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익 변호사의 '기업과 법' ⑰스톡옵션
최영익 변호사의 '기업과 법' ⑰스톡옵션
  • 기사출고 2018.05.04 07: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럴 해저드 논란 있지만
직무 충실 유도 순기능

스톡옵션(stock option)의 한국 법률상의 용어는 '주식매수선택권'이다. 옵션이나 선택권이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회사로부터 주식을 매수하거나 또는 매수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회사가 임직원 등에게 미리 정한 가격으로 회사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면 그러한 권리를 부여받은 자가 자기의 뜻에 따라 옵션(선택권)을 행사하여 회사로부터 주식을 사올 수도 있고 그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제도를 일컬어 스톡옵션 제도라고 한다. 스톡옵션 제도는 이미 널리 알려진 제도라서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대략적인 내용은 다 아시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스톡옵션을 둘러싸고 논란 또는 문제가 되는 몇 가지 쟁점들에 대해서만 설명하도록 하겠다.

◇최영익 변호사
◇최영익 변호사

1. 존재 의의 및 비판

스톡옵션은 행사가격이 일정하기 때문에 해당 주식의 주가가 오르면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자가 이익을 본다. 그런 점에서는 종업원지주제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즉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경영자나 기타 임직원들의 이해와 회사 또는 주주의 이해를 일치시킴으로써 부여받은 사람들이 직무에 좀 더 충실히, 열심히 임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스톡옵션의 주된 목표인 셈이다. 이렇게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이지만 실제 운용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기도 하다.

첫 번째 문제점은, 주가라는 것은 회사의 실적에만 연동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회사의 주가는 회사의 실적과 무관한 경우도 많다. 뿐만 아니라 회사의 실적이라는 것이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사람들의 노력이나 판단 이외에도 다른 수많은 요소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사람들에게 횡재만을 가져다주는 효과만 있을 수도 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스톡옵션 제도가 뜻하지 않게 회사 임직원의 모럴 해저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엔론 사태는 잘못된 보너스 지급방식에 눈 먼 경영자의 분식회계가 본질이었지만 그에 더해서 그러한 회계문제를 보고받은 경영자들이 즉시 스톡옵션을 행사해서 다시 또 거액을 챙겼다는 점도 또 다른 문제였다.

인터넷은행 탈락 전 스톡옵션 행사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행태로 의심받을 만한 사례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2015년도에 인터파크의 최고 경영진들이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 발표 직전에 스톡옵션을 행사했는데 당시에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할 것을 미리 알고 스톡옵션을 미리 행사해서 차액을 실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언론에서 제기되기도 했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문제된 사례가 없는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 '백데이팅(backdating)'이라는 스캔들이 있었다. 백데이팅은 스톡옵션 부여 날짜를 주가가 낮은 날로 허위 기재해 옵션 행사 시 부당이득을 챙기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많은 상장기업들이 이러한 혐의를 의심받았고 심지어 애플까지 일부 스톡옵션에서 백데이팅이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이런 저런 문제점이나 제도의 악용 등이 심심치 않게 노정되고 있지만 스톡옵션 자체를 폐기하자는 정도의 주장은 별로 없고 대부분의 비판론자들도 제도의 보완을 요구하는 수준인 것 같다.

2. 관련 법률

스톡옵션은 옵션을 부여하는 회사가 상장회사인지 비상장인지 벤처기업인지에 따라서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상장회사 및 비상장회사는 기본적으로 상법이 규율하고 있고,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상법에 대한 특례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세세한 내용이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보자면, 비상장회사→상장회사→벤처기업의 순서대로 제도 자체에 조금 더 유연성이 있다. 예를 들어,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부여한 주주총회 결의일로부터 2년 내에 사망한 경우,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못하지만 상장회사나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상속인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임직원이 2년 내에 정년으로 퇴직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비상장회사나 상장회사나 모두 그런 경우에는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못하나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행사가 가능하다.

3. 스톡옵션 부여 대상자

회사의 설립, 경영 및 기술혁신 등에 기여하거나 기여할 수 있는 회사의 이사, 집행임원, 감사 또는 피용자가 스톡옵션의 부여 대상자이다.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관계회사의 임직원에게까지 부여할 수 있다.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연구기관이나 연구원,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등의 외부 전문가, 벤처기업이 주식을 30% 이상 인수한 다른 기업의 임직원, 벤처기업의 주식을 30% 이상 보유하고 최대출자자인 외국법인의 임직원 등에게까지 폭넓게 부여할 수 있다. 벤처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 대상자를 확대해 준 것으로 보인다. 필자도 자문하던 벤처기업으로부터 스톡옵션을 받은 경험이 있다. 별 재미는 못 봤다.

