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법률시장개방
일본의 법률시장개방
  • 기사출고 2006.05.1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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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법률시장을 3단계에 걸쳐 개방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즉, 제1단계로 외국 법률회사는 한-미 FTA 타결 직후부터 국내에 사무소를 설치하거나 국내에서 외국 법률에 대한 자문을 할 수 있게 되고, 제2단계로 2008년부터 국내 법인과 업무제휴를 할 수 있게 되며, 마지막으로 2011년부터는 국내 법인과 합작을 하거나 내국인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게 된다.

법률 서비스는 공공성이 강조되는 서비스 분야이므로 매우 신중하고 철저하게 개방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미 FTA협상을 앞두고 일본의 법률시장 개방 경과와 독일과 중국의 개방 사례를 짚어보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을 것 같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법률시장개방에 대한 거센 압력을 받아 왔다.

1986년 '외국법 자문 변호사(Licensed foreign lawyers in Japan)에 관한 법률'이 처음으로 제정되었다.

이에 따르면 외국법 자문 변호사는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일본 기업을 지원하는 섭외업무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당시의 여론중엔 외국변호사들의 업무 방식 등이 일본의 법조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법 자문 변호사의 제한된 업무는 단지 무역 장벽에 지나지 않았을 뿐, 이후 몇 차례 진행된 법 개정을 통하여 외국법 자문 변호사들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점점 늘어나고 그에 따른 규제도 완화되었다.

특히 이는 외국법 자문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고객(customer)의 이익을 가장 위하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라는 측면이 없지 않다.

'고객의 서비스 접근 가능성(accessibility)과 활용성(use)이 제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칙에 따라 늘어나는 국제법률서비스의 수요에 대응해 관련 법적 규제를 점차 완화해 온 것이다.

미 USTR, 시장개방 2년도 안돼 무역장벽보고서 제출

1986년 외국법 자문 변호사법이 제정된 이후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국 무역대표부(U.S. Trade Representative)가 미 의회에 일본 무역 장벽에 관한 보고서(Report on Barriers to Japan Trade)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법률서비스 분야에 있어서 ▲외국변호사와 일본변호사의 Partnership을 허용하고 ▲외국변호사에 의한 일본변호사의 고용을 허용하고 ▲(개개인의 외국법 자문 변호사의 이름이 아닌) 로펌의 본 명칭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법 자문 변호사가 되기 위한 5년의 실무 경력 산정에 있어서 자국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의 실무 경력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일본 내에서 열리는 국제 중재절차에서 클라이언트를 대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겨 있었다.

이후 미국-일본의 1대1 협상과 유럽-일본의 다자간 협상을 거쳐 94년 법 개정이 한 차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러 의견들이 수렴되었다.

▲외국법 자문 변호사의 자격 조건 완화 ▲로펌의 본 명칭 그대로 사용 ▲Specific Joint Enterprise (Tokutei Kyodo Jingyo) 형태의 파트너쉽 허용 등의 변화가 있었다.

외국변호사의 일본변호사 고용 및 동업은 2004년이 되어서야 법률 개정을 통해 허용되게 됐다.



현재 변호사 수를 기준으로 일본내 상위 1위~5위 로펌을 제외한 20위 이상 중형 규모의 로펌 가운데 절반이 넘는 로펌이 영미계 대형 로펌에 인수합병되고 있는 상태다.

영국계 로펌 Linklaters가 2004년 일본내 6위였던 '미쓰이 야스다 법률사무소'를 합병한 후 국제거래와 무관한 변호사 10명을 한꺼번에 해고한 사례도 있다.

또 일본의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기업 인수 · 합병(M&A)과 국제거래(International Transaction) 분야에서 훨씬 우위가 있는 외국계 로펌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한다.

독일 10대 로펌 대부분 영미로펌 영향권에

독일의 경우도 개방 후 영미계 로펌이 들어와서 독일 법률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Clifford Chance가 독일내 3위 로펌을 합병한 것을 필두로, 독일의 상위 10대 로펌 중 한, 두 곳을 제외하고 모두 영미계 로펌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때 외국계 로펌의 지사(Branch Office) 설치를 허용했다.

이들 외국 로펌의 지사들은 실제로 중국에서 소송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는 것과 같이, 개방이 되고 나면 그 이후에 일어날 엄청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점에서 한국 정부가 최근 관련 법률을 마련해 법률시장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한-미 FTA 협상이 진전될수록 앞으로 더욱 큰 변화가 예상되며, 이에 대해 깊은 주의를 기울이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개방 후의 파도가 얼마나 거셀 지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법과대학원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법과대학원을 나왔습니다. 클리포드 챤스(Clifford Chance) 국제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에서 다년간 활동한데 이어 지금은 SL Partners (법무법인 한승)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slpart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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