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
  • 기사출고 2018.05.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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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변호사]

지난 4월 17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이 공포되어 오는 7월 18일부터 시행된다. 본고에서는 이번 개정법이 담고 있는 내용 중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의 명문화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김원 변호사
◇김원 변호사

'트레이드 드레스'란 영미법상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상품의 사이즈나 모양, 색채, 무늬, 독특한 판매기법 등의 특징을 포함하는 상품의 전체적인 이미지" 등의 의미를 갖는다. 한편 미국 연방상표법 제43조(a)는 "상품과 서비스 또는 상품의 용기에 단어, 문자, 심벌, 장치 또는 이들의 결합을 상업적으로 사용하여 출처의 허위 표시, 상품 출처의 오인 · 혼동을 야기하거나 또는 상업적 광고행위에서 타인의 영업과의 관계 또는 연관관계 또는 후원관계가 있다는 혼동을 야기하거나 기만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그러한 행위로 인하여 침해를 받았거나, 또는 받을 우려가 있는 자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출처의 허위 표시, 상품 출처의 오인 · 혼동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대상을 비교적 넓게 기재하여 소위 '트레이드 드레스'도 보호대상이 된다는 근거와 그 보호범위를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미법상의 '트레이드 드레스'가 어떠한 법을 근거로 하여 보호되는지와 그 보호를 위하여 어떠한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확립된 견해가 없었다. 이번 개정 이전에 이미 부정경쟁방지법은 2013년 7월 30일 개정(2014년 1월 31일 시행)을 통해 동법 제2조 제1호 차목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물을 경쟁질서 등에 반해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추가하였고(이하 '일반조항'), 법원 판결을 통해 트레이드 드레스가 일반조항에 의해 보호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에 트레이드 드레스 관련 별도의 규정이 추가되어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

기존의 부정경쟁방지법 하에서 점포의 내 · 외부 디자인과 같은 소위 '트레이드 드레스'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상품주체혼동행위' 또는 '영업주체혼동행위' 조항(제2조 제1호 가목 및 나목)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호대상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 왔으나, 법원에서 그 보호를 정면으로 인정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2014년 1월 31일 시행된 부정경쟁방지법에 일반조항이 새로이 도입된 이후에는, 이에 기초하여 ①아이스크림 매장의 간판, 메뉴판, 로고, 진열형태 등의 디자인(서울고법 2015. 9. 10. 선고 2014나2052436 판결/상고 기각으로 확정), ②단팥빵 매장의 표장, 간판, 매장배치 등 디자인(서울고법 2016. 5. 12. 선고 2015나2044777 판결/상고 기각으로 확정), ③골프장 코스의 구성 내지 종합적인 이미지(서울고법 2016. 12. 1. 선고 2015나2016239 판결/상고심 계속 중) 등과 같은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한 보호를 인정한 판결들이 연이어 등장하게 되었다.

'특별한 사정' 여부 판결 엇갈려

부정경쟁방지법에 일반조항이 도입된 이후, 하급심 판결 중에 특별한 사정에 관한 언급 없이 일반조항의 적용 여부를 판단한 판결(서울고법 2016. 1. 28. 선고 2015나2012671 등)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해당 성과물이 일반조항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판결(서울고법 2017. 2. 16. 선고 2016나2035091 등)이 상존하여 왔다. 한편 트레이드 드레스가 성과물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조항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것(위 서울고법 2015나2016239 판결)이 있는 등 일반조항의 적용 범위, 요건이나, 트레이드 드레스의 경우에는 일반조항 적용 시 달리 취급될 수 있는 것인지 등에 관해 법원의 입장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면이 있었다.

이 중 일반조항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의 판시를 보면, 독일 부정경쟁방지법(2004년 개정법)의 해석에 관한 국내 학자의 소개를 참고한 것이거나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견해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20044 판결 등)가 상세히 설시한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일반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그대로 규정화한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상 일반조항과, 최소한의 추상적인 요건만 규정하고 있어서 그 적용범위를 구체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기준이 필요한 독일 부정경쟁방지법상 일반조항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독일의 일반조항을 적용할 때 사용되는 개념인 '특별한 사정'이라는 별도의 요건을 별도의 법적 근거도 없이 우리나라 부정경쟁방지법의 일반조항 적용 시에 요구하는 것은 위 대법원 판례에 반하고 일반규정의 해석범위에서 벗어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고의 목적상 이에 관해 상론하지는 않으나, 우리나라 법령의 해석과 관련하여 외국 법령의 해석을 참고하거나 이를 소개할 때에는 각국 법령의 차이점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소개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기존 부정경쟁방지법 하에서도 일반조항의 도입 이후에는 트레이드 드레스가 일반조항에 의해 보호되어 왔는 바, 이때 보호대상으로 주장되는 성과물은 '상당한 투자나 노력에 의한 성과물'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한편 개정법에 따라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및, 또는 (다)목에 따라 보호되는 경우에는, 주지성(나목) 또는 저명성(다목)과 유사성 요건이 요구될 뿐이고, 직접적으로 '상당한 투자나 노력에 의한 성과물'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일반조항이 금지하는 부정경쟁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으나, 개정법상 보호되는 트레이드 드레스 관련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형사처벌도 가능

아울러 부정경쟁방지법상 일반조항이 보충적으로 적용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법원의 입장이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일반조항에 기초하여서도 계속 트레이드 드레스가 보호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양 규정의 관계에서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한 보호범위가 어떻게 조정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례의 축적과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조항 신설,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 규정 명문화 등과 관련한 보호요건, 보호범위 등에 관한 법리의 정립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나라가 정당한 권리보호의 사각지대를 없애 나가기 위해 기존의 일반조항 도입 및 이번 부정경쟁방지법 개정 등 선제적으로 제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판결의 축적 및 이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 평석 등을 통해 개정법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실무가 정착되고 법적 안정성이 제고되기를 기대한다.

김원 · 진신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wkim@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