4. 행사 요건-최소 재직기간 요건

원칙적으로 스톡옵션 부여를 결의한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 일로부터 2년 이상 재직하여야만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본인이 사망하거나 본인의 귀책사유 아닌 다른 사유로 퇴직한 경우에는 2년 미만 재직하더라도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상장회사에서 허용되는 예외 외에 본인이 2년 내에 정년으로 퇴직하는 경우에도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이 예외조항에 대해서 스톡옵션 제도를 마치 임직원의 복리후생을 위한 제도인 것처럼 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학자들도 있다.

2년 재직요건 엄격 해석

한편 우리나라 대법원은 비상장회사의 경우 상법이 정하고 있는 2년 최소 재직요건을 강행규정으로 엄격히 해석하고 있어서 정관이나 주주총회에서도 이를 완화할 수 없다고 한다. 즉 재직기간 요건 2년을 3년으로 연장한다든지 회사의 필요에 따라서 계열회사로 옮기는 경우에는 2년을 안 채워도 된다든지 하는 규정을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벤처기업이 아닌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상당히 억울하다고 생각할 만한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회사의 필요에 따라서 다른 계열회사 등으로 자리를 옮긴 경우가 특히 그렇다.

5. 스톡옵션 부여의 취소

스톡옵션은 정관 및 스톡옵션부여계약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 결의로 취소할 수 있다. 취소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쟁점이 되는 경우가, (1)본인의 의사에 따라서 사직한 경우, 그리고 (2)고의 또는 과실로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회사와 임직원 간의 관계 단절의 형식이 해임이나 해고보다는 자진 사임이나 사직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신 사직의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은 자진 사직이 아닌 경우에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여럿 봤다. 임직원이 구제받은 경우는 많지 않는 것 같다.

사직하면 취소 가능

위 (2)경우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결 중에 특이할 만한 것이 있다. 연구 및 개발업무를 담당하던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집단 퇴사해서 경쟁업체를 설립했는데 회사가 부여했던 스톡옵션을 취소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드러난 사정만으로는 회사에게 중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해당 근로자의 스톡옵션을 확인해 주었다. 재판에 관여하지 않아서 세세한 사실관계는 알 수 없지만 퇴사해서 경쟁업체까지 설립한 마당에 스톡옵션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감정에서는 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스톡옵션 부여의 취소로서 가장 많이 알려진 케이스는 국민은행의 강정원 전 행장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취소일 것이다. 2010년 경 당시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평가차액이 37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강 전 행장에 대한 스톡옵션을 국민은행 이사회가 취소하는 결정을 한 사안이다. 취소의 이유는 강 전 행장이 행장으로 재직 시 무리한 해외투자 및 본드 발행으로 국민은행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점이었다. 강 전 행장은 이에 대해서 다투지 않아서 취소결정은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6. 행사가격의 산정

스톡옵션은 부여할 때 장차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자가 회사로부터 주식을 살 때 어떤 가격으로 사 올지 미리 정하게 되는데 이 행사가격이 사실 스톡옵션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미국에서 발생했던 '백데이팅' 스캔들도 행사가격을 낮게 책정하기 위해서 벌어졌던 일이다. 행사가격이 낮으면 낮을수록 스톡옵션을 행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회사든 비상장회사든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스톡옵션 부여일을 기준으로 한 주식의 '실질가액'과 주식의 액면가 중에서 더 높은 금액으로, 자기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스톡옵션 부여일을 기준으로 한 주식의 '실질가액'으로 행사가격을 산정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실질가액'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 하는가이다. 예전에는 상장회사의 경우 구 증권거래법에 실질가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정해져 있어서 이에 따르면 되었다. 즉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시 매수가액 산정을 위한 방식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어서 기준일 이전 2개월, 1개월, 1주간 동안의 주가를 가중산술평균 방식으로 산정한 가격을 행사가격으로 삼아왔다. 그런데 증권거래법이 폐지되면서 현재는 이와 같은 준용규정이 없어진 상태이다. 정확한 자료가 없어서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우나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여전히 위 매수가액 산정기준을 따르거나 다른 방법으로 주가를 기준으로 해서 행사가격을 산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결국 회사의 주식가치를 평가해서 행사가격을 정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주식가치를 평가할 때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54조에 규정된 방식(순손익가치와 자산가치를 반영해서 평가한다)이 일응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벤처기업이 스톡옵션 행사가격을 정할 때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54조를 준용하여 주식가치를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최영익 변호사(법무법인 넥서스, yichoi@nexusla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