲신체의 외관 ▲심리적 · 정신적인 성 ▲사회생활에서 수행하는 주관적 · 개인적인 성역할 ▲장래의 재전환 가능성 및 이에 대한 일반인의 평가나 태도 ▲자신의 성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행위능력자인지 여부 ▲법령상의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 기타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었는지 여부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일정한 대상자에 대하여는 호적상의 성별을 정정하여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A씨의 신체의 외관, 성역할, 생활관계 등 제반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호적에 기재된 성별란의 '남'을 '여'로 정정함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남자임에도 어렸을 적부터 여자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한 A씨는 군에 입대했으나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의가사 제대를 한 후, 여장을 한 채 술집, 식당 등에서 일해 왔다.

그러던중 자신을 여자로 오인한 B씨를 만나 그의 권유에 의해 음경절단술, 고환적출술, 여성성기성형술 등 성전환수술을 받아 여성의 신체구조를 갖게 된 A씨는 친지들이 참석한 가운데 B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비록 혼인신고는 하지 못했지만 결혼생활을 계속해 오고 있다.

A씨의 호적정정신청 1심을 맡은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호적정정을 허가하지 않았으며, A씨가 항고해 이번에 인천지법에서 허가를 받은 것이다.

호적정정신청은 상대방이 없는 사건이어 허가를 받으면 불복할 방법이 없고, 허가한 대로 확정된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성전환자의 호적정정 허가를 놓고 하급심에서 서로 결정이 엇갈리고 있어 대법원에서 이번에 전원합의체를 열어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8일 이용훈 대법원장 주재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에 관한 첫 심리를 열었으며, 심리 대상이 된 사건은 하급심에서 성별 정정이 불허돼 당사자가 대법원에 재항고한 경우다.

호적법 120조는 "호적의 기재가 법률상 허용할 수 없는 것 또는 그 기재에 착오나 유루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이해관계인은 그 호적이 있는 지(地)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어 호적의 정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